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 2일째, 무영검과 청연을 보다.

2006. 6. 23. 20:18Issue/Movies

오늘은 대종상 심사 2일째날, A조에 속한지라 아침부터 걸음이 바빠집니다. 첫 영화가 오전 10시 반부터 시작되거든요. 아침에 늦잠만 자지 않으면 넉넉하게 갈 수 있는 시간이지만, 새벽에 브라질전을 보느라 조금 졸았습니다. 이구구.. 벌써부터 체력이...=ㅂ=)r- _-);;;;

헐레벌떡 도착하니, 9시 40분. 다행히 신길역에서 전철이 빨리 온 탓에 예상보다 일찍 올수 있었네요. 어제는 한 20여분 기다려서 겨우 탔는데... 아침은 간단한 샌드위치와 콜라로 때웠습니다. ㅇㅅㅇ

[무엇이 들어있는지 모를 샌드위치(1000원)와 살 무지 찌는 콜라(500원)]


간단한 아침식사를 마치고 라운지로 돌아와보니, 자원봉사자 분들꼐서, 수고를 해 주시고 계시네요. 어제와는 달리 포스터도 달고, 나름대로 접수대를 꾸미는 중입니다.


아침 10시. 제가 일착으로 표를 받았습니다. 오~ 예~ ♥_♥ 역시 일등이 좋군요... ㅎ_ㅎ;; 표는 한 표로 무영검과 청연을 모두 볼 수 있답니다. 뭐, 특별한 것은 없고요. 오른쪽 팜플릿에는 심사할 작품 일정이 적혀있네요.


상영 10분전부터 입장이 가능하다길래, 다시 라운지로.. 30분동안 뭘 할까 하다가 오락실이 보이길래 오랜만에 들어가 보았습니다. 근데 영 아니군요... 1945라니... 이거 언제적거야? 혹시 고전게임 테마파크에 온 건가.. 시중에선 절대 볼 수 없는 고전 게임에 나름대로 놀라버린...(퍼즐 보글보글도 있고, 킹오파는 01년 제품이더군요 /뷁)


노래방도 있었는데, 노래는 못부르므로 패스~ 구경만 하다보니 10분이 훌쩍 가버리는군요. 다시 입장대로 고~ 고~

첫 작품은 무영검이더군요. 망해버린 발해의 왕자를 찾아 왕국을 다시 세운다는 내용이었는데, 제가 워낙에 무협지 매니아라서 그런지 내용이 좀 식상하더군요. 뻔할 뻔자라고나 할까.. 의상상 심사품목(아, 요건 저희가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전문위원만 평가한다는군요. 기술부분은 모두 일반심사 위원이 평가할 수 없답니다. ^^)에 오른 작품인데, 확실히 올해 출품된 작품중 유일하게 특이한 복장인듯... 약간 판타지 분위기가 나더군요...

그나마 와이어 액션을 보니, 기존에 보지못한 슬라이딩 공격등 조금 특이한 면이 없지않아 있지만, 역시나 후반부 진중하고 비장한 돌격씬이 웃음이 나올수 밖에 없게하는 스토리상의 진부함과 어이없음은 이 영화에 대한 평가를 하락시키는군요. 도대체 공성전에 말을 타고 돌격하다니... 이거 생각이 있는거야, 없는거야..ㄱ-

두번째 청연은 1시간뒤인 1시 15분부터 시작한다고 자원봉사자분들이 알려주시네요. 시간이 남길래 바람이나 쐬고 올려고 잠시 밖에 나갔습니다.

아니, 근데 이게 왠 걸. 꽤나 재미있는 사건이 벌어졌네요.


접촉사고인지 두 아저씨가 서로 밀치면서 싸우고 계시는군요..ㅇㅂㅇ)/ㅋ 스트리트 파이터?! 한참동안 말싸움을 하시더군요. 옆에 분들은 힐끔힐끔 쳐다보고.. 근처에서 사진기들면 째려볼까봐 멀리서 한 장 찍었답니다. 사진은 협의후 보험사를 부르는 사진..  역시 싸움구경이 최고로 재미있군요.. 0ㅇ0) (역시 난 사악해..)

편의점에서 볼펜 하나를 사고 돌아오니, 12시 40분. 어라? 근데 영화가 상영한다고 들어오라네요. 한시 15분 아니었어??

ㄱ-ㅋ 자원봉사자분들의 훼이크에 걸려들뻔 했다는.. 무슨 일인지 모르지만 다시 정상대로 12시 50분부터 영화가 시작되었네요. 두번째 작품은 청연.(요건 다음 포스트에서 자세히 다룰 예정입니다. ^^)

이전에 친일논란에 휩싸인 작품이라 내심 걱정했었는데, 그건 기우였군요. 도대체 이 작품이 뭐가 친일작품이라는 건지.. 분명, 영화의 모델인 박경원이 친일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허나 영화는 작가의 상상력에 의해 재창조된 픽션이지 사실을 다루는 다큐가 아닐지언데, 언론사에서 조금 오버가 심한 것같군요.

한  역사의 인물을 평가하는 일은 어디까지나 사학자와 같은 전문가에 의해 이루어지는 일이며, 나는 이들 전문가가 고작 영화속의 인물과 현실속의 인물을 동일시하는 착각을 범할거라곤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영화속 인물은 영화의 잣대로 평가해야지 거기에 다른 잣대를 들이내미는 것은 뭔가 아니라고 생각되네요.

