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9. 1. 22:28ㆍIssue/Society
얼마전 김제동씨가 세월호 유가족을 만난 사실을 뒤늦게 접했다. 그리고 아래는 유가족과 나눈 대화의 한 대목.
시선들 때문에 많이 힘드시죠. 어떤 말이 제일 상처가 되세요. “그만좀 해라” 이런 말?
세월호 유족=당신도 똑같은 상황이면 어떻겠느냐.
김제동=그렇죠. 제가 자식이 없어서 잘은 모르겠습니다만. 그 한 오년 사귀고 칠년 사귄 애인하고 헤어져도 1년 죽을 정도로 힘든데. 그거 수천만배 수억만배 아니겠습니까. 남편 잃은 사람을 이르는 단어도 있고, 부인 잃은 사람을 이르는 단어도 있지만 자식 먼저 잃은 사람을 이르는 단어는 없습니다. 아마 그걸 말로 표현 못하기 때문일 겁니다. 다 이해받고 위로받고, 그렇지 못할 때 느끼는 고통은 제가 다 안다고는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다 안다고 하면 저도 거짓말이니까요.
그래서 저는 다만 제가 드는 생각은요. 제가 어렸을 때 촌에서 자라서 그 새끼 송아지를 먼저 팔면 어미소나 아빠소가 밤새도록 웁니다. 그냥 하루만 우는 것이 아니고, 일주일 열흘을 끊이지 않고 웁니다. 그냥 우는 것이 아니고 막 끊어질 듯이 웁니다. 그러면 적어도 제 기억에는 새끼 소를 팔았던 우리 삼촌, 우리 동네 아저씨가(울먹이면서) 이렇게 그 다음날 아침에 담배 하나 피워물고 소죽을 더 정성껏 끓였고 영문도 몰랐지만 동네 아이들은 그 소 앞에 가서 지푸라기 들고 뭐라도 먹이려고 했어요. 왠지 모를 죄책감을 느꼈고, 어떤 이웃도 어떤 사람도 저 소새끼 왜 우냐고 하는 이웃을 본적이 없습니다. 하다 못해 소에게도 짐승에게도 그렇습니다. 그러면 적어도 그 소가 울음을 멈출 때까지요. 기한은 우리가 정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분들 슬픔이 멈추는 날까지 그때까지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만하라는 얘기는 그것은 맞지 않다. 그것은 확신해서 드릴 수 있는 말씀입니다. 기한은 정해져 있습니다. 여러분들의 슬픔이 끝날 때까지 그렇게 생각합니다. 적어도 그렇게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경향신문 : [전문]김제동과 세월호 가족의 만남
슬픔의 유효기간은 여러분이 슬픔을 잊는 바로 그 날까지이다. 이 한마디를 얼마나 조리있게 풀어내는지... 정말이지 김제동은 대단하다.
슬픔이란 정량적 수치가 아니다. 오늘 12시까지만 슬프고 내일 1시부터는 기쁘다고 말할 수는 없는 것이다. 만약 누군가 이를 제지하고자 한다면 그것은 분명 폭력이다.
새누리당과 보수언론은 말한다. 국정을 위해 유가족이 양보해야 한다고. 그들에게 묻고싶다. 정말 어려운 사람과 아직 여유가 있는 사람, 둘 중에 한 명을 도울 수 있다면 어느쪽이 먼저인가? 우리가 불편하더라도 정말 어려운 사람에게 도움을 먼저 주는 것이 제대로 된 사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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