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를 불러일으키는 정직한 글쓰기.

2009. 3. 12. 01:11Issue/IT

일전에 블로그가 언론사로 성장할 수 없는 이유는, 느슨한 게이트키핑과 정형화되지 못한 윤리관에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즉 언론사는 기자가 개인적인 감정이 담긴 취재를 진행하더라도, 보도 자료를 만드는 과정에서 무수한 게이트키핑을 통해 일정한 객관성을 유지할 수 있지만, 블로그는 자기 스스로에 대한 검열에 무척 관대하여 지속적으로 일정한 객관성을 유지하기에 한계가 있다는 말이었습니다.

자신의 글을 자기 자신이 평가하기란 무척 어려운 일입니다. 자신이 쓴 글이라 하여, 관대하게만 평가한다면 아집과 오류 속에 신뢰성을 상실할 것이고, 반대로 엄격함만을 강조한다면 글쓰기에 흥미를 잃어버릴 것입니다.

이에 대해 저는 몇 가지 원칙을 가지고, 글을 작성하고 있습니다. 글에 대한 정직, 독자에 대한 정직, 그리고 나에 대한 정직이 바로 제가 기준으로 삼은 원칙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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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에 대한 정직'
다른 이의 창작을 존중하는 글쓰기를 의미합니다. 요컨대, 다른 사람의 글을 표절하지 않고, 사진, 글, 영상을 인용하면서 저작권을 준수하는 것을 예로 들 수 있겠습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국내에선 이 글에 대한 정직성이 가장 큰 문제였지만, 최근에는 CCL 라이선스의 도입과 스크랩이 아닌 링크의 활용이 적극적으로 홍보되면서 글에 대한 정직성을 유지하는 글들이 많아졌습니다.

그러나 이 부분은 직접적으로 법에 따라, 블로거에게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점에서 언제 어디서나 방심할 수 없는 사안입니다.

글에 대한 정직이 글 내적인 면을 검열하고 있다면 ‘독자에 대한 정직’은 외부에서 글의 정직성에 영향을 끼치는 일들을 감시합니다. 예를 들어, 블로그 마케팅의 일환으로 블로거가 기업으로부터 계약을 체결하여, 해당 기업의 제품에 대한 글을 쓰기 시작하였다면 블로거는 이 사실을 독자에게 알릴 필요가 있습니다.

나아가 독자에 대한 정직성을 유지하려면 기업으로부터 받은 보수가 자신이 쓴 글에 대해 과한 것은 아닌지 스스로 점검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와 연관된 국외 사례로, 2007년 Knight Digital Media Center에 기고 된 ‘온라인 저널리즘’이란 글을 보면, 너무 큰 사례에 대해서는 이를 거절하거나, 사회복지단체에 기부하도록 권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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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에 대한 정직성은 궁극적으로 자신이 쓴 글에 누가 어떤 영향을 얼마만큼 주고 있는지를 알리는 데 있습니다. 글쓰기에 영향을 주었다는 사실은 독자들에게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만큼, 이를 정직하게 알리는 일은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마지막으로 글을 평가하는 검열요소로는 ‘나에 대한 정직’이 있습니다. 나에 대한 정직은 법률적, 물질적인 면이 아닌 정신적인 면에 관여합니다. 자신이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일들에 대하여 마치 전문가처럼 아는 체 글을 쓰는 행위, 혹은 자신의 주장과 어긋난다고 하여 주어진 정보를 왜곡하거나 은폐하는 행위. 스스로 양심을 속이는 모든 행위에 대해 '나에 대한 정직'은 경고를 보냅니다.

'나에 대한 정직'은 글쓴이가 자신이 쓴 글이 독자들에게 얼마만큼 영향을 주는지 인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자신이 아는 범위 내에서 솔직하게 자신의 의견을 드러낼 수 있도록 조언해 줍니다. 이러한 글은 비록 지식의 깊이가 깊지 않더라도, 깨끗하고 순수한 빛깔의 지식으로 누구에게나 신뢰받을 수 있습니다.

글에 대한 정직, 독자에 대한 정직, 그리고 나에 대한 정직. 이 세 가지 정직을 지키며 글을 쓰는 일은 무척 힘든 일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자신의 글을 읽고 누군가 기뻐하거나, 혹은 슬퍼하는 모습을 생각하면, 이러한 정직성을 유지하는 일이 결코 어렵게 만은 느껴지시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자신의 글에 대해 여러분은 어떤 기준으로 작성할 것인지, 한 번 고민해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