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하루 일기/2006 Diary

나는 당당하게 기권표를 행사하고 싶다.

5월 31일은 지방선거의 날이다. 오늘도 하루도 빠짐없이 유세차가 주택가를 돌아다니며 노래를 틀고있고, 노란색 띠를 두른 아주머니들이 "기호 O번 000입니다"를 외치고 있다.

글쎄.. 이에 대한 감상을 말하자면..

"돈쓰고 욕먹는다"

이거 한마디로 요약할수 있을듯하다. 평소엔 보이지도 않았던 사람들이 친한척 머리를 굽신거리며 명함을 나누어주는 것, 뭐 여기까진 OK. 평소에 전단지 돌리는 사람들도 많으니까.

그러나 낮에 쉴려고 집에 들어왔는데, 소음공해수준으로 노래를 틀며 동네를 돌아다니는 유세차를 보면 짜증나기 시작하고, 더 짜증나는건 그들이 뭔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도대체 니들 공약이 뭔데?

속칭 껌딱지라 부르는 명함을 보면 앞에는 뽀샵질한 사진에 뒤에는 백이면 백, 어디어디 위원장, OO산악회 회장.. 이런 말만 주주장창 써 놓고있다.

7~80년대 유신시절이야 공무원 신분증 하나만 가지고 있으면 나는 새도 떨어트릴 정도로 위력이 있었지만, 요즘 같은 시절, 어디 위원장을 나오고 전직 00구청장이라는 명함은 말그대로 껌딱지에 불과하다. 가뜩이나 정치인들에 대해 짜증만 나는 시대에, 그깟 나눠먹기로 얻은 자리가 뭐 그리 대단하다고 대문짝만하게 줄줄 써놓았는지..

아무튼 유세차나 껌딱지 나누어주는 자원봉사자(?)들을 보아도, 모두 기호 몇번만 외칠줄 알지, 어떤 공약을 내놓고 어떻게 시행할 것인지에 대한 말은 아무것도 없다.

좋아. 그럼, 선관위는 어떨까. 선관위에 가면, 각 후보자들에 대한 기본적인 프로필이 나온다. 여기에는 재산납부 현황이나, 군복무 경력등 자잘한 경력들이 모두 다 나온다. 어느정도 참고는 할 수 있을 것같지만, 여기에도 공약은 없다.

기껏해야 '정견/공약'란을 보면 간단한 인사말정도가 쓰여있을뿐이다. 이쯤되면 왠만한 사람들은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한다.



좋아, 가는데까지 가보자. 이번엔 후보자 홈페이지를 직접 방문해 보자.

후보자 홈페이지에 가보면 그나마 공약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가령 00씨의 홈페이지에 가보면, "장애인이 불편하지 않을 서울"이라든가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서울"라는 제목아래 몇가지 공약들이 올려져있다.

그러나 그들 공약을 보면 대부분 국민학교 시절 반장선거때나 써먹을법한 아주 기본적인 공약이 대부분이다.

이전 선거후 대략 5년정도 시간이 있었을터인데, 고작 이정도 공약으로 무얼 어찌하겠다고?

예를 들어 아래는 어느 후보자의 공약중 하나이다.

동사무소를 ‘복지문화센터’로 전환하는 등 민관협력 체제 구축
자원봉사 시스템 통합을 통한 서울공동체 형성
서울복지재단의 전문성과 운영 합리화
사회복지시설의 운영 합리화 및 종사자 처우 개선

우선 동사무소를 복지문화센터로 전환하겠다는데, 그럼 현재 해당지역내의 복지센터는 어떻게 운영되고 있으며 그 실태는 어떠한지에 대해 먼저 문제를 제기하고, 복지센터로 전환한다면 예산이 들텐데, 그 예산은 어디서 어떤방법으로 조달하고 몇년안에 몇퍼센트를 완료하겠다는지등의 로드맵정도는 제시해야되는 것이 기본아닐까.

실태가 어떤지, 해결책으로는 어떤 방법이 있는지, 그리고 이 일이 얼마만큼의 중요도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일언반구도 없이 그저 공약 한 줄 달랑 내놓고 끝?

