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1. 22. 06:01ㆍ하루 일기/2008 Diary
오늘 우연히 귓가에 익은 노랫소리를 듣게 되었다. '얼굴 찌푸리지 말아요, 모두가 힘들잖아요' 가사말이 조금 다르긴 하지만 몇년전 내가 즐겨불렀던 노래, '꽃다지'의 '얼굴 찌푸리지 말아요'였다. 노래는 아동용 애니메이션 '요랑아 놀자'에서 방영되었는데 동지라는 말대신 친구라는 말이 쓰이고, 좀 과격한 말은 삭제된 것을 제외하곤 그 때 그시절과 변한 것이 없었다. 몇년전에 컬투라는 가수가 바꾼 가사라던데, 그 곡이 아동용 애니메이션에 실리고 있던 것이다.
민중가요가 그렇게 불릴수 있다는 사실에 좀 놀랍기도 했고, 당황스러웠다. 이 곡은 내가 대학교에 들어가서 처음으로 배운 곡이라 그런지도 모르겠다. 99년 당시 나는 동아리연합회에 갓 입단한 신입부원이었다. 저녁무렵이 되면 까칠까칠한 수염을 결코 깍지 않았던 회장 형은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곤 하였는데, 그때 불렀던 노래가 바로 이 '얼굴 찌푸리지 말아요'였다. 부르면 부를수록 어느새 힘이 나는 노래, 한총련 사태이후 학생운동은 막을 내렸지만 누구나 한두개쯤은 민중가요를 부를수 있을만큼 노래는 잊혀지지 않았다.
생각해보니 어느덧 10여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이제 캠퍼스에서 학생들이 모여 투쟁하던 모습은 더이상 보이지 않고, 민중가요 역시 어느덧 우리들 품 속에서 사라졌다. 그런데 문득 옛 추억의 노래를 다시금 듣게되니 반가운 마음이 앞선다. 비록 가사는 달라지고 그 뜻마저 변해버렸지만, 여전히 우리곁에 살아 숨쉬는 노래를 듣고 있자니, 지난 10여년간 고생했을 이 친구의 애달픔이 전해진다고나 할까.
그래, 그걸로 된 것이다. 살아있기만 한다면, 언젠가 진실된 모습을 되찾을 날이 오겠지. 마크로스에서 민메이가 노래로 전쟁을 종식시킨 것처럼, 노래에 담긴 메세지는 감춘다고하여 결코 감추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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