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8. 13. 02:58ㆍ하루 일기
정대삼이라는 분을 아시나요? 이 분의 이름을 기억하는 분이 계시다면, 웹툰을 상당히 많이 보시거나 깊게 보시는 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정대삼. 그는 세간에서 흔히 말하는 만화가입니다. 만화 그리기를 좋아하지만, 그는 이웃나라 작가들처럼 수백만부의 출판본을 찍어내는 인기 작가도 아니거니와, 강풀씨처럼 언론에 자주 소개되는 그런 만화가도 아닙니다. 그저 포털 사이트에서 근근히 작품을 올리며 꿈을 키워나가는 소박한 만화가일 뿐이죠.
하지만 그 꿈도 그리 오래가지 못하였습니다. 얼마 전 가슴이 찢어질 정도로 슬픈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죠. 아버지의 병환, 그리고 어머니에게는 우환. 신을 원망하고 싶을 정도로 안좋은 일이 겹쳐진 그 때, 그리하여 만화가로서의 삶을 고민하던 그 때, 바로 그의 운명을 바꾼 사건이 발생하였습니다. 바로 악플러들에 의해서 말이죠.
집안 일로 인해 작품 연재가 미루어졌다는 이유로, 차마 입에 담지도 못할 온갖 욕설을 퍼부운 악플러들.
그 악플을 보고 정대삼씨는 꿈을 접기로 결심합니다. 좋아하는 일이기에 누구보다도 노력하였지만, 그 기약없는 희망에 대한 보상이 원망과 욕설이라면 그 누구도 그 꿈을 선택하지 않았을 겁니다. 정대삼씨는 자신의 홈페이지를 폐쇄하며,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합니다.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하지만..
죄송하지 않습니다..
저는 아마 프로되긴 걸렀나봅니다..
저는 아마 제대로된 만화가가 되긴 힘든가 봅니다..
하지만 제가 정대삼인걸 어떻합니까..
제가 저처럼 살지 않으면 누가 저처럼 산단 말입니까..
그러니..
전 이렇게 또 걸어가겠습니다..
돌을 던져도 좋습니다..
쓰레기라고 욕해도 좋습니다..
그걸로 우리 가족이 행복하다면..
칼로 찔러도 참겠습니다..
그럼..
이만 줄입니다..
모두 행복한 날들이 계속 되기바라며..
안녕히 계십시요..
힘들어도..
꿈을 향해 멋지게 걸어가던..
그녀석은..
이젠 안녕..
저는 이 분을 직접 본 일이 없습니다. 단지 만화를 통해 맺은 얄팍한 인연만이 전부이지요. 허나, 그 일이 남의 일같지 않네요. 예전에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인터넷은 무한한 상상력의 세계이지만, 그 뒷면에는 기계가 아닌 사람이 있다고. 바로 나와 똑같은 사람말입니다.
작품을 그리는 작가도, 작품을 보는 독자도 모두다 사람입니다. 서로를 알지 못하고, 금방 잊혀질지도 모르는 사이이지만, 그 순간만큼은 좋은 일은 함께 나누고, 슬픈 일은 함께 위로해주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네요. 악플러들도 자신의 부모님이나 애인만큼 다른 사람들을 사랑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먼 훗날 정대삼씨가 언젠가 우연히 이 글을 보면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늦지 않았으니 다시 시작하시라고요. 살다보니 알겠더군요. 꿈이란 건 언제 꾸어도 결코 늦지 않습니다. 하고 싶으니 한다. 그러면 된 것입니다. 그렇게 하루이틀 꿈을 꾸다보면 언젠가 더 큰 꿈을, 그리고 미래를 바라볼 수 있겠지요. 여기, 언제라도 팬이 될 사람이 있으니 상처가 회복된다면 언제든지 도전해주세요. 당신을 기다립니다.
P.S] 네이버 붐업에 현재 정대삼씨의 응원하는 릴레이 카툰이 벌여지고 있습니다. 같이 응원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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