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이 떠난 자리, 경찰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2008. 6. 9. 17:01ㆍIssue/Society
지난 6월 6일 새벽녘이었습니다. 밤새 시위대와 전경에게 시달리던 광화문은 아침무렵 차량 소통이 재개되면서 다시금 조용해졌고 시위대는 서울광장으로 다시 돌아갔습니다. 하지만 평화로운 일상과는 달리 거리는 여전히 어수선하였습니다. 지난밤 극렬한 폭력시위 현장을 대변하듯 파손된 전경버스와 전경들의 모습이 바로 그 주역이었습니다.
파손 정도가 심하여 상부에 채증을 요청한 현장 지휘자 경찰분은 전화상으로 '당장 시민들이 이 거리를 지나가야 하는데 무슨 사진을 찍으러 오는데 30분이나 걸리냐'고 분통을 터트리고 있었습니다. 현장은 시위대가 철수하면서 조용하였지만 미처 치우지 못한 생수병을 비롯하여 깨진 유리와 파손된 타이어등 당시의 극렬하였던 시위현장을 그대로 재현해 주고 있었습니다. 특히 시위대가 밧줄로 끌면서 충돌시킨 두 대의 전경버스는 차량 키마저 가져가버려 오도가도 못하는 난감한 상황이었습니다.
채증이 진행되는 가운데 전경의 친구들로 보이는 일부 시민들은 전경이름을 부르며 어디 다친데는 없냐고 안부를 묻고 있었고, 좁은 골목길로 사이로 전경들과 시민들이 돌아다니는 어수선한 가운데 현장 정리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나 현장 정리는 채 10분도 되지않아 연행되어 온 시위자로 인해 중단되었습니다. 기자들은 연행자의 모습을 한컷이라도 놓치지 않을려는 듯 카메라를 들이대고 있었고 구두를 갈아신지 못해 운동화 차림으로 나선 전경들은 입구를 막으며 사람들을 들여보내지 않을려고 애를 쓰고 있었습니다. 버스 뒤 편으로는 다시 몰려온 시위대가 '연행자를 석방하라'고 외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주변의 소음도 수마를 이기지는 못한듯, 피곤한 모습에 자리에 앉아 조는 전경들의 모습은 왠지모르게 애처로왔습니다. 전경들 뒤편으로 늘어선 몇 대의 전경버스안에서는 전경들이 때늦은 아침식사를 하고 있었고, 일부 지역에서는 여전히 시위대와 대치중인 가운데 아침 출근길을 서두르는 시민들의 모습이 묘하게 대치되었습니다.
낯설음. 무심한 표정으로 시위대와 전경들 사이를 지나가는 시민들 앞에서 과연 우리가 합리적으로 행동하고 있었는가라는 생각에 피곤함이 몰려들었습니다.
그것은 버스를 사이에 두고 정반대편에서 바라본 전경들의 모습은 몇일전 인도까지 가로막으며 불법연행을 단행했던 전경들과는 또다른 모습이었습니다. 후임병에게 어디 다친데는 없냐고 물어봐주고, 서로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며 꾸벅꾸벅 졸던 전경들. 지난날 군시절을 보내던 저의 모습과 겹쳐지는 그들의 모습은 더이상 서로 대치하는 적이 아닌 바로 나의 모습이기에 저는 더이상 그들을 싫어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지난 주말동안 쇠파이프를 비롯한 많은 폭력사태가 발생하였다고 합니다. 또한 일부 시민들은 여전히 청와대로 가야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과연 옳은 것일까요? 언제 어디선가 다시 만날지모를 그들을 단지 걸리적 거린다는 이유하나만으로 짓밟으며 나가는 것이 옳은 것일까요? 그것이 우리가 주장하던 비폭력일까요?
적어도 그 날 아침에 보아온 전경들의 모습은 평범한 일상생활을 원하는 우리들의 모습과 다를바가 없었습니다. 과연 이들을 때리고 버스를 부수어야 속이 시원한 것인지 더이상 시위대를 이해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지금 잘못을 저지르고 있는 것은 누구일까요? 그 풀리지 않는 의문에 답답함만이 마음을 채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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