만화속 주인공들에게도 필요한 'Say No'.

2008. 8. 16. 23:02Animation/Ani-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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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영화나 텔레비젼을 보다보면, 비흡연자임에도 불구하고 너무나도 익숙하게 흡연장면을 받아들이는 저 자신의 모습을 보게됩니다. 길거리의 흡연장면은 항상 얼굴을 찌푸리면서도 영화속 흡연장면은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저도 모르는 그 낯설음에 조금은 당황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Say No! 시리즈의 마지막 이야기, '애니메이션 속 흡연은 언제 이루어지나'에 대해 이야기 해 보고자 합니다. 영화속 흡연장면이 시청자의 흡연율에 영향을 끼친다는 주장은 이미 여러해 전 많은 학자들에 의해 규명된 바 있고, 이러한 연구결과를 토대로 각국에서는 방송상에 흡연장면을 제한하는 법안을 속속 추진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지난 2004년 방송3사가 모여 드라마에서의 흡연장면 금지를 내부적으로 결의한 바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영화와 드라마상에 흡연장면이 노출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어린이 흡연장면 노출을 비롯하여 예능프로에 까지 흡연에 대한 노출도가 점차 심해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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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흡연 노출도는 애니메이션 작품에서도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투니버스와 같은 일부 케이블 방송사에서는 자체적인 심의를 통해 문제 장면을 편집하여 방영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많은 흡연 장면들이 직접적 혹은 간접적으로 노출되고 있는 실정이며 특히 웹하드와 p2p 서비스를 통해 일본에서 직접 들어오는 애니메이션의 경우 흡연장면이 여과없이 노출되고 있습니다.

국내 애니메이션의 경우, 최초의 흡연 장면이 들어간 작품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알 수 없으나 87년 까치의 날개에 흡연 장면이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적어도 80년대에는 흡연 장면이 들어간 애니메이션이 등장하였다고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6,70년대 SF 소년만화물이나 반공물과는 달리 80년대 제작된 애니메이션은 유난히 흡연 장면이 많은 편인데, 이는 현대물이라는 장르적 특성도 있지만, 담배라는 소재가 어려움과 고난을 뜻하는 상징적 아이템으로 많이 사용되었기 때문입니다. 아내의 수술을 기다리며 줄담배를 피는 아버지의 모습[각주:1]를 비롯하여 하루 벌어 하루를 살아가는 일용직들의 입에 물린 담배[각주:2]와 같이 고난을 상징하는 아이템으로서 흡연 장면이 주로 사용되었으며, 그외 담배꽁초가 버려진 재털이[각주:3]도 자주 등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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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등장하였던 흡연 장면은 90년대 불기 시작한 전래동화붐과 2000년대 동물이나 공룡등을 의인화한 아동만화붐이 거세어 지면서 다행히 자취를 감추게 됩니다. 그러나 90년대 말 시작된 일본 수입문화 개방의 여파로 흡연에 대해 상당히 관용적인 정책을 펼치는 일본 애니메이션들의 수입은 반대로 늘어나게 됩니다.  

일본의 경우, 최근 국제사회에 걸맞는 수준으로 금연정책을 펴 나가고 있지만 불과 4,5년전까지만 하여도 흡연자들의 천국이라 불릴만큼 흡연에 대한 아무런 제재가 없었고,  아직도 자판기에서 담배를 살 수 있는 몇 안되는 국가중에 하나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일본 사회의 경향은 작품내에서도 그대로 표현되었는데, 담배피는 모습이 멋지다고 평가받은 '카우보이 비밥'이나 고교생이 자연스럽게 흡연을 하는 '딸기 마시마로'와 같이 흡연에 대해 상당히 관대한 모습을 보이는 작품들이 여전히 수입되어 방송되고 있습니다.

영화속 흡연장면도 중요하지만 상대적으로 청소년층의 시청자들이 많은 애니메이션속 흡연 문제도 앞으로 공론화되어야할 문제중에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담배연기로부터 자유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흡연자 개개인의 의지도 중요하지만, 사회 전반의 분위기 또한 중요하기 때문이지요. 흡연을 당연시 여기기 보다는 'No'라고 말할수 있는 분위기. 모두를 위해 필요한 때입니다.

Say-No 공식홈페이지 : http://www.say-no.co.kr

  1. 까치의 날개, 1992 [본문으로]
  2. 떠돌이 까치, 1982 [본문으로]
  3. 독고탁, 다시 찾은 마운드, 1985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