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의 단절, 청와대 블로그는 대화를 원하는가?

2008. 5. 8. 20:13Issue/Society

지난 2003년 청와대 블로그가 처음 세상에 나왔을 때, 많은 네티즌들은 새로운 소통의 장이자, 정치 혁신의 관문으로서 청와대 블로그가 자리매김하기를 희망하였습니다. 비록 대통령이 직접 쓰는 글은 아니었으나, 블로그 개설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담은 청와대 비서관의 일지를 비롯하여 정치적 이슈에 대한 네티즌들의 토론의 장으로 청와대 블로그는 그 소임을 다하였고, 그리하여 올해초 블로그가 폐쇄되었을 때에는 많은 이들이 이를 아쉬어하며 청와대 블로그를 다시 열어달라는 서명운동을 펼치기도 하였습니다.

지난 4월, 이명박 정부의 이름 아래 청와대 블로그가 '푸른팔작지붕아래'라는 이름으로 다시 블로거 곁에 돌아왔습니다. 그러나 새로 개설된 블로그에서는 서로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의 향취도, 국가 정책에 대한 진지한 열망도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무엇이 블로거들의 등을 돌리게 한 것일까요?


개인 블로그 vs 정부 블로그

흔히 블로그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을 갖추어야 된다고 합니다.

꾸준히 쓸 것.
좋아하는 것만 쓸 것.

꾸준히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 매진하라는 말은 일반 블로거들에게 있어 최고의 조언이 될 수 있지만, 기업이나 정부 기관의 블로그에선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습니다. 기업 블로그는 모든 일에 있어 수익 여부를 판단해야 하며, 정부 블로그는 홍보에 치중하는 편이 강하기 때문에 좋아하는 것만 쓰다가는 자칫 광고 블로그로 낙인찍힐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5월 7일자 청와대 블로그의 '광우병 괴담 10문 10답'이 그 대표적인 예로서, 홍보성에 치우쳐 무리한 주장을 하다보니 역으로 국민들의 반감을 사게 되었습니다. 특히 괴담이라 밝힌 10가지 사안은 오늘자 연합뉴스가 소개한 FDA 문건을 비롯하여 많은 블로거들에 의해 이미 반박자료가 올라온 사안으로, 유럽 의약품 의원회(EMEA), 미 의약협회등 공신력을 갖춘 여러 기관의 자료에 비해 막연하게 안전하다고만 말하는 정부의 주장은 별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


소통 vs 불신

청와대 블로그가 가지고 있는 두 번째 문제점은 소통의 부재와 화자(話者)의 오만함을 들 수 있습니다. 무릇 소통이란 상대방의 응답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행해지는 의사소통 행위로서, 말하는 사람의 입장보다는 듣는 이의 입장을 우선시 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덕목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청와대 블로그는 7일자 '댓글 만문만답(萬問萬答)! 블로그 청문회!!' 포스트를 통해 이를 뒤집어 버립니다. 진지한 분위기속에서 진실을 알기를 원했던 국민들은 외계어와 이모티콘으로 마치 장난처럼 쓰여진 포스트에 어이를 잃고 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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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포스트의 한 부분]

아울러 '모든지 답해준다'라고 말하면서 정작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청문회 시간동안 답변하지 못한건에 있어서는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 새로운 게시물을 올릴예정입니다'라고 회피하는 거짓된 모습 또한 소통의 기본을 모르는 무지한 처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 진지하게 말할려고 하는 찰나에 '말해, 들어는 줄께'라고 건성으로 듣는 모습을 취한다면 그 누가 대화를 하고 싶어할까요?


변화하는 모습을 기대하며.

사실 이같은 소통의 부재는 비단 청와대 블로그에 국한된 문제가 아닙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금일 기자단 오찬에서 '수입업자도 장사가 안되면 안 들여온다'라고 말하며 문제의 책임을 수입업자에게 돌렸고, 정운천 농림수산부 장관은 청문회 당시 '미 쇠고기로 곰탕을 만들어 공무원 식단으로 제공하겠다'는 발언을 하여 공무원들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습니다. 또한 경찰은 독재정권 시기를 연상케하는 중고등학교 사찰을 진행하고 있어, 과연 이 나라 정부가 국민을 위한 정부인지 이명박 대통령의 독재정부인지 아리송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권위와 오만은 블로거에게 기피의 대상일뿐 대화의 대상이 아닙니다. 기억하세요! 대화는 서로가 동등할 때, 진행될 수 있습니다. 동문서답으로 책임을 회피하고 사소한 이득을 위해 상대방을 무시하기보다는 상대방을 이해하고, 그들의 마음을 들어주는 노력이 필요한 때입니다. 진정 대화하길 원하는 청와대의 모습을 기대하며 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