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7. 20. 05:36ㆍIssue/Society
국정원에서 대국민 감청프로그램을 운용하던 실무자가 최근 사망하였다. 검찰에서는 이 사건을 자살이라고 주장하고있으나 그 주장을 받아들이기에는 너무나도 의심스러운 점이 많다. 하여 이번 글에서는 그 의혹들에 대해 정리해 보고자 한다.
먼저 사건은 다음과 같이 재구성할 수 있다.
1. 해킹팀의 실무자인 45세 임모씨는 토요일 새벽 5시에 출근하였다. 오전 8시, 유가족은 당사자에게 10여차례 전화를 걸었으나 받지 않았고, 오전 10시 4분 관할 소방서에 실종 신고를 하였다.
2, 오후 12시 소방관은 휴대폰 위치 추적을 이용하여 자택으로부터 13km 떨어진 지점에 있는 임모씨의 차량 및 시신을 발견하였다.
3. 임모씨의 차량은 2005년식 수동식 마티즈였으나 쉐보레 마크가 달려있고 녹색 구형 번호판을 달고 있었다. 또한 내부 조수석은 번개탄으로 그을린 자국이 존재하였다.
4. 임모씨의 유서는 노트장에 기록된 형태로 3장이 존재하며 이중 사건에 대한 기록이 담긴 1장이 공개되었다.
5. 유서는 유족들의 반대로 공개되지 않고 있다가. 18일 오후 9시 조선일보 단독으로 유서 내용이 공개되었다. 이 보도로 사망자가 국정원 해킹사건의 실무자라는 사실도 밝혀졌다.
6. 공개된 유서에는 국민을 사찰한 적은 없으며, 관련 기록은 자신이 삭제했다고 적혀있다. 또 공개된 유서에는 별첨으로 첨삭이 되어있고, 끝에 '감사합니다'라는 말이 적혀있다.
의혹 1. 왜 신고하였을까?
첫 번째 의혹은 유가족이 왜 신고를 하였을까라는 점이다. 사망자는 국정원 소속으로 일반적으로 신분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이다. 혹 가족이라서 신분을 밝혔다 할지라도 세부적인 업무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즉 유가족은 사망자가 해킹사건 실무 책임자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라고 추측할 수 있다. 유가족이 회사에 추가적인 연락을 취한 사실이 없다는 점도 이 점을 증명한다.
평범한 회사원이 출근하였고, 2시간 동안 연락이 되지 않았다. 이것이 과연 실종신고를 낼 정도로 심각한 사안인가?
경찰조사에서 임씨의 부인은 "남편이 평소처럼 출근하는 것으로 느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1
의혹 2. 왜 경찰서가 아닌 소방서에 연락하였을까?
두 번째 의혹은 왜 경찰서가 아닌 소방서에 연락했을까라는 점이다. 임모씨가 어떤 이유든 급박한 상황에 처했고 이를 신고해야 한다면, 사람들은 경찰을 먼저 떠올린다. 오랜 기간 학습의 효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특이하게 임모씨 가족은 관할 소방서에 연락을 취했다. 또한 추가적으로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
경찰서는 가출신고를 받으면 신고 접수후 24시간 이내에 범죄관련성 여부에 대하여 합심심의위원회를 열고, 납치등 범죄 관련성이 확실히 있는 것이라면 발생지역 경찰서 형사과 실종전담수사팀에서 수사를 시작하게 된다.
반면 소방서는 2006년 자살우려도 긴급구조 요건에 포함하여 휴대폰 위치추적 서비스를 이용한 수색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허위 사실이라도 그 사실이 명확하지 않으면 출동을 해야한다.
유가족인 임모씨 부인은 남편이 평소처럼 출근하는 것처럼 느꼈다고 진술하면서도 불과 2시간만에 소방서에 실종신고를 하였다. 혹 시신이 빨리 발견되어야만 하는 필요가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닐까?
의혹 3. 마티즈 사진은 왜 찍힐 수 있었는가?
세 번째 의혹은 사망자가 탑승한 마티즈 내부 사진에 있다. 병원이 아닌 곳에서 사람이 사망하는 경우 검찰은 사망이 자살인지 타살인지를 결정해야만 한다. 그리고 경찰은 이를 위해 현장에 있던 사람들의 진술이나 필요에 따라 증거를 수집해야만 한다.
