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촛불시위인가

2008. 6. 11. 21:53Issue/Society

밤새 걱정이 많았던 6월 10일 촛불문화제가 다행히도 안전하게 종료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수십만명의 시민들과 수만명의 경찰이 대치한 긴박한 상황속에서도 안전하게 집회를 마친 시민들의 행동은 분명 칭찬받아 마땅한 것이다.

그러나 새벽내내 아프리카를 통해 시위현장을 시청하면서 씁씁한 감을 감출수 없었다. '다함께'에 이어 '인권단체연석회의'라는 단체가 강경진압을 유도하는 폭력행위를 조장하였기 때문이다. 분명 그 자리에 모인 모든 시민들은 동등하며, 누구나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킬 자유가 있다. 그러나 자신의 자유로운 행동으로 인해 다른 이가 피해볼 가능성이 있다면 하지 않는 것이 문화시민의 자세 아닐까?

콘테이너에 올라가지 말라고 하는 사람들을 향해 '여러분들이 저희가 콘테이너 위에 올라감으로 발생할 수 있는 위험한 사안은 잘 알고있습니다. 그러나 50만 시민들이 모인 자리에서 저 위에 올라가 승리를 선언하지 않으면 여기에 모인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라고 말하는 그들의 무책임한 발언은 촛불집회의 순수성을 훼손하는 행위임과 동시에 여러 시민들을 위험속에 몰아넣는 또다른 폭력행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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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가서 승리선언한다고 모든 일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촛불문화제는 몇몇 소수의 권력자들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행사가 아니다. 또한 청와대에 가기위해 모인 자리도 아니다. 처음 우리가 촛불집회를 가졌을 때, '고시철회 협상무효'와 '조중동은 찌라시'라고 외친 이유가 무엇인지 과연 그들은 알고있을까.

그들은 말한다. 말로만 하면 뭐하냐고. 말로 안되면 주먹을 써야한다고. 그리고 시위를 놀러나왔냐고 사람들을 선동한다.

그러나 단호하게 말하건데 그들은 틀렸다. 지난 10년간 바뀐 것은 정권뿐만이 아니다. 이 땅의 살아온 시민들 역시 10여년간의 세월을 그냥 보내지 않았다.

5만명의 시민들이 한자리에 모였을 때, 인쇄까지 다 된 장관고시가 연기되었고, 10만 시민들이 모였을 때 대통령이 머리를 숙여 사과를 하였다. 31일 청와대 행보로 얻은 것이 학생들의 집회 불참여였다면 10일 국민 대축제로 얻은 것은 50만에 이르는 대한민국 모든 계층의 시민들이었다. 이래도 우리의 방식을 부정할 셈인가?

폭력에 휘둘리지 않고 한 자리에 모여 서로를 알아가면서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것. 누군가가 보기엔 놀고있는 것처럼 무척 느린 발걸음이겠지만, 그 발거음은 결코 물러나지 않을 확고한 발거음이다.

축제에 참여하기 싫다면 참여하지 않아도 좋다. 그러나 축제에 흙탕물을 뿌리며 훼방을 놓는 일만은 하지말자. 타인의 존중하고, 타인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배려해 주는 것. 그것이야말로 지금 이 순간 촛불집회에 참여하는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마음가짐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