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글: 한미FTA와 저작권의 비친고죄에 대하여.

이 글은 원문 ‘한미 FTA가 시작되었다.’에 달린 아카사님의 댓글에 대한 답글입니다. 처음에는 포스팅으로 답글을 남길 생각이 없었는데, 동일한 내용의 댓글이 무의미하게 반복되는 바, 그간의 의견과 내용을 정리하는 편이 더 유익하다고 판단하여 글을 남깁니다.

1. 저작권의 비친고죄에 관하여.
친고죄란 공소제기를 위해 피해자나 기타 고소권자의 고소가 요구되는 범죄를 말합니다[각주:1]. 친고죄가 존재하는 이유는 각국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으나, 국내에서는 판례와 일반적인 인식에 기반을 두어 다음의 2가지 이유를 들고 있습니다[각주:2].

a. 범죄사실을 일반인에게 알리는 것이 피해자의 명예에 영향을 줄 수 있을 때.
b. 피해에 따른 손실이 미비할 때[각주:3].

즉 범죄에 따른 손실이 적고, 주로 피해자의 이익을 침해하는 범죄에 관하여 굳이 피해자의 감정이나 의사를 무시해가며 처벌할 필요가 없을 때 친고죄가 성립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또한 친고죄는 검찰이 기소하는 현재의 형사절차에 피해자를 참가시킴으로서 검찰의 기소독점에 대해 통제를 가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역할도 맡고 있습니다.

그럼, 비친고죄는 무엇이며, 저작권법에 어떤 식으로 적용이 되는가? 이 문제에 대해 답하기 위해선 먼저 저작권법의 목적이 무엇인지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 목적은 저작권법 제1조에서 밝히고 있습니다.

이 법은 저작자의 권리와 이에 인접하는 권리를 보호하고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을 도모함으로써 문화 및 관련 산업의 향상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즉 저작권법의 목적은 저작자와 저작인접권자의 권리를 보호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저작권과 저작인접권에 일정한 제한을 가하여 공공의 이익을 도모하고, 이를 통해 사회, 문화 발전에 도움을 주는 것이라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저작권에 의한 개인의 권리보호와 사회의 이익도모 중 어느 곳에 더 초점을 맞추어야 하는가는 현재 저작권법의 목적이 일차적으로 저작권자를 보호하고, 궁극적으로 문화 향상발전을 도모한다고 되어있으므로 개인의 권리보호보다는 사회 전체적 적합성에 중점을 두는 실정권설이 저작권의 본질이라 할 수 있습니다[각주:4].

아울러 댓글에 작성한 저작권 위반에 따른 범죄행위가 비친고죄에 대한 여부도 이러한 전제를 기반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현재 국내 저작권법의 형사 처벌에 대한 조항은 원칙적으로 친고죄이나(저작권법 제140조),  FTA 협정문에서는 저작권법의 친고죄와 비친고죄 조항의 구분을 넘어 상업적인 규모 (commercial scale)로 고의에 의한 저작권 침해 행위에 대하여는 피해자의 고소 없이도 당국이 형사절차를 개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를 위한 정부의 조치는 한미FTA 협정문 제18항 부속서한 3과 제27조의 내용에 있습니다.

 

협정문에서는 불법복제와 같은 저작권 침해 행위에 대해 직권 조사 및 기소가 가능하다고 되어있고, 부속서한에서는 이를 위한 조사, 형사조치, 기소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각주:5].

문화체육관광부는 개정 법안에 대해 인터넷을 통해 대규모 침해행위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로 인해 저작권 피해가 심하기 때문에 비친고죄가 필요하다고 합니다[각주:6]. 그러나 제 생각은 굳이 비친고죄가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미국과 같이 비친고죄를 개정할 필요가 없는 이유는

첫째, 협정문에 법적 조치(legal action)에 대한 자세한 정의가 없으며 의무화가 아니라는 점입니다[각주:7]. 즉 친고죄로 운영하여도 한미 FTA 조항을 위반하는 것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주장의 근거로는

a. 미국법에서 친고죄와 비친고죄에 대한 구분이 한국의 형사법과 동일한 수준일만큼 의미있지 않으며, 오히려 한국의 기존 저작권법이 더 엄격하다는 점
b. 현재 미국의 저작권법 위반은 비친고죄에 해당된다 할지라도 당사자간 협의로 해결되는 일이 많다는 점.
c. 기존 저작권법에 다만 '상습적인 침해행위'를 추가한 것이 개정 저작권법이며 이의 비친고죄 범위가 협정문의 처벌 대상과 거의 일치한다는 점
d. 소프트웨어를 가장 많이 소유하고 있는 국가가 미국이고 한국에서의 프로그램저작권 침해를 친고죄로 운영하는 것이 권리자에게도 유리하므로 미국이 이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

등이 현재 제기되고 있습니다[각주:8].

