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추리 시위를 지지하지 못하는 까닭
2006. 5. 13. 03:50ㆍIssue/Society
이 글은 아킬레스님의 포스트를 트랙백한 글입니다. |
그리고 이에 대한 나의 입장을 정리하자면, '나는 이 시위를 지지하지 못하며, 다만 사태에 대해선 지켜본다'라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지지하지 않는다'가 아닌 '지지하지 못한다'라는 수동적인 문장을 쓴 까닭은 시위측과 정부측 모두, 결론을 도출해내기 위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해주지 못한 까닭이다. 따라서 나는 내가 수집한 단편적인 정보에 의존할수 밖에 없는 한계성을 가지며, 이러한 한계성을 극복하기 이전까지는 최종결론을 유보하겠다.
현재 내가 시위대를 지지하지 못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먼저 가장 큰 이유는 그 목적의 불분명성이다.
현재 범대위측은 시위대의 목적이 '대추리 농민들의 거주권 보장'이라고 말하고 있으나. 시위과정에서 보이는 피켓들을 보면 그 목적과는 부합되지 않는 문구들도 많이 보인다. 가령 '노무현 정권 퇴진', '한반도 전쟁 반대'와 같은 문구가 대표적인 문구이다.
노무현 정권이 퇴진한다해도 대추리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 것은 아니며,(지금은 일인 독재의 시대가 아니고, 미군기지 문제는 이미 20여년전부터 시작된 문제이다.) 한반도 전쟁반대와 대추리 주민의 거주권 보장이 직접적으로 어떠한 연관이 있는지도 알수 없다. 한반도 전쟁반대는 오히려 미군철수 주장과 일맥상통하는 면을 보인다.
시위대측은 이러한 의미불명의 모호한 주장을 나열하고 자신의 입장에 따라 이러한 주장들을 변조하는 방법을 쓰고 있는 것이 이들을 지지할수 없는 첫번째 이유이다. 특히 시위대측은 소수의 입장에서 자신의 주장을 좀더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제시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내용은 찾아볼 수가 없다.
( 만약 그들이 진정으로 대추리 주민들의 의견을 외부에 표출하도록 도와주고 싶다면, 현재 이러이러한 문제가 있어 토지수용을 하는데 지장이 있으니, 보상금을 몇% 더 인상을 하여, 이주 농민들이 안정적인 삶을 살수 있게 하던지 또는 서산 개척지외에 별도의 지역에 농지를 보상하여, 이주권을 자유롭게 해 달라는 등의 의견을 내어야한다.
무조건 이 지역에 미군기지를 지을수 없으니, 정부의 공권력이 물러나야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정부와 협상할 마음이 없다라는 소리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두번째로 시위대에서 보여지는 문제점은 이론적이고 합리적인 주장이 아닌, 감성에의 호소를 하고있다는 점이 단점이라고 볼 수 있다.
이것이 시위대가 의도한 것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한계례, 오마이, 프레시안등 진보라 불리는 언론들은 사태를 감정적으로 몰아가고 있다.
가령 한겨례 5월 3일자 기사를 보면 '여명의 황새울 주민도 5월도 짓밞혔다'라는 기사가 나온다. 이 기사를 보면, '이날 군경의 작전은 유례없이 '폭력적'이었다.'며, 따로 따옴표를 사용하여 폭력적이라는 말을 강조하고 있다. 동시에 시위대의 피해만 부각하면서, 시위대의 '지름 5cm, 길이 3~4m의 대나무봉'은 경찰과의 충돌과정에서 '이미 갈라지고 부러져 '무용지물'이 되었다고 두둔했다.
더나아가 한겨례 신문을 보면, 이날의 충돌을 광주사태와 같다고 보도하는등(임종인 의원의 "80년 5월 광주민주화 운동 당시 신군부의 도청 점령을 연상케한다"라는 말을 여과없이 인용한 것같다.)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하고 사태에 대한 지극히 편협적인 현상만을 취재함으로서 사태의 극단성만 부각시키고 있다.
비단 이는 신문뿐만이 아니라, 블로거들의 글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난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라는 시적인 문구에서부터 울부짖는 농민들 사진까지. 각각의 글과 사진들을 보면 분명 심적으로 관심을 가질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은 왜 그들이 그렇게 힘들어하는가에 대한 구체적인 이유는 밝혀내지 못하고있다.