복지재단의 전문성이나 운영합리화같은 애매모호한 표현이 공약이라고 써놓은 것도 있고, 종사자 처우 개선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루어질건데.. 두리몽실하게 표현한 말로 내 표를 얻을수 있을것같아?

아무래도 올해 역시 기권표를 내야될 것같다. 옛날에 스승이 제자를 고를때는 '비인부전'이라, 기준에 못미치면 아예 기술을 전수해주지 않았듯이, 능력없는 사람에게 표를 주고, '나 민주시민으로서 역활을 다했어'라고 말하는 것은 어째 아닌듯싶다.

한마디 더 하자면 개인적으로 투표지에 '기권'란도 만들어 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국회의사당에서 법안 통과 시킬때 기권을 내는 경우도 많던데, 왜 꼭 선거에서는 기권표가 없는지. 이중에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 없다는 증거로서 즉 불신임의 증거로서 기권표를 만드는 것도 좋지않을까?

나는 당당하게 기권표를 행사하고 싶다.

태그

  • BlogIcon Hofer 2006.05.24 15:59

    분명 일리가 있는 얘기지만, 당신의 기권표가 결국 '그 공양조차 제대로 내놓지 못한 후보'가 당선되도록 돕는 거라는 사실 또한 잊지마세요.

  • BlogIcon 애벌레 2006.05.24 17:57

    언젠가는..사람들이 이런 모습의 정치짓거리에 염증을 느끼고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의 상황에서는) 선거라는 것이 가진자들이 국민을 기만하는 가식행위의 일부라는 것을 알게될 때...투표할 사람들이 모두 사라질것이고...결국은 "민주주의란 무엇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할 그런 때까 오겠지요...사실...그런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투표를 하지 않으면...국회의원이라는 것..선출방법을 바꾸어야겠지요..국민의 대표??? 풋...개인적으로 찍고 싶은 정당이 제가 살고 있는 지역구에 출마한다면 기권할수 있는 권리를 행사하지 않겠지만...저 역시 지금 현재로써는.... .... ((맞춤법 검사...이거 통과하려면 헉 소리나겠는데요...-_-))

  • BlogIcon CN 2006.05.25 02:49

    기권 행사가 당당한 것이라고 생각하기 힘들군요. 적어도 더 나쁜 상황을 막을 기회를 버리는 것입니다.

    • BlogIcon 소금이 2006.05.25 12:57

      단지 투표라는 입장에서만 본다면 기권표는 가치가 없는 표이겠지요.

      그러나 이 기권표가 단순히 놀러가거나 정치적인 무관심이 아닌, 정치적 불신임에 대한 증거로서 기권표를 행사하는 것이라면 그것 자체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치에 관심이 없기 때문에 투표를 안하는 것과, 정치에 관심은 있지만 능력있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더 노력하라는 의미에서 기권표를 행사하는 것, 이 둘은 서로 다르니까요.

      또한 이러한 행위가, 장기적으로 그리고 다수의 힘을 모아, 주목할만큼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면 그것또한 멋진 일 아닐까요. 그렇게되면 정치인들도 정말로 노력하고 머리를 써야, 표를 얻을때니.. 그러면 정말 좋은 세상이 올지도 모르겠군요.

      그래서 전 능력이 없는 이를 애써 자위하며 뽑고 후회하는 것보다 이쪽을 택하렵니다. 저한텐 이쪽이 더 끌릴수밖에 없네요.. _-_

  • BlogIcon 하늘이 2006.05.25 03:22

    다 열받아서 기권해버리는 것 보다, 더 힘들지 모르겠습니다. 제대로 된 사람을 찾으려면 더 많이 읽어봐야 되고, 더 관심가져야 하니깐 말이죠.
    부디, 당당하게 기권표보다는, 당당하게 정말로 뽑을 사람을 꼭 찾아내셔서 투표하실 수 있길 바랄께요. ^^

    • BlogIcon 소금이 2006.05.25 15:13

      포스트에는 좀 과격한 표현을 썼지만, 어찌되었든 저도 투표권을 가진 시민이니, 투표전날까지 후보자를 평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그건 자격을 주어진 자에 대한 의무이니까..

