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 서거, 조중동은 남달랐다?

2009. 8. 19. 16:25Issue/Society

노 전 대통령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어제 김대중 대통령의 서거를 접하고 나니 왠지 모르게 하루가 무력해지는 느낌입니다. 그간 뉴스를 통해 몸이 불편하시다는 소식은 듣고 있었지만, 너무나도 갑작스러운 죽음은 말문을 잃게 합니다. 하지만 그분의 죽음을 잊지 않기 위해, 누군가는 오늘을 기록해야 되겠지요. 그 누군가가 블로거든 혹은 기자이던 말입니다.

문득 김대중 대통령의 서거에 언론사들은 어떻게 반응하고 있을지 궁금해 집니다. 특히 조중동은 지난 10년간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해 악의에 찬 비난과 왜곡된 보도를 일삼아 왔는데, 고인의 죽음에 대해 또다시 모독을 가하려는 것은 아닌지 불안해 집니다. 그래서 한 번 조사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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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18일자 네이버 뉴스 캐스트입니다. 기사 배치와 메인 기사를 보면, 조중동과 기존 언론사와의 시각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특히 메인 기사를 보면, 조중동은 모두 벙어리장갑을 주요 기사로 내세우고 있는데, 이는 대통령으로서 공인에 대한 죽음보다는 '김대중'이라는 일개 개인의 죽음을 부각시켜 사건을 축소하려는 전략으로 보입니다. 반면 경향과 한겨레는 김대중 대통령의 재임 시절 업적과 정치적 메시지를 각각 메인 기사로 올려놓았습니다. 또한, 관련 기사 수도 조중동에 비해 배 이상 차이가 나는 사실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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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사 홈페이지에서도 차별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조선일보는 근조 배너를 가장 늦게 달은데다가, 기사 취급에 있어서도 기존 이슈와 동등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언론사 중 유일하게 추모게시판을 운영하지 않는 점도 조선일보다운 면이군요. 조선일보의 불편함은 19일자 사설, '김대중 대통령과 그의 시대'에서도 그대로 드러납니다.

"그는 재임 중 언론의 비판을 인내하지 못하고 햇볕정책에 대한 언론의 비판을 가혹한 세무사찰로 막아보려 했다. 그리고 언론을 향한 그런 태도는 그의 정치적 계승자인 다음 정권으로 이어져 정치와 언론 모두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어제 오바마 미 대통령은 '그의 조국에 대한 헌신, 한반도 평화노력, 자유를 위한 희생은 결코 잊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며, 햇볕정책이 결코 실패한 정책이 아님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주었고, 노벨위원회에서는 공식 멘트로 '말할 수 없는 슬픔, 남북한 화해 영원히 기억'이라고 발언하였는데, 조선일보의 치졸함은 마치 4차원 세계에 갇힌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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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평상시 다른 모습도 엿보였는데, 이 날 김대중 대통령의 서거 소식에 달린 댓글 상당수가 위와 같이 삭제되었습니다. 이는 조선일보가 역풍을 피하기 위하여 미리 선 조치를 취한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김대중 대통령의 서거가 한나라당과 조선일보에 큰 역풍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전망은 이미 몇 차례 예고되었으니 틀린 말은 아닌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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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과 동아는 비슷한 전략을 취하고 있습니다. 벙어리장갑을 메인 기사로 걸어놓은 것은 여전하지만, 별도의 추모 게시판을 생성하고 생전 업적에 관한 기사나 사진도 추가되어 있군요. 다만 댓글을 삭제하는 등의 추가적인 조치는 보이지 않고 있어, 추모게시판에서의 인신공격은 상당한 수준입니다. 글로 옮겨적기가 무서울 정도로 정말 악의적인 글이 많이 눈에 띄는군요. 정신병자가 아닌지 의심스러운 글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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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조중동과 반대편에 서 있는 한겨레는 어떨까. 한겨레는 추모 홈페이지의 정석이라 할 만큼 별도 섹션 관리와 기사 수에서 이미 큰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시간대별로 김대중 대통령의 서거를 보도한 기사나 현장 동영상도 충실한 편이며, 추모 게시판도 타 언론사와는 달리 상당히 신경을 쓴 모습이 엿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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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사 홈페이지를 방문하며 죽은 고인에 대해서도 끝까지 적의를 풀지 않는 조중동의 행태에 다시 한 번 분노를 느낍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지난 10여년간 말도 안 되는 궤변을 늘어놓으면서도 그 뻔뻔함을 감추지 않는 조중동, 정말 공공의 적이라 불릴 만 하군요. 과연 고인의 죽음마저도 폄하하려 노력하는 이런 언론사들을 대한민국 대표언론으로 불러야 할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