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들어 가장 주목받는 애니메이션 감독이 있다면 그건 아마 마이클 두독 데비트(Michael Dudok de Wit) 감독이 아닐까 생각한다. 청소부 톰(Tom sweep), 수도사와 물고기(The Monk and the Fish)등 주옥같은 전작으로 이미 많은 주목을 받은바 있는 마이클 감독은 2001년 아버지와 딸(Father and Daughter)이라는 작품을 세상에 내놓으면서 다시금 떠오르는 스타가 되었다.

2001년 안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 대상, 2001년 자그레브 애니메이션 페스티벌 대상등 세계 4대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을 석관하였으며 이후 아카데미 단편애니메이션 부문상 수상까지 수여받은 이 작품은 국내에 그림책으로도 소개되 많은 사랑을 받은바 있다.

아버지와 딸은 아빠에 대한 그리움을 평생 마음속 깊이 간직한 한 소녀의 이야기이다. 어린시절 아버지를 따라 강가에 도착한 소녀. 그리고 못내 아쉬운듯 소녀를 꼭 껴안고 배에 오르는 아버지.

이후 8분간은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소녀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태풍이 몰아치는 날에도, 비가 오거나 헤드라이트를 켜야할만큼 어두운 밤에도 그렇게 소녀는 아버지가 떠난 자리를 둘러보며 그리움을 삼킨다. 시간이 흐르고, 소녀는 여자아이에서 여인으로, 그리고 한 남자의 애인에서 두 아이를 둔 귀품있는 중년부인으로 그렇게.. 그렇게.. 성장해간다.

그러나 여전히 소녀는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멈추지 못한다. 시간이 흘러도 그리움은 흘러가지 않는다.

다시 시간이 흘러 소녀는 노인이 되었다. 젊은 시절 몇번이고 언덕길을 날라다녔던 자전거는 이제는 작은 돌조각 하나 넘기지 못하는 낡은 고물이 되어 제 스스로는 서있지 못할정도가 되었다. 이제 소녀는 자전거를 뒤로 한채, 그 옛날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마지막 여행을 떠난다.

요제프 이바노비치의 '다뉴브의 잔물결'을 배경으로 애잔하면서도 때론 격동적인 스토리는 이렇게 막을 내린다.

작품을 보고나니 왠지모를 애절함이 가슴속 깊이 밀려들어왔다. 충격.. 그래 충격이었다. 특히 마지막 노파가 아버지의 보트에서 잠이든 후에 다시 아버지를 만나는 장면은 묘한 여운을 불러일으키는 최고의 컷이었다. 어느 기사를 보니, 소녀가 여인의 모습이 되어 아버지를 만나는 것은 아버지에 대한 사랑을 갈망하는 오디푸스적 표현이라고 했는데, 내가 보기에 소녀가 여인을 모습으로 아버지를 만난  까닭은 아버지가 있었기에 삶을 살아갈수 있었던 그녀의 삶속에서 가장 화려했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라고 생각한다. 한마디로 '나 이만큼 했어요~'라고 자랑하는 딸아이의 모습이랄까..

전작 수도사와 물고기(The Monk and the Fish)에서 감탄할만한 공간적인 활용을 보여주었던 마이클 감독은 이번에 먼거리에서 피사체를 잡는 롱쇼트 기법을 이용하여 마치 한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는듯한 현실성을 극대화시켰다. 여기에 연필로 그린듯한 세밀하면서도 입체적인 장면의 묘사는 작품을 보는 내내 캐릭터의 얼굴 표정조차 볼수 없는 애니메이션임에도 불구하고 넓은 공간을 한눈에 보는 듯한 인상을 준다.

필름2.0에서 사상 최고의 작품 베스트 10중 4위에 오르기도 한 이 작품은 영화제에서 왜 관객들이 기립박수를 칠 수 밖에 없었는지를 보여주었던 내인생 최고의 명작중에 한 작품이다. 그리워 한다는 것, 잊을수 없다는 것.. 세월의 흐름에 따르는 기억의 윤회가 이 속에 담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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