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협과 홍명보, 비난받기에 충분한 이유

2014. 6. 30. 20:38하루 일기/2014 Diary

대한민국 대표팀의 월드컵이 끝났다. 철이 들 무렵부터 월드컵은 빠지지 않고 응원하였지만, 이번만큼 재미없고 짜증나는 월드컵은 처음인 듯하다. 밀실행정과 인맥축구. 대한민국 대표팀의 현주소이다.

인맥축구는 홍명보의 '박주영 사랑'이 가장 이슈화되었지만, 축협의 홍명보 사랑도 빠질수 없다.  

 

 

2005년 축협은 2급 지도사 자격증(KFA)을 가진 홍명보를 국가대표 대표팀 코치로 임명한다. 국가대표 코치에 대한 지침은 별도로 존재하지 않았으나  '2급 지도사는 중고등학교 감독까지 지도가 가능하다'는 당시의 규정을 볼 때, 홍명보의 코치 임명은 여러모로 무리가 있었다. 그러나 축협은 '말은 코치지만 하는 일은 트레이너 역할'이라는 변명으로 이를 무마하였다. 이러한 축협의 명보사랑은 2009년 U-20 대표팀 감독 선정에서도 그대로 재현되었고, 2014년에도 그대로 이어졌다.

여담이지만 같은 시기 또다른 스타였던 황선홍은 어떠하였을까? 국가대표 감독 외엔 감독직을 수행한 적이 없던 홍명보와는 달리 황선홍은 4년간의 코치 생활끝에  2007년 부산 아이파크 신임 감독으로 취임한다. 당시 부산 아이파크는 서울 연고지 이전, 앤디 애글리와 박성화 감독의 연이은 사퇴로 인해 여러모로 최악인 상황이었다. 심지어 붉은악마는 보이콧 성명을 내기도 하였는데, 그런 팀을 2년만에 피스컵코리아준우승, FA컵 준우승  바꾸고 포항으로 가서는 명장 '황선대원군'으로 불리고 있으니 여러모로 비교되는 셈이다.

어찌되었든 이러한 인맥 축구는 축협에서 감독으로, 그리고 감독에서 다시 선수로 이어지며 '의리축구'를 완성시켰다. 박주영, 윤석영, 정성룡, 김보경, 지동원, 홍정호, 김영권, 김창수... 모두 홍명보의 아이들이다.

선수들은 비난하고 싶은 마음이 없지만, 그들에 대한 언론과 넷상의 글들은 감독이 얼마나 무능력한 기준으로 선수들을 뽑았는지 추측할 수 있게 한다. 리그 출전 시간보다 월드컵 출전 시간이 더 많은 유일한 선수라는 진기록을 남긴 박주영. 크로스 성공률 0%의 윤석영. 알제리전에서 단 한번의 펀칭도, 공중볼 잡기도 성공하지 못한 정성룡. 교체 출전할 때마다 상대방 감독을 환호성 지르게 하는 김보경 등등.. 비주류파였던 손홍민, 이근호, 김승규에 대한 찬사와는 너무나도 비교되는 말이다.

인맥축구가 선수와 팀을 멍들게 하였다면, 밀실행정은 축구계의 존재여부를 뿌리부터 흔든 사건들이다.  대표적으로 조광래 감독은 선수 선발에 축협 임원인 이회택이 관여하여 임의선발을 계속하자 이에 항명하였으나, 이로인해 기술위원회 한 번 거치지 않고 해임되는 수모를 당했다. (감독 선임 및 해임은 기술위원회가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다.) 그해 12월, 조감독은 "기술위원회가 축구협회의 고위층이나 외부의 영향력 있는 집단의 입김에 휘둘리는 존재가 된다면 한국 축구의 미래는 어둡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하며 축협에 직격탄을 날렸다. 이에 축협은 잔여월급을 지불하지 않는 꽁수를 응사하였다.

축협의 밀실행정은 홍명보 때에도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축구...

어린 시절 친구들과 함께 운동장을 뛰놀게하던 유일한 취미였으며, 어른이 되어서는 그 누구보다 열렬하게 사랑했던 축구. 하지만 이제는 더 응원하기 힘들 것같다. 눈에 보이는 더러움조차 치울 생각을 안하는데, 그런 그들을 향해 내 시간을 소모하느니 차라리 길냥이 한 번 더 쓰다듬어 주는게 이익이지 않을까. 이제는 너무 지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