      그러나 능력이 없다고 생각하면 가차없이 무효표를 던지겠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요즘 후보자들은 그저 노래만 틀면 표가 몰리겠다는 편한 생각을 가지고 있으니, 나름대로 본때를 보여주어야죠 ^^;

      시간이 나는대로 공약들을 다시 한 번 검토해보긴 해야겠네요... ^^

  • BlogIcon 사념체 2006.05.25 07:01

    보면, '정말로 이 사람에게 나라를 맡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솔솔 듭니다. [...]
    하지만 기권하기보다는 그래도 가장 나은 후보를 뽑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그런데 맞춤법검사, 정말 통과하기 까다롭군요;

    • BlogIcon 소금이 2006.05.25 13:02

      요즘에 저도 모르게 통신체를 많이 쓰길래, 한 번 달아보았습니다. 뭐, 굳이 다 지키실 필요는 없고요 ^^;

  • BlogIcon 백아 2006.05.25 10:07

    정말 동감입니다. 공약은 눈을 씻고 찾아볼래야 찾아볼수 없는 후보활동이라니...
    공약이 있더라도 말씀하신 로드맵도 없는 어이없는 공략들 뿐이죠.
    "쓰레기 봉투 무료"라던가, "구청을 우리동네로"라던가 말이죠 (....)

    • BlogIcon 소금이 2006.05.25 13:04

      한번 뽑으면 적어도 5년간 유지되는 자리인데, 그 5년간의 로드맵조차 제대로 제시하지 못하고 있으니, 정말 한심할 따름입니다.

      요즘 중소기업들도 최소한 2~3년분량의 로드맵을 미리 작성하여 일을 진행해 나가는데.. 정치를 너무 쉽게 보는 것같아 기분이 찹찹합니다. ^^;

  • feeler 2006.05.25 10:59

    정말... 공감 갑니다.
    제대로된 공약 찾기 정말 힘드네요~~ㅠㅠ

    • BlogIcon 소금이 2006.05.25 13:05

      요즘은 이미지 정치다해서, 더 힘든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도대체 노래빼곤 뭐, 듣거나 본게 없으니... _-_

  • BlogIcon 거친마루 2006.05.25 14:24

    일리있는 말씀입니다.
    저딴 성의없는 정치노름꾼들은 한 100표 받고 당선.. 이런 쪽팔림을 겪게 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지난번 지방선거때 도장밥으로 투표용지에 똥 그리고 나오기 운동을 아는 친구들과 실천한 적이 있기도 합니다 : )

  • 투표하세 2006.05.25 16:09

    투표율 떨어지면 정치인들이 반성하게 될거라고 생각하는건 초딩들의 마인드고, 보수정당의 목표중에 하나는 젊은 유권자의 투표 참여율을 최대한 낮게 유도하는 것입니다. 님은 자신이 기권했다고 믿고 싶겠지만, 사실적으로는 한나라당에 한표 던지신거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투표율 1프로까지 떨어져도 절대로 선거제도 안 없어집니다. 리플보다가 웃었어요.

  • BlogIcon 뎡야핑 2006.05.25 16:45

    최악을 막기 위해 차악을 선택하라고 명령하는 사람들 이해 안 가요. 너나 차악을 고르며 차선을 다해 사셈. 키히히 글에 공감~~

  • 민정 2006.05.25 20:06

    지나가는 사람의 헛소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한번 그 후보들 사무실에 전화를 걸거나 사무실로 찾아가서 물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이것저것 자세히 물어보고 인터넷에 신경쓰라고 따끔히 이야기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그후에. 그중 성실한 대답을 해준 후보에게 한표 부탁드립니다.

    • 민정 2006.05.25 20:11

      선거운동원들이 기호 X번 XXX입니다. 라고 외치고 다니는 이유엔. 유권자들의 무관심도 큰 부분을 차지합니다. 자신이 어느선거구에 속해있는지도 모르고. 어느 후보가 몇명의 어떤후보가 나왔는지 모르는 사람이 수두룩합니다. 거기에서 'XXX후보가 XXX공약을 했습니다.' 라고 해봤자. 대체 XXX가 누구야? 라는 반응이 돌아옵니다. 선거운동원들 입장에서는 '기호XX번 XXX입니다.' 라고 하는게 훨씬 효율이 높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