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시마 리이치로 감독전에 다녀와서.

2006. 12. 16. 00:13하루 일기/2006 Diary

어제는 제 2회 애니충격전 개막식이 열리는 날이었습니다. 몇일전 만으로부터 취재 패스포트를 얻었기에, 취재도 할 겸, 겸사겸사 행사장에 갔습니다. 지난 1회 행사때에는 1/3정도가 찼었는데 이번 행사에서는 약 80%정도 자리가 찬 듯하네요. 오늘 마시마 감독님이 직접 오신다는 소식이 있어서인지, 정말 많은 분들이 오셨습니다.

행사는 먼저 애니충격전의 기획자이신 김성주님이 개회사로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셨고 일본 국제교류기금 서울 문화센터의 부소장이신 하세가와 사토씨도 간단한 인사말을 들려주셨습니다. 서울 문화센터는 이번 애니충격전을 개최하는데 협력을 준 센터입니다. 최근 일본 애니메이션이 국내 젊은층에 인기를 많이 얻고있다면서 좀 더 다양한 작품을 한국에 소개할 예정이라고 하던데, 주의깊게 지켜보아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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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길 교수님]

국내 원로분들중에는 전 한국애니메이션 학회 초대회장이셨던 황선길 교수님이 인사말을 해 주셨습니다. 만화계에 대해 관심이 있으신 분이라면 잘 아실텐데, 이번에 처음으로 직접 뵙게 되네요. 황교수님은 다소 현실적인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현재 한국의 애니메이션은 성불구자와 같다. 지금 중국은 상해 스튜디오를 건립하고, 세계 애니메이션 선진국은 모두 정부의 지원을 받아 독립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스튜디오가 하나씩은 있다. 그리고 여기에서 제작된 독립 애니메이션은 순수예술로서 순수예술분야를 발전시키는 시발점이 된다. 그러나 한국은 정부는 수익성 사업에만 신경쓰고, 기업은 하청작업에만 매달리고 학교는 학원교육 위주로만 교육을 시키고 있기때문에 장애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점을 바꾸어야 된다.

조금 과격한 듯하지만 마음에 와 닿는 말입니다. 국내 애니메이션 분야가 대학입시와 하청작업에 치우친 것이 사실이니까요. 그러나 내년에 발표되는 천년여우 여우비나 소중한 날의 꿈같은 창작 작품들을 보면 미래가 그렇게 어둡지만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마시마 리이치로 감독님이 오셔서 간단한 개막식 인사를 해 주셨습니다. 신기하게도 직접 캠코더를 들고오셔서 촬영과 인사를 동시에 하시더군요. 역시 신진 세대라서 그런 걸까요.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오늘 작품으로는 '스키 점핑 페어 - 2006 토리노를 위하여'라는 장편 애니메이션이 상영되었습니다. 원래 마시마 감독은 10분 내외의 단편 애니로 승부를 보는 스타일인데, 이번 작품은 그동안 자신의 스키 점핑 페어를 사랑해주신 팬들을 위해 특별히 별도 제작한 다큐멘터리 형식의 영화라고 합니다.

내용은 하리마 박사가 우연히 냉장고속에 몇개월간 넣어둔 쭈쭈바가 2개로 분열되는 현상을 발견하면서 시작됩니다. 하리마 박사는 이를 랑데뷰 이론이라고 부르면서 스키 점핑 페어라는 새로운 종목에 적용시키려고 노력하지요. 그리고 그의 두 아들과 함께 마침내 스키 점핑 페어를 올림픽 공식 종목에 등록시키는데 성공합니다. 그리고 박사는 숨을 거둔다는 일종의 휴먼 다큐멘터리이지만, 사실 개그 다큐멘터리라는 말이 더 어울릴 듯하네요. 5분마다 폭소가 터진다고나 할까요. 정말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특히 중간에 '안토니오 이노키'씨도 나옵니다. 이 분이 누군가하면 바로 괴짜가족에서 엄청난 x를 싸는 바로 그 유명한 국회의원입니다. 물론 실존 인물이고요,  아직 생존해 계십니다. 전직은 프로레슬러. 스포츠평화당이라는 당을 만들어 국회의원에 당선되었다고 하는데, 실물 사진을 보니까 정말 딱입니다. 아무튼 영화에서도 가공할 포스를 보여주는군요.

영화 종료후에는 개막파티라고해서 간단한 맥주파티가 열렸습니다. 오늘 행사는 혼자가서 좀 뻘쭘하였는데, 네이버의 단편 애니메이션 카페 시샵분을 만나  이것저것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어느새 12시가 훌쩍 넘겨버렸군요. 중간에 마시마 감독님도 오셔서 같이 사진도 찍고, 싸인도 받았습니다. 아, 매번 생각하는 거지만 이럴땐 일본어를 모른다는 사실이 정말 화가 납니다. 말이 안통한다는 사실이 이렇게 답답할 줄이야.. 다행히 중간에 통역분이 오셔서 이야기를 나눌수 있었지만, 역시 일본어 공부를 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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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마시마 감독님과의 대화를 모아보았습니다.
Q. 「스키 점핑 페어 - 토리노 2006을 향하여」는 어떤 작품인가?
A. 그간 스키 점핑 페어는 세계 곳곳의 다양한 영화제에서 공개되었으며 DVD로 제작되어 판매되고 있다. 이 작품은 그동안 스키 점핑 페어를 계속 보아온 분들을 위한 작품이다.

