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7. 2. 02:08ㆍIssue/Society
무한도전이 징계를 당했다. 이번에는 메르스다. 7월 1일자 미디어오늘 보도에 따르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지난 6월 13일 방영된 무한뉴스 코너에서 유재석의 발언에 대해 행정지도 처분을 내렸다. 문제의 발언은 다음과 같다.
“메르스 예방법으로는 낙타, 염소, 박쥐와 같은 동물 접촉을 피하고 낙타고기나 생 낙타유를 먹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해당 발언은 현재 VOD 서비스에서 수정되었음)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위험 지역을 ‘중동’이라고 밝히지 않아 국내 염소농가 등에 불필요한 오해와 피해를 유발했기 때문에 징계가 내렸다(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14조). 그러나 위 조항은 예능 프로에는 적용할 수 없는 조항이기 때문에 문제의 소지가 있다.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14조부터 제18조까지는 방송의 객관성에 대해 정의한다. 제14조는 객관성에 대한 정의이며, 15조부터 18조까지는 객관성 유지를 위한 구체적인 시행령을 이야기하고 있다.
16조 : 통계 및 여론조사시 인용방법
17조 : 오보 정정
18조 : 보도방식의 표현
15~17조는 사실을 이야기할 때 어떠한 방법으로 방송해야 하는지를 이야기하고 있고, 18조는 "방송은 극중효과를 위하여 뉴스·공지사항·일기예보 등을 발표하는 형식을 사용할 때에는 보도방송으로 오인되거나 실제상황으로 혼동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다시말해 무한도전이 18조에 따라 뉴스가 아닌 예능 프로임을 밝히고 있다면, 사실이든 혹은 허구이든 어떠한 문제도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영화 속 뉴스를 사실이라고 믿는 이는 없듯이 말이다.
지난 10여년간 대한민국 대표 예능 프로로 자리매김한 무한도전이란 이름은 빼더라도, 당일 방송에서는 무한도전의 예능감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유재석이 낙타를 멀리하자고 하자 박명수가 낙타도 볼 수 없다고 면박주는 장면이나, 예방법으로 나온 손씻기 장면에서는 실제와는 동떨어진 방법으로 손을 씻는 멤버들의 모습 등 뉴스 보도와는 확연하게 드러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언 하나만 꼭 집어서 객관성 위반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현 정부의 무능에 대해 풍자조차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현 정부의 의지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예능 프로조차도 마음껏 사회를 비판하지 못하는 시대. 그야말로 독재의 시대가 아닐까. 개그 프로조차 이렇게 징계를 당하는데 그 어느 방송이 용기있게 정부의 대책을 비판하고 시민들에게 올바른 정보를 보도할 것인가. 이 암울한 시대에 정말 정신 똑바로 차려야 되겠다.
추가1. 염소의 원 출처가 보건복지부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보건복지부는 이를 은폐하려다 발각되었다. 뷰스앤뉴스, "보건부, 문서 조작후 무한도전에 책임 전가", 2015-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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