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파업, 간략하게 정리해보기.

2013. 12. 16. 00:50Issue/Society

철도파업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한 번쯤 이번 파업에 대해 정리해 볼 필요가 있어 글을 써 봅니다. 이와 관련된 소식이 워낙에 넘쳐나다보니, 구체적으로 철도 파업을 왜, 무엇을 목적으로 하는지 좀 더 쉽게 설명할 필요를 느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이 철도회사 사장이 되어 경영을 해 본다고 가정해 봅시다. 마치 레일로드 타이쿤처럼 말이죠. 사업을 하기 위해선 먼저 무엇이 필요할까요? 기차도 필요하고, 기차가 달릴 철도도 건설해야 됩니다. 사람들이 타기위해선 기차역도 필수겠죠? 이를 초기투자비용이라고 합니다.

 

 

철도산업은 초기투자비용이 매우 큰 사업입니다. 그렇다고 사람들이 많은 곳에만 철도를 놓을까요? 경영자의 입장에선 매우 솔깃한 이야기이겠지만, 시민들 입장에선 매우 불쾌한 이야기일 것입니다. 하여 정부에서는 시민들이 낸 세금을 모아, 철도사업자가 전국에 모두 철도를 설치할 수 있도록 비용을 대신 지불해주고 있습니다. 이를 PSO, 공익서비스 부담금이라 합니다.

그런데 만약 정부가 이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기업은 당장 파산상태에 빠질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지금 철도시설공단과 코레일이 겪고 있는 경영적자의 원인입니다. 두 공단의 건설부채는 2011년 24.8조원, 2020년에는 최소 50조원으로 예상되며 매년 4천억원 이상을 이자로 지불하고 있습니다.[각주:1] [각주:2] 이 비용은 모두 KTX 철도 건설과 인천공항철도에 대한 건설비용으로 이 비용이 존재하는한 경영흑자는 절대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일각에서 인건비 때문에 적자라고 주장하는 것은 허황된 거짓말이란 것이죠.

자, 그럼 이 비용을 갚기 위해서는 일단 돈을 벌어야겠죠? 이제 지금 파업의 핫스팟인 '수서발 KTX 노선'을 봅시다. 이 노선은 PSO 지원을 받아 철도시설공단이 건설한 노선으로, 한미FTA에서 코레일의 독점운영을 허가받은 황금노선입니다. 연간 순이익은 5천억원 이상 예상되는 노선이죠.[각주:3]

그런데 이렇게 돈만 뽑으면 되는 노선을 '공공성과 효율성'을 위해 자회사로 분리한다고 합니다. 뭔가 이상하죠? 경영정상화를 위해서라는데, 적자노선이나 시스템을 손보지 않고 가장 돈이 되는 노선을 아무런 대가없이 분리시킨다고 합니다. 바보라도 이런 짓은 안할 겁니다. 이에 철도노조는 업무상 배임혐의로 이사진을 고소하였습니다. [각주:4]      

문제는 또 있습니다. 바로 민영화 부분인데요. 이렇게 분리된 자회사는 코레일과 별도로 얼마든지 다른 기업에게 매각이 가능합니다. 다른 기업에 매각하기 위해서는 회사의 운영지침인 정관을 변경해야 하는데요, 현재 철도공사는 자회사에 대한 지분을 41% 가지고 있습니다.[각주:5] 즉 철도공사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민영화가 가능하다는 것이죠. 그리고 이렇게되면 아무도 막지 못합니다.

자, 그럼 철도공사는 민영화를 진행할 것인가. 한달 전 박근혜 대통령의 프랑스 연설을 르몽드지 기사를 통해 확인해 보겠습니다.

 

박근혜, "한국은 공공부문 시장을 외국기업들에 개방할 예정이다"

아울러 박근혜 정부는 WTO 정부조달협정을 개정하여 해외기업이 민영화에 참여할 수 있도록 재가해 놓은 상태입니다. 또 자회사 설립에 반대했던 정창영 사장을 강제 해임시켰습니다.[각주:6] 

민영화가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수많은 노선의 기차표 값이 오를겁니다. 그리고 이는 전국의 모든 노선, 지하철에도 영향을 주겠지요. 이것이 철도노조의 파업을 제가 지지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누군가를 위해서가 아닙니다. 바로 저 자신을 위해, 저는 철도파업을 지지합니다.


  1. http://goo.gl/AQUj5N 참세상, "공공기관 부채의 책임은 정부와 기업에 있다", 2013-11-29 [본문으로]
  2. http://goo.gl/xVj1Dl 국토부, ‘2011년 코레일 영업성적 보고서’ 분석 결과 발표 [본문으로]
  3. http://goo.gl/Lhtt3z 프레시안, "코레일, '수서발KTX' 개통되면 5000억 날린다", 2013-12-10 [본문으로]
  4. http://goo.gl/Esafcv 뉴시스, "철도노조, 코레일 이사진 고발…檢, 곧 수사착수", 2013-12-12 [본문으로]
  5. http://goo.gl/LZj51l 전국철도노동조합, "민영화 가능성 인정한 공사 해명자료", 2013-12-09 [본문으로]
  6. http://goo.gl/vHva9A 프레시안, "http://goo.gl/vHva9A", 2013-05-22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