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소년에서 어른으로.. - 은하철도 999
2006. 4. 28. 17:56ㆍAnimation/Ani-Review
은하철도의 밤을 시작하며...
물도 공기도 없는 우주공간을 기차가 달린다는 것은 좀 이상해 보이지만, 어찌되었든 그들은 달렸다. 심지어 창문도 열어놓고 말이다..
그리고 그 열차안에서 한 소년은 다짐했다.
영원한 생명을 얻기위해 기계인간이 되고싶다고...
우리들이 태어나기도 전에 수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던 은하철도 999의 시작은 바로 이렇게 시작되었다.
아직도 '기차가 어둠을 헤치고 은하수를 건너면...'를 흥얼거리는 어른들이 있을만큼 수십여년동안 마음속 깊이 감동의 준 은하철도999의 성공비결은 무엇일까?
흔히 은하철도999는 철이의 성장드라마라고 말해진다.
15세의 철이(원래 이름은 호시노 테츠로이지만 웬지 철이가 더 어울린다)는 어머니를 잃고 기계인간이 되기위해 메텔과 함께 기차를 타고 먼 여행을 떠난다. 그리고 기차가 우연히, 혹은 예정된 역에 정차할 때마다 새로운 세계가 나타난다.
질투하는 사람들, 슬퍼하는 사람들, 좌절하는 사람들, 기뻐하는 사람들, 시기하는 사람들... 그런 수 많은 별들을 지나며 철이는 점점 어른이 되어가고 결국 기계인간이 될 수 있는 마지막 종착역에서 그는 과감히 어린 시절의 꿈을 배반한다.
왜냐하면 소년은 더이상 소년이 아닌 어른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철이는 감정이 없는 기계인간으로 영원히 사는 것보다는 슬픔과 기쁨을 함께 느끼며 살아가는 한 명의 사람으로 남기를 원한다. 그리하여 철이는 기차를 타고 다시 여행을 떠난다. 도착지는 지구...
정거장에서 메텔은 철이에게 다음과 같이 말한다.
"안녕, 나는 너의 소년 시절의 꿈속에 있는 청춘의 환영일 뿐이야..."
그리하여 소년은 어른이 되었다.
마츠모토 레이지는 은하철도999을 통해 많은 것을 이야기한다. 1000이라는 완전한 숫자에서 하나 모자른 999. 그것은 바로 철이의 삶이며, 메텔의 삶이며 바로 우리들의 삶이다. 그 삶은 실로 다채로운 것이어서 마치 철이가 지나는 정거장 숫자보다 더욱더 많은 다양한 것이다. 자본주의, 공산주의 혹은 계급주의.. 수많은 삶이 스쳐지나간다.
그리고 그 속에서 철이는 고민한다. 한편 각 별마다 철이의 티켓을 노리는 자들이 끊임없이 등장하는데 이는 바로 갈망하는 우리 자신의 모습이다. 이 부정한 현실에서 빠져나가기 위한 탈출구. 메시아인 것이다. 그러나 마지막엔 결국 철이의 손으로 다시 티켓이 돌아오고 갈망하는 자는 영원히 별에 남는다.
이러한 모습들은 내심 조용하고 담담하게 그려지고, 그 모든 이야기들의 안에는 뭐라고 단정지어 말할 수 없는 슬픔이 내재해 있음을 우리는 은연중에 느끼게 된다. 그것이 바로 마츠모토 레이지의 정서이며 그가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이다.
일본의 저명한 만화가인 마츠모토 레이지의 대표작은 77년작 "우주전함 야마토(우주전함 V호)(마스다 토시오 감독)", 78년작 "은하철도 999 (린 타로 감독)", 82년작 "나의 청춘 아르카디아 {하록선장}(카츠마타 토모하루 감독)" 등이다.
그 중 지금 이야기하는 이 "은하철도 999"는 일본의 요절한 작가 미야자와 겐지가 쓴 동화 "은하철도의 밤"에서 그 영감과 동기를 얻었다고 볼 수 있겠다.