둘째, 비친고죄를 유지할 경우, 소프트웨어 산업에 대한 악영향과 처벌의 확대가 예상된다는 점입니다. 주장의 근거로는

a. 일반 저작물은 저작권 침해시 즉각적인 산업의 피해로 연결돼 처벌과 복제물의 신속한 제거가 중요하나 , 소프트웨어는 상당수 불법복제자가 침해자인 동시에 잠재 고객이며 대부분 기업들이 구매한다는 점
b. 국가가 저작권 단속을 위해 상습적이고 대대적인 단속을 벌이게 됨으로서 범법자를 양산하고, 기업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하여 역으로 S/W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점
c. 정품 S/W 사용자에 대한 역차별과 단속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

를 들 수 있습니다. 좀 더 간단히 말하자면, S사에서 천만원짜리 S/W를 10개 깔고 쓰다가 나중에 단속에 걸려서 조용히 벌금형으로 마무리 지어도 개발사에서는 알 수가 없으니 실질적인 이득이 안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비친고죄의 경우 과도한 저작권의 과보호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저작권자가 저작권 의사를 명백히 밝히지 않고 잠재적으로 자신의 저작물이 이용되기를 원하는 경우나 사회공공의 측면에서 저작권자의 의사에 반하지 않는 저작물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방법들이 여러 가지가 있는데, 저작권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처벌된다면 사회적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아울러 국내 저작권위반에 따른 기소자 9만명 중 청소년의 수는 2만 명으로 이중 상당수는 저작권 침해사실을 모르고 있거나, 저작권을 침해하는 지 여부를 명확하게 구분할 수 없어 처벌을 받은 것입니다. 즉 단순한 처벌보다는 예방을 통해 더 저작권 보호가 활발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이죠.

2. 한미FTA에 따른 저작권법 개정이 불공정한지 여부

한미 FTA 협정문 제 18장에는 복제권에 대한 범위를 지정하고 있으며, 조항의 원문은 아래와 같습니다.

Article 18.4 (COPYRIGHT AND RELATED RIGHTS); 1. Each Party shall provide that authors, performers, and producers of phonograms have the right to authorize or prohibit all reproductions of their works, performances, and phonograms, in any manner or form, permanent or temporary (including temporary storage in electronic form).


미국의 저작권법은 제101조 복제물에 대한 규정에서 백업, 하드로 자료를 옮기는 일시적 저장에 대해 복제로 보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는 한미 FTA 협정문과 상충되는 내용입니다. 그럼에도 미정부는 이에 대해 아무런 조치도 취하고 있지 않으며, 나아가 ‘제18장(지적재산권)을 이행함에 있어서 법률상 또는 행정상 변경은 필요하지 아니한다.’라는 행정조치성명을 승인함으로서 추가적인 개정은 없다고 분명히 밝히고 있습니다.

또한 미국은 한미 FTA 이행법에서 특별히 규정된 경우 이외에는 어떠한 미국 법령도 개정 및 수정하지 않으며, 협정문이 미국법령과 충돌할 경우에는 효력이 없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즉 ‘미국법령 > 주법 ≧ 미국의 한미 FTA 이행법 > 한미 FTA 협정문’인 것입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협정문에 맞추어 법을 다 수정하였습니다. 또한 개정 저작권법은 국내법으로 가장 높은 순위에 있습니다.

3. 한미FTA에 따른 저작권법 개정이 산업에 이익이 되는지 여부
마지막으로 아카사님은 저작권법이 외국에 유리해질 수 있는지에 대해 문의하셨는데, 사례가 방대하다보니 전체를 말하기는 힘들군요.

다만 알아두어야  할 점은 미국의 저작권산업은 한국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고,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미국 저작권산업의 연평균 성장률은 3.19%이며 GDP 대비 약6%(2002년 기준)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반면 국내 저작권산업을 비교해보면, 서비스업의 경우 60억달러 수준의 만성적자국이며, 지적 재산권은 미국의 1/50도 못 미치는 상황입니다. 또한 저작권산업의 핵심 사업인 통신방송 분야, S/W, IT 서비스는 매년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FTA에 관련하여 지적재산권 산업의 가장 큰 이슈 중에 하나로는 의약 분야의 허가·특허 연계제도에 따른 제네릭(복제의약품) 시판 방지제도 입니다. 2015년 시행되며, 특허권자가 이의를 제기하면 특허 쟁송이 해결될 때까지 복제약을 생산하거나 판매할 수 없습니다.