우려와는 달리, 기대이상의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이런 기회가 아니었다면 꽤나 좋은 수작을 놓칠뻔 했군요.

영화 관람을 마치고 나니, 4시. 크레딧이 올라가자 사람들이 빠져나가기 시작하네요.

여기서 잠깐 /!!

잠시 영화 예절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이번 일반심사위원직은 적어도 어느정도 영화에 대한 관심이 있어야 참여가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의외로 관람매너가 0점인 분들이 많으시더라고요. 자신은 모를지 모르지만, 아래에 적어둔 내용은 하면 욕먹는 행동이니 좀 자제해 주시길...

1. 늦게 들어온 경우.
보통 영화관에서 지각하면 입장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상하게 이번 심사회에선 지각하신 분들도 입장이 가능하도록 해 놓았군요. 첫방이 10시 반부터 시작되었는데, 늦게와서 들어오시는 분들이 꽤 되시고요. 개개인에게 무슨 사정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10분전엔 입장할 수 있도록 미리미리 준비해 주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늦게온 경우는 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계단을 이용해서 올라오시고, 중간의 빈자리에 그냥 앉으시면 됩니다. 자기 자리찾겠다고 다른사람 보고있는데, 굳이 그 앞으로 지나다닐 필요가 없다는 뜻입니다. 오늘보니까 200명 좌석에 대략 20여분정도오신 것같던데, 굳이 20명 사이의 그 자기자리에 앉겠다고 주변사람 다 제끼고 가운데 들어가는 이유를 모르겠군요.

2. 휴대폰에 대해.
휴대폰 매너모드는 기본이고, 상영중에 문자 좀 보내지 맙시다. 밑에서 휴대폰 창 열고 있으면 위에 보는 사람은 그 휴대폰불빛때문에 관람에 지장이 있습니다. 오늘도 청연 상영중에 어느분이 문자를 보내시던데, 자리를 박차고 나갈정도로 급한 사정이아니면 좀 참아주세요.

3. 먹는 것
어제 보니까 어느분이 팝콘을 사다가 우그적우그적 소리내며 드시더군요 ㅡㅡ; 저희가 영화를 관람하는 이유는 시간떼우며 놀기위해서가아니라 심사위원으로서 평가를 내리기 위함으로 알고 있습니다. 다른 심사위원들의 평가를 위해 관람에 지장되는 행위는 좀 자제해주셨으면 합니다.

4. 크레딧 타임에 대해.
대부분의 국내극장들이 다 그렇지만 크레딧 타임이 되면 불이 들어옵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우수수 다 빠져나가지요. 다른 분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평가자로서 매우 안좋은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분들은 크레딧 타임을 어떻게 활용하고 계신지 모르겠지만, 저는 그 시간동안 영화에서 받은 느낌을 정리하고 동시에 1시간반동안 저에게 의미있는 시간을 갖게해 주신 영화제작자분들에게 감사를 보내는 시간으로 크레딧 타임을 소비합니다.

친구집에 놀러가서 실컷 놀다가 아무말도 없이 가면 그건 예의가 아니겠죠.

게다가 크레딧 타임에는 영화 OST를 풀버전으로 들을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고, 저희가 평가할 배우가 누구인지 실질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시간입니다. 일부 영화에선 이 시간을 이용해 에필로그가 방영되기도 하지요.

오늘 방영한 무영검에선 이 시간에 어린시절의 연소하와 대정현의 만남과 이별부분에 대해 에필로그 형식으로 방영하였습니다. 이부분을 보아야, 왜 후반부에 정현이 소하의 부상에 그리 화를 내었는지, 그리고 소하가 노장군과의 만남에 왜 그리 기뻐하였는지등후반부에 남겨진 주요복선들을 이해할 수 있지요.

근데 역시나 보지도 않고, 불이 켜기 무섭네 다들 쌩하고 나가시더군요 ㅡㅡ;

어떤 생각으로 일반심사위원에 지원했는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어느정도 영화에 관심이 있기에 지원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몇몇 분들을 빼고는 그냥 놀러오신 것같더군요. 평소 습관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중요한 자리인 만큼 관람 예절 좀 지킵시다.

스스로 원했기에 지원해서 뽑힌 자리인데, 그 자리를 스스로 망쳐서야 어디 떨어진 사람들 보기 부끄럽지 않습니까. 조금만 더 주의깊게 행동해 주셨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이렇게 크레딧 타임에는 스틸샷등 다양한 볼거리들이 있는데, 왜 영화를 100% 다 즐기지 못하고 그냥 나가는지 모르겠군요. 그래보아야 1~2분 차이일텐데. 딱 2분만 여유를 가집시다.]

두번째 날은 이렇게 마쳤답니다. 그래도 서울은 다소 양호하게 진행되었는데, 다른 지방분들 관림기를 보니 불평이 이만저만이 아니네요. 이번에 대종상 영화제를 지방으로 이전한다는 소식이 있어서 그런지 지방단체들의 로비와 전시행정이 상당합니다. =ㅂ=)r 음료수하고 기념품도 준다는군요. ㅋㅋ

내일은 파랑주의보와 사생결단을 보는 날이군요. 오늘 본 청연에 여우주연상과 신인여우상 후보자가 있던데, 내용을 잘 정리해서 올려보아야 겠습니다. 그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