Q. 작품을 보면 랑데뷰 이론을 설명하면서 쭈쭈바가 등장하는데, 특별히 쭈쭈바를 선정한 이유가 있습니까?
A. 아, 작품을 보면 빙점 이하의 온도에서 스키 점프 페어가 실행된다는 설정이 있는데 이때 우연히 이를 설명하기 위한 아이템으로 쭈쭈바가 눈에 띄었다. 특별한 의도는 없었다.

Q. 내레이션으로 친구 분인 모기씨가 수고해주셨는데, 앞으로도 계속 등장할 예정인지?
A. 모기씨와는 이제껏 콤비가 잘 맞았다. 작품을 제작하면서 그 부분에 딱 맞는 인물을 찾았는데, 여기에 모기씨가 가장 잘 맞았다. 앞으로도 여건이 된다면 모기씨와 같이 일하고 싶다.

Q. 만약 스키 점핑 페어가 실제로 열린다면?
A. 무척이나 웃길 것 같다. 또 마치 버추얼 게임처럼 재미있을 것 같다.

Q. 2003 일본 미디어 영화제 수상당시 할리우드 영화와는 다른 독특한 면이 보인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작품상의 독특함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A. 당시 나카시마 감독으로부터 할리우드라는 커다란 풍선을 이쑤시개로 찔러 펑하고 터트리는 그런 통쾌함이 있다는 코멘트를 들었다. 야구에 비유하자만 기존 애니메이션은 정통파 야구라고 생각한다. 직구나 포크로 혹은 커브로 승부하는. 반면 내 작품은 변칙야구라고 생각한다. 견제구로 아웃을 시키는 그런 야구 말이다.

Q.언제 감독이 되기를 결심하였는지?
A. 스물여덟살때 처음 결심하였다. 그전에는 엔지니어로서 도시계획을 비롯한 환경 디자인 분야에 종사하였다.

Q. 특별히 3D 애니메이션 분야를 선택한 이유가 있는가?
A. 어렸을 때부터 애니메이션을 무척 좋아했다. 그러나 나 스스로는 그림을 잘 그리지 못한다. 그러다가 3D 그래픽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는데, 이건 나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Q. 3D 애니메이션 작업을 하면서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
A. 작업이 감각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론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가령 내 머릿속의 움직임을 현실 속 이미지로 재현하려고 할 때 어려움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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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국내에선 「그와 그녀의 고양이」의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유명한데, 마코토 감독의 작품을 보신 적이 있습니까?
A. 최근 작품은 보지 못했지만 「그와 그녀의 고양이」와 「별의 목소리」를 본 적이 있다. 스토리성이 무척 강하며 그 스토리에 가장 어울리는 그림을 그린다고 생각한다.

Q. 국내 애니메이션 작품을 본 적이 있습니까?
A. 히로시마를 비롯하여 여러 대회의 심사관으로 참여하면서 접해본 적이 있다. 주로 학생들이 만든 단편 애니메이션이었는데 무척 재미가 있었다. 반면 한국의 상업적 애니메이션은 할리우드식의 마치 픽사와 같은 분위기이다. 이는 일본도 마찬가지이지만, 아시아의 작품들은 좀 더 독자적인 분위기의 작품제작에 힘써야 한다.

Q. 앞으로의 일정은?
A. 지금은 복권에 당첨된 기분이다. 아직 인기를 얻었다는 것을 실감하지 못하겠다. 그러나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Q. 끝으로 한국의 팬들에게 한마디해주세요.
A. 안녕하세요, 한국 여러분. 좋아합니다. 문외한인 저도 애니메이션 감독이 되었습니다. 두려워 하지 말고 도전해보세요. 애니메이션을 많이 배운 이든지, 혹은 그렇지 않은 이든지간에 모두 자신만의 세계를 표현해낼 수 있습니다. 지금 도전해보세요.

집에 돌아오니 한 시가 조금 넘었네요. 맥주도 마음껏 마시고 좋은 친구분들도 만나고 정말 즐거운 하루였습니다. 오늘 행사는 대구와 순천에서도 열린다는데, 기회가 되시는 분들은 한 번 참석해보시길 바랍니다. 개그 만화의 진수를 보여주더군요. 아, 그리고 내년 1월에 이 작품이 공식개봉될 예정이라던데, 영화료가 좀 비싸긴 하지만 그때 보셔도 좋을듯합니다. 관심있으신 분은 주목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