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바닥에 주저앉은 대통령 취임식.

2008. 2. 25. 15:29Issue/Socie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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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제 17대 대통령 취임식이 있는 날이었습니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선 오늘 행사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었는데, 취임식 행사와 관련해선 이미 각 언론사에서 많은 보도를 했을 터이니 오늘은 이 한 장의 사진으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하고자 합니다.

사진 속 할머니는 흔히 말하는 재외동포분이십니다. 우즈베키스탄과 같은 변방의 구소련 영토에서부터 민단에 이르기까지 오늘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많은 분들이 전날부터 고국을 방문해 주셨습니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행사에 정식 초청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이 분들은 이렇게 길바닥에 주저앉아 취임식내내 추위에 떨어야만 했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요?

일정대로라면 9시 40분까지 입장이 완료되어 자리에 착석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재외동포들의 입장시간은 이보다 훨씬 늦은 10시 무렵에서야 시작되었고, 이명박 당선자가 취임식장에 올라 선서를 하는 그 순간에도 마무리되지 못하였습니다.

스크린을 통해 이 당선자의 차량이 입장하고 있다는 방송이 보도되자마자 진행요원들이 식장에 들어서던 재외동포들의 입장을 차단하고 이미 입장한 분은 저렇게 바닥에 앉도록 지시하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초청자들은 ‘저 분들이 과연 고국에 가서 이렇게 푸대접을 받았다고 하면 우리나라를 어떻게 생각하겠냐.’라고 불만 섞인 항의를 하였지만, 이 같은 항의는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오늘 날씨는 지금 진눈깨비가 내리고 있을 만큼 무척 쌀쌀한 날씨였고 바람 또한 불었습니다. 의자에 앉아계신 분들도 추운 날씨에 주머니에 손을 넣고 떨고 있었을 정도인데, 찬 바닥에 앉은 이 분들의 심정은 어떠하였을까요.

금일 행사는 식전부터 이명박 당선자가 국민간의 화합을 위해 연단 높이를 1미터 낮추었다고 홍보하는 등, 국민화합을 유독 강조한 행사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다소 행사시간이 늦추어지더라도 이 분들을 모두 자리에 앉을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 더 좋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듭니다.

백발이 지긋하신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신문지 한 장 깔아놓고 바닥에 주저앉은 것을 보며 가슴이 메어졌습니다. 과연 오늘 행사가 진정 국민을 위한 축제였을까요. 부디 이 분들이 오늘 행사로 인해 고국에 상처를 갖지 않도록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용서를 구합니다. 아울러 오늘의 실수가 두 번 다시 되풀이되지 않도록, 정부의 반성을 촉구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