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오후, 비가 내리고 있다.

2006. 8. 15. 14:30하루 일기

나른한 광복절 오후이다. 어제 새벽부터 열대야 현상으로 인해 잠을 제대로 못자 몽롱한 상태이고, 지금 내리는 단비에 그나마 더위가 가시는 것같다. 비... 비다..

홍난파 선생님의 봉선화를 틀어놓으며 흔치않게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아버지, 어머니는 모두 동창회에 나가셨고(신기하게도 두분다 광복절날이 동창회날이다.) 누나도 외출.. 집에 홀로 있으니, 오늘따라 더 기분이 가라앉는 것같다.


오늘은 광복절. 나라의 빛이 다시 회복된 날이란다. 벌써 61주년인가.. 60년이면 강산이 여섯번이나 바뀔 시간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안밖으로 좋지않은 뉴스만이 흘러나오고 있다. 역사를 망각하는 건지..


아마 그들은 벌써 잊고있겠지. 불과 60여년전엔, 열댓살의 어리디 어린 소녀도 나라의 위해 독립만세를 불렀고..
결국은 죽어 사지가 토막토막 잘린채 그 넋마져 위로하지 못하였지만, 그럼에도 그들의 의지는 이어졌다.
그리하여 근 30여년간의 투쟁끝에 다시금 빛을 찾았다.

그런데 정작 그 빛의 혜택을 누리는 우리들은 이러한 위대한 분들의 노고를 일년에 한번 기념식이 열리는 것으로 떼우다니.. 뭔가 씁쓸한 기분이다.

그나마 기분좋은 일이 있다면, 웹상에서나마 광복절을 기념하는 행사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 사이버 참배도 가능하고, 기념식도 웹상으로 볼 수 있다. 참 세상 편리해졌다고나 할까.. 또 각 사이트에 방문해보니, 광복절 기념 로고가 펼쳐지고 있다. 그중에서 마음에 드는 것이라면 구글.
한국분이 디자인해서 그런지, 무궁화의 색상이 너무 잘 어울린다.

'영원히 피고 또 피어서 지지 않는 꽃'이라는 뜻을 가진 무궁화는 그 이름에 걸맞게 옛부터 우리민족의 꽃이었다.

동진(東晉)의 문인 곽복(郭璞:276~324)이 쓴 지리서, 산해경(山海經)에는 '군자의 나라에 무궁화가 많은데 아침에 피고 저녁에 지더라(君子之國有薰華草朝生暮死)'라는 말이 있고, 중국의 고전인 고금기에도 비슷한 말이 등장한다.

또 최치원이 당나라에 보낸 국서에서 신라를 근화향(槿花鄕:무궁화의 나라, 신라를 뜻함)이라 칭한 부분이나, 고려 예종(睿宗)이 고려를 '무궁화의 나라(槿花鄕)'라고 표현한 것을 보면, 정말이지 무궁화는 우리 민족과 함꼐 일평생을 같이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무궁화.. 평소에 자주 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예전에 국민학교 시절엔 강낭콩 키우기를 방학숙제로 내주었는데, 여름방학 과제로 무궁화 키우기를 내주었다면 더 재미있을지도...

점점더 더위에 머리가 이상해지는구나..

비가 그쳤다. 그러나 시원한 바람이 불고있기에 기분이 좋아진다. 더위에 지친 몸을 한번에 날려주는 이 시원한 바람처럼, 광복절날 만큼은 기분좋은 소식이 가득하길 바랬는데..

아직 우리의 광복절은 멀고도 먼 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