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질라는 어떻게 흥행에 실패하였을까. - 2

2007. 8. 2. 12:14Animation/Ani-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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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 뉴욕. 고질라 첫 시사회

고질라의 시사회는 뉴욕의 메디슨 스퀘어 가든과 로스엔젤레스 둠 시어터에서 열렸다. 시사회는 상영 30분전부터 초만원을 이루었으며, 업계 최고 경영진을 비롯한 다수의 주요인사가 시사회에 참석하였다. 특히 뉴욕의 스퀘어 가든은 여지껏 한 번도 영화 시사회로 사용된 적이 없어 참석자들의 궁금증은 한층 더 심해졌다. 그러나 그 의문은 곧 해결되었다.

참석자들은 영화내내 거대한 고질라가 스퀘어 가든을 깔아뭉개고 고질라의 새끼들이 줄줄히 나오는 장면을 영화내내 목격해야만 했다.

그 닐 그 참담한 현장에서 무사히 귀환한 기자들은 영화에 대한 심정을 날카롭게 표현하였다. 소니는 연일 쏟아지는 혹평에 정신을 차릴 겨를이 없었지만, 그나마 칸 영화제로 인해 1진급 기자들이 시사회에 참석하지 못한 것을 행운으로 여겨야만 했다. 영화는 '문제는 크기이다'라는 카피와는 달리 지루하고 긴장감이란 보이지 않았다.

1998. 5. 30, 미 현충일

공식 상영일은 현충일로 정해졌다. 왜냐하면 1997년 쥬라기공원2가 현충일에 개봉하여 4일동안 9천만 달러의 흥행수익을 얻었기 때문이다. 소니의 경영진들은 다시 한 번 신화의 재현을 꿈꾸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쥬라기공원에 대한 관객선호도가 32%인 것에 비해 고질라는 19%에 불과하였고 여전히 많은 문제점들이 감추어진 상태였다. 특히 스탶들은 마감으로인해 정신적인 공황상태였다. 데들리는 영화상의 허점을 보완하기위해 좀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요청하였으나, 경영진의 고집은 꺾을수가 없었다.

완구 문제도 소니의 발목을 붙잡는 계기가 되었다. 소니는 불법복제를 방지하고 기대감을 높히기위해 고질라 완구 판매를 개봉이후로 미루었다. 그러나 사실 그것은 기대에 못미치는 고질라 장난감에 대한 궁여지책이었다. 이 정책은 마케팅에 참여한 회사들에게 큰 불만을 일으키는 촉매제가 되었다. 통상 장난감 매출의 40%는 영화 개봉전에 이루어지는데 그들은 한 푼도 벌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마치 국방성에 들어가는 듯한 철저한 보안통제 역시 협찬사들의 불만중 하나였다. 그들은 개봉전까지 제대로 된 장난감을 구경조차 할 수 없었다.

첫 흥행실적이 발표되자 고질라에 대한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하였다. 고질라는 최소 1억달러를 벌어들이겠다는 각오와는 달리 주말 4주동안 겨우 5500만 달러를 벌어들이는데 그쳤다. 소니의 경쟁사들은 '고질라에 대해 겁을 먹은 것은 멍청한 일이었다.'라고 자신감을 표현하였으며, 이는 곧 고질라에 대한 반격으로 이어졌다. 엔터테인먼트 위클리는 '과대 포장된 고질라는 으르렁거리며 극장을 들이 받는 것이 아니라 빠끔히 극장안을 쳐다본다'라고 노골적인 호평을 썼으며 뉴욕의 주요 언론지에 실린 17개의 영화평중 12개 혹평으로 채워졌다.

개봉전 소니가 행하였던 비밀유지 부분도 도마위에 올랐다. 주요 배우들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괴물의 사진이 공표되기 이전까지는 침묵하겠다는 문서에 서명하기를 강요당했다고 폭로하였고, 뉴욕 기자회견에 참석했던 기자들은 음악이나 영상 녹화를 금지하기 위해 금속탐지기까지 동원한 것을 보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또한 그동안 불공평한 계약에 불만을 가졌던 극장주들도 이러한 불만의 물결에 동참하기 시작하였다.

1998. 6. 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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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에 들어서도 고질라의 참패는 계속 이어졌다. 개봉 2주째 흥행실적은 전주에 비해 60%나 감소한 1700만 달러에 불과하였다. 고질라는 첫 주에 벌어들일수 있다고 장담하던 1억달러 수익을 2주일이 지난 지금에도 여전히 도달하지 못하였다. 고질라의 참패소식은 관련 업체에도 영향을 끼쳤다.

소니는 텔레비젼 방영권을 3500만달러에 판매하려고 했으나 연이은 참패소식에 퇴짜를 맞을수 밖에 없었다. 결국 소니는 NBC로부터 5년간 5회 방영에 2500만 달러를 받고 방영권을 넘겨줄수 밖에 없었다.

시카고의 미국서적상협회는 고질라에 대한 서책을 구매거부하기로 결정하였다. 소니는 소설, 영화 제작과정을 담은 책, 포스터등 다양한 출판물을 기획하였으나 개봉된 흥행실적은 이들이 결코 팔릴만한 책자가 아님을 증명해주고 있었다. 소니는 고질라가 흥행에 참패하였음을 인정해야만 했다.

고질라는 3주째에 들어서야 1억 1400만 달러로 첫 주의 흥행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다. 소니는 비평으로 가득찬 온라인 게시판을 폐쇄하는 것으로 고질라의 막을 내렸다. 고질라는 여름시즌내내 1억 3500만달러를 벌어들이는 것에 만족해야만했다.

고질라, 흥행의 결과

물론 미국내에서의 흥행실적이 다른 곳에서도 이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일본에서는 악당으로 묘사된 고질라에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하였지만 스페인에서는 '맨 인 블랙'의 흥행실적을 뛰어넘었다. 해외 수입에 대한 자세한 수치는 없지만 대략 2억 5천만달러의 수익에 총 수익은 3억 8500만 달러로 분명 소니는 이 영화에서 수익을 내었다.

고질라에 대한 과도한 혹평은 공격적인 마케팅을 지향했던 소니에 대한 반발심과 언론, 협찬사, 극장간의 이해관계가 절묘하게 맞물려져 있다. 사실 스토리상의 부재는 헐리우드 영화에서 늘상 보아왔던 일이고, 고질라의 혹평은 어느정도 과장된 면이 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소니는 영화 관계자들의 이해관계를 충분히 조율하지 못하였다는 점에서 참패의 쓴 맛을 보아야만 했다. 고질라는 영화였으나 소니에겐 수많은 상품중에 하나였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