그런데 사진 속 마티즈 차량은 증거보전을 위한 아무런 조치도 취해지지 않았다. 기자들이 마티즈 내부의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얼마든지 접근할 수 있었고, 발자국등을 보전하기 위한 폴리스라인도 보이지 않는다. 또한 당사자가 자살했다는 판정 또한 매우 빠르게 나왔다.
일반적인 사망자도 아니고 매우 특수한 정치적 사건에 연루된 인물이 사망하였는데, 어떻게 그리 빠른 판정이 가능하고 왜 현장보전은 되지 않고 있는가. 매우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의혹 4. 왜 조선일보의 단독보도인가?
네 번째 의혹은 국정원 직원의 사망사실을 어떻게 조선일보가 입수하였는지에 대한 의문이다. 조선일보의 단독 보도에 따르면 시정기관 관계자가 조선일보에게 '사망자가 해킹팀 실무를 담당하였다는 사실'을 전달했다고 한다. 그런데 같은 시각 연합뉴스는 이렇게 보도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정원 관계자는 ‘헌신적으로 일하던 직원이 희생된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사망자가 해킹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지 여부에 대해선 관련 법률에 의거,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2
따라서 연합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국정원은 ‘관련법률에 의해 확인해줄 수 없는’사안을 조선일보에게만 유독 확인해 준 셈이 된다. 매우 이례적인 보도가 아닐 수 없다.
의혹 5. 왜 유서에 첨삭과 감사합니다가 존재할까?
97년부터 2006년까지의 유서를 분석한 논문인 '자살행위에서의 '소통적 자살'의 개념화'(박형민)에 따르면 유서는 자살자가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남기고 싶은 여러 메시지들 중 선택된 메시지이자 소통하기 위한 마지막 수단으로서, 내용에 따라 몇 가지 유형이 존재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당사자의 유서는 이 유형에서 자기귀책적 평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이는 실패의 책임이 자기자신에게 있기 때문에 그 책임을 지고 자살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유형은 주로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서 나타난다.
그런데 유서는 이러한 유형을 따르면서도 몇가지 다른 점이 있다. 먼저 첨삭이다. '공작 활동에 지원했던 자료를 삭제하였습니다'라는 대목은 첨삭으로 '대북 공작활동에 오해를 일으킬 지원했던 자료를 삭제하였습니다'로 바뀌었고, '국정원이'라는 부분은 '국정원 직원이'라고 첨삭되었다. 이외에도 많은 부분 수정한 대목이 존재한다.
임모씨가 출근하여 사망하기 전까지 최대 3,4시간이 존재하였을 것이다. 그리고 그 시간 동안에 임모씨는 3장의 유서를 작성하였을 것이다. 심리적으로 매우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이렇게 꼼꼼하게 첨삭을 할 수 있는 정신적 여유가 과연 있었을까? 또한 글씨체는 매우 반듯하여 주저함이 없고, 글의 말미에는 감사합니다라는 문구도 있다. 유서가 아니라 시말서 혹은 사직서로 보이는 부분이다.
아울러 대부분의 유서에는 죽고싶다, 죽겠다, 세상을 떠난다, 부모님에게 먼저 가겠다 등의 죽음을 암시하는 단어들이 있는데 위 유서에는 그러한 내용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물론 유서마다 각기 다른 특징이 있기 때문에 섯부른 일반화는 곤란하지만 죽고 싶다는 말이 단 하나도 등장하지 않는 유서를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매우 의문이다.
이외에도 다양한 의혹들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국정원에 수십년간 근무한 직원이 구형 마티즈를 몰고 다니는 점이나, 마티즈의 엠블럼은 십여만원을 들여 교체하면서도 4만원 가량의 구형 번호판은 그대로 둔 점은 고인의 차량이 정말 맞는지 의문의 여지가 있다.
국정원은 고인의 죽음으로 증명한 유서의 내용을 글자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얼마전 성완종 리스트에서 검찰은 다음과 같은 주장을 하였다.
'고인의 유서내용이 사실임을 입증할 근거가 없다'
진실은 밝혀져야 한다. 그것은 고인의 사망과는 별개의 일이다. 국가가 어떤 폭력을 국민들에게 저질렀는지 또 죄에 대한 죄값은 반드시 치루어져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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