대부분 '농민들은 이 땅에서 계속 살고싶다'라는 문구로 끝을 맺는 이러한 글들은 정부가 떠나면 잘 살 수 있으니 떠나라라는 정도의 감상적이고 이상향적인 의견밖에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현상은 어찌보면 포퓰리즘에 가깝다고 본다.)
또한 폭력시위도 이번 사태에 대해 비판적일수 밖에 없는 이유중에 하나이다. 비무장의 군인을 상태로 죽창등의 흉기를 이용해 폭력을 행사한 점은 그들이 소수의 약자라는 말에 의구심을 가지게 한다.
그들이 정말 소수의 약자로서 자신들의 의견을 존중받고 싶다면, 그보다 더 소수의 약자인 군인들의 상대로 폭력을 휘두르는 일은 없었어야 한다. 군의 경우 애초에 시위진압과는 무관한 제삼자였으며, 상부의 통제에 의해 상대방에 그 어떠한 폭력이나 대응도 할 수 없는 철저한 약자였다.
그리고 이 사실은 시위대측에서도 인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저항할수 없는 군인을 상대로 불필요한 폭력을 행사하였다. 이른바 소수의 횡포이다.
스스로 약자라고 말하면서 강자에겐 약하고 약자에겐 철저하게 강경하게 대응하는 시위대의 자세는 그들이 정말 순수하게 도움이 필요한 약자인지 의구심을 가질수 밖에 없는 요소이며 더 나아가, 군인들을 폭행하고 시설물을 파괴하였으면서도 군에 의해 폭행을 당했다고 억지를 부리는 시위대의 행태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공공의 이익을 들을수 있다.
개인이 자신의 행복을 위해 개인의 이익을 추구하듯, 사회역시 사회전반의 행복을 위해 공공의 이익을 추구한다.
그리고 이러한 공공의 이익은 소수의 의견도 존중하되, 다수의 이익을 추구하는 방향성을 지닌다.
이번 주한미군 기지이전의 경우, 5000만평의 토지를 돌려받고, 300만의 토지를 제공하는 것이 계획의 목적이다. 즉 300만의 토지를 제공함으로서 5천만평에 이르는 토지에 대한 재산권을 다시 행사할 수 있고, 이는 곧 5천만평의 땅주인들이 자신의 행복을 추구할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정부는 대상지인 300만평의 토지에 대해서 그들의 이익을 최대한 보존하도록 보상을 해 주었으며 이에 대추리의 경우, 80%의 주민들이 그 보상에 만족하고 이주를 결심했다. 그리고 이러한 행동에 대해 대다수의 시민또한 동의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선거공략중에 하나가 미군기지를 수도권밖으로 이전하겠다는 것을 기억해라.)
현재 한국의 미군에 대한 의존도는 좋든 싫던지간에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들이 대한민국의 이익에 부합되는 이상, 정부는 그들에게 그에 준하는 편의를 제공할 필요가 있으며, 그곳이 평택이던지 아니면 제삼의 지역이던지간에 그것은 피할수 없는 사실이다.
결국 평택지역에 해당 미군기지가 들어서지 않는다 할지라도 대한민국 어딘가엔 미군기지가 들어설수 밖에 없는바, 지금의 시위는 지극히 소모적인 논쟁,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본다.
따라서 이같은 사유로 인해 나는 대추리 시위를 지지하지 못한다.
p.s] 얼마전 푸르미님의 포스트에서 광주항쟁과 이번 대추리 사건이 같다는 글을 보았다. 그러나 나는 이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 대추리는 개인의 거주권 보장이라는 물질적 사익을 보장하기 위한 행동이며, 광주항쟁은 전두환 퇴진과 김대중 사면이라는 쿠테타와 독재정치에 대항하여 민주주의로 복귀를 꾀하는 일련의 이념적 투쟁이다.
또 국가의 일방적인 폭력이라고 말하였지만, 광주항쟁이 전두환의 독단적 조치에 의해 군이 투입된 것에 비해. 대추리 시위는 정부의 헌법에 의거한 정당한 행위이다. 또한 노무현 대통령은 미군기지 이전을 이미 대통령 후보시절, 선거공략으로 내세웠으며 이를 지지한 시민들에 의해 당선된바 국민의 동의 또한 얻은 정당한 행사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두 사건은 그 목적과 행위에 전혀 동일한 점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단지 철조망 작업을 하기위해 군이 투입되었다는 이유하나만으로 두 사건을 동일시하는 것에대해 나는 동의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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