현재 대다수의 의약 특허가 미국에 있다는 점, 그리고 신약개발이 단기간내 이루어 질 수 없다는 점을 볼 때 가장 큰 손해가 예상되는 부분이지요. 참고로 우리나라과 미국과의 기술격차는 미국이 100일 때 약 70%에 못 미치는 수준입니다.

정부출연연구기관 합동보고서에 따르면 한미 FTA 발효 이후 국내 제네릭 의약품 생산은 향후 10년간 연평균 686억~1천197억원 감소할 것으로 예측되었고, 시장 위축에 따른 소득 감소 규모도 457억~797억원 수준에 달할 전망이라고 합니다[각주:9]. 또 수입은 향후 10년간 연평균 1천923만달러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으나, 정부 추정치이기 때문에 손해는 더 커질 수 있습니다.

아울러 S/W 분야에서도 그간 우리나라는 온라인 다운로드 판매에 대해 관세를 부여하였으나, 이번에 폐지[각주:10]되었습니다. 미국은 우리나라와 같은 인프라가 갖추어지지 않아 무관세를 적용하고 있었는데, FTA로 인해 미국의 입장을 들어준 것이죠.

FTA와 관련하여 산업 전체의 전망을 보면, 지금 이명박 정부는 GDP 6% 성장한다고 홍보하고 있는데, 참여정부 시기 KIEP 자료를 보면 최대 1.99% 성장한다고 나옵니다. 이것도 많이 준 것이고, 미국제무역위원회 자료를 보면 0.7% 성장한다고 나오죠. 원/달러 환율변동에 따지면 거의 미비한 수준입니다. 여기에 수입이 늘어나면서 대미 무역수지에 대해 적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합니다[각주:11].

PS.1] 내용이 방대하여 각 내용마다 출처를 달았으니, 더 자세한 내용을 알고싶다면 참고문헌을 확인하기 바랍니다.

  1. 1. 이은모, 형사소송법(제2판), 박영사, 2011, p174 [본문으로]
  2. 2. 박달현, 친고죄와 고소불가분의 원칙, 형사법연구 제12호, 1999. 12, p385 [본문으로]
  3. 3. 김병일, SW저작권에 있어서 비친고죄 적용 기준에 관한 연구, 한국소프트웨어저작권협회, 2007.12, p7-8 [본문으로]
  4. 4. 정재준, 한미 FTA 협정문 제18장 저작권법의 형사정책적 고려, 동아법학 제54호, 2012. 2, p460 [본문으로]
  5. 5. $18 Confirmation Letter (Online Piracy Prevention): after the date the Agreement enters into force, a policy directive establishing clear jurisdiction for a division or joint investigation team to engage in effective enforcement against online piracy. This team will investigate and initiate criminal actions to address online piracy, including with respect to U.S. and other foreign works, whether ex officio or at the request of a right holder. The team will take these actions in a manner that is transparent to right holders. In addition to prosecuting direct infringers, Korea agrees to prosecute individuals and companies that profit from developing and maintaining services that effectively induce infringement. [본문으로]
  6. 6. 문화부, 한미 FTA 이행을 위한 개정 저작권법 설명회 보도자료, 2011. 12. 14, P51-52 [본문으로]
  7. 7. 양용석, 한․미 FTA 지적재산권 쟁점사항 비교분석을 통한 정부의 대응방안, 한국지적재산권법제연구원, 지적재산권 제17호, 2007. 1 [본문으로]
  8. 8. 이대희, 한미FTA와 효과적인 SW 저작권 보호, 한국경영법률학회, 한미 FTA와 효과적인 소프트웨어 저작권 보호방안 세미나 자료집, 2010. 11 [본문으로]
  9. 9. 아이뉴스, 한미FTA 통과 '신약 특허권 강화'…제약업계 '설상가상', 2011.11.22 [본문으로]
  10. 10. 김현수, 한미 FTA 체결이 우리나라 소프트웨어산업에 미치는 영향, 한국소프트웨어저작권협회, 2006.11 [본문으로]
  11. 11. 이해영, 한미 FTA의 소위 '경제효과' 비판, 2007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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