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원 일기 - 12월 1일

2005. 12. 2. 16:37하루 일기/2005 Dirary

요즘 하루에 15시간씩 꼬박 고시원에서 일하고나니 세상살이가 정말 바쁘게 돌아가는 것같다. 이 흐름속에서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내가 어디있는지조차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다행인 것은 이 곳 고시원의 일에 그나마 적응했다는 것이 다행이라고나 할까...

사실 고시원을 처음 들어왔을때는 사시와 같은 고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이 부시시한 머리를 긁적이며 밤새워 공부하는 곳인줄만 알았다. 그런데, 왠걸.. 이곳에서 학생은 단 둘이다. 바로 나와 초등학생 4학년인 은혜.. 대부분 회사를 다니는 직장인들이 방을 차지하고 있다. 뭐, 회사원이 아닌 분들도 있지만.. 정말 다양한 모습의 사람들을 이곳에서는 쉽게 만날수가 있다. 그리고 그것이 즐겁다는 것이 그나마 축복일려나.. 그러나 가끔씩은 자리를 떠나지 못하는 이곳의 특성때문에 슬프거나 안좋은 일도 묵묵히 받아들여야 할때가 있다. 바로 지금처럼...

방금전에 한 아주머니가 다녀가셨다. 한 40대쯤.... 밤늦게 손님이 오는 경우는 드문지라 나가보니 갑자기 사진 3장을 꺼내시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하시는 말씀이 이 사진의 애가 우리 아들인데 혹시 본 일이 있냐고 물으시는 것이었다. 흠,,,

사진속의 애는 대략 18? 많이 주어보아야 20을 넘지 못한 옛된 얼굴에 흰 티셔츠를 입고있는 아이.. 무슨 일인지는 모르지만 아마 가출을 한 모양이다.

그러나 다행히 우리 고시원에는 없는 얼굴이기에 저희 고시원에는 없네요라고 말씀드렸다. 가출학생이 없다는 안도감.. 그리고 아들을 다시 찾기위해 이 추운날 밤거리를 헤메야하는 아주머니에 대한 미안함.. 글쎄.. 그 순간의 기분은 무어라 표현할 수가 없다.

다행히 정신을 차리고, 혹시 누군가 볼지도 모르니 연략처를 알려달라고 했다. 그러자 아주머니는 갑자기 한달 방값을 물으시는 것이었다.


"여기 한 달 방값 얼마예요?"

"네? 아, 한달에 이십만원인데요..."

"그럼, 저희 아들이 오기에는 힘들겠네요. 저희 아들은 돈이 없거든요.. 이 추운날 어디에 있는지.."


그러시면서 방이 참 따뜻하고 좋네요라고 칭찬하시는데, 나에게 그 말은 단순한 칭찬이 아닌 이 추운날 떨고있는 아들에 대한 절규와 비명처럼 들려왔다.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아주머니는 조용히 돌아가셨다. 아마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시간에도 아주머니는 추운 길거리를 헤메고 다닐 것이다.

이름 모를 가출자들이여. 그대는 아는가.. 지금 이 시간에도 눈물을 흘리며 기다리는 자들의 마음을...

아직 늦지않았다. 잊혀지지 전에 부모님의 가슴에 못을 밖기 전에 돌아가주기를 바란다. 그것이 그대가 할 수있는 최고의 효도일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