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4. 29. 00:50ㆍ하루 일기/2013 Diary
최근 다이어트를 하느라 면 음식은 되도록 먹지 않을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가끔씩은 오아시스를 찾아 헤매는 실크로드의 여행자처럼, 면발이 정말 그리울 때가 있다. 특히 라면이 말이다.
몸에 안좋은 라면이 왜 그렇게 끌리는지 아직도 이해할 수 없지만, 어찌되었든 이 순간 만큼은 하루종일 라면 생각만 난다. 그리고 마침내 유혹에 KO패 당하고 찾아가는 곳은 학교내 분식 식당. 주문만 하면 5분내 라면이 나오는 편리한 곳이다.
군침을 삼키며, 면발을 집어 먹어본다. 밀가루 냄새가 물씬 풍기는 라면의 맛. 그토록 원했던 라면이건만, 이상하게 살짝 아쉬움이 남는다. 아마도 내가 원했던 그 시절의 라면 맛과는 달라서 일까?
어린 시절 우리집은 라면을 꽤 자주 먹었다고 한다. 과외선생님으로 일하시는 어머니는 바쁘실 때면 라면을 끓어주시곤 하였는데, 그 때 라면에는 항상 양파가 들어가 있었다. 아마 우리집만의 전매 라면이었을 듯. 이후 자취를 하면서, 그리고 분식집에서 라면을 수도없이 먹어보았지만 그 시절의 라면 맛은 찾을수가 없었다. 재료가 달라진 탓일까?
소설가 성석제씨는 그의 수필집 소풍에서, 어린 시절 라면에 대한 이야기를 썼다. 그 역시 그 때 그 시절의 라면 을 찾기위해 일부러 찌그러진 양은 냄비에 라면을 끓여보기도 하고, 반합을 이용하거나 빈 통조림 깡통을 모닥불에 넣어 라면을 끓여보았다고 하는데 그럼에도 그 맛은 결코 돌아오지 않았다고 한다. 이에 그는 이런 결론을 내렸다.
"나는 결론을 내렸다. 내가 그리워하는 옛 맛은 돌아올 수 없는 그 추억, 그 시절의 맛을 다같이 그리워 하는 것이라고. 그래서 돌아올 수 없고 이제 영원히 다시 즐길 수 없는 맛이다."
인정하기는 싫지만 공감이 가는 말이다. 아마 내가 그 시절 라면맛을 다시 보는 일은 결코 없겠지. 그래서 추억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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