이후 "은하철도의 밤"은 따로 영화판 에니메이션으로 제작되기도 하였다.
물론 "은하철도 999"도 이후에 "안녕 은하철도 999"란 이름으로 영화판으로 제작되었다 - 거기서 철이는 어른으로 나온다.
"은하철도 999"는 도에이 애니메이션사에서 제작되어 후지 TV를 통해 78년 9월부터 81년 3월까지 2년 6개월간 방영되었는데 최고는 22.8%, 평균 15.5%의 만화로써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일본의 대표적 드라마판 만화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은하철도 999"의 배경은 그의 또다른 작품들인 "1000년 여왕", "나의 청춘 아르카디아" 등과도 많은 연관성을 가지고 있는데, 은하철도의 여주인공인 메텔은 "1000년 여왕"에서 1999년 9월 9일 9시 9분 9초에 지구와 충돌한다는 행성인 "LA-METAL"이 고향인 일종의 외계인이다.
또한 하록 선장은 처음 기계제국을 건설하던 무렵, 인간성 상실의 세계에 반기를 든 영웅 중의 하나가 아니었던가(은하철도 999중엔 가짜 하록에 대한 에피소드까지 있다).
이런 같은 작가의 작품의 연계는 훨씬 더 그 작품의 스케일을 방대하게 하고, 그 작가만이 만든 작은 세계의 치밀성에 감탄하게 만든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 "은하철도 999"의 내용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그저 '철이가 메텔을 만나 기계인간이 되기 위해 여행하는 이야기'라는 것 이외엔 거의 알지를 못한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우리는 왜 철이는 은하철도를 타야만 했는지, 메텔은 어디서 나타난 여자이며, 왜 철이를 데려갔는지, 그 여러가지 알 수 없는 비밀들과,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었던 은하철도의 배경에 대한 이야기를 간략히 이야기해 보도록 하겠다.
안드로메다의 라메탈(LA-METAL)이라는 행성에는 천재 여성 과학자 프로메슘과 그녀의 남편 닥터 반이 살고 있었다. 그 둘은 완벽한 질서와 영원함이 가득찬 기계제국을 꿈꾸었다.
그리고 결국 프로메슘이 여왕이 되어 그들이 꿈꾸던 기계제국을 만들어 내었지만, 그 기계제국에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는데 바로 인간이라는 존재성의 상실, 물질 만능주의가 그것이었다.
그리하여 그런 피도 눈물도 없는 기계제국에 반기를 들고 우주를 유유자적하며 인간적인 삶을 살아가는 그 시대의 영웅들이 있었으니 바로 하록, 에메랄더스, 토치로 등이 그들이다.
또한 프로메슘의 남편 닥터-반 또한 기계제국에 회의를 느끼고 아름다운 인간들의 세상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뒤늦게 깨닫지만, 그땐 이미 늦어버린 후였다.
한편, 하록과 절친한 친구이자 우주 최고의 기사였던 흑기사 파우스트는 하록과는 달리 영원한 생명을 꿈꾸며 프로메슘의 뜻에 따라 기계인간이 되어 기계제국의 전설의 전사가 되었다.
그리고 그 파우스트의 부인이 바로 철이의 엄마였고, 파우스트의 아들이 철이였던 것이다.
한편 철이의 엄마를 사랑하고 있었던 닥터-반은 철이 엄마가 철이를 낳자 그 모자가 인간성이 상실된 기계인간이 되는 것을 우려하여 그 둘을 비밀리에 지구로 피신시키게 되고, 그 사실을 알아차린 프로메슘은 질투에 불타 닥터-반을 처형하고 지구로 기계인간을 보내 철이 엄마를 사살하고, 급기야는 박제까지 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파우스트는 기계제국에는 새로운 젊은 전사가 필요함을 주장하며 철이를 기계제국으로 데려와 새로운 전설의 기계전사가 되게 하길 원했고, 프로메슘은 파우스트의 뜻에 따라 자신의 딸을 지구인의 주성분인 단백질로 만들어진 일종의 [클론]으로 변신시켜 지구로 철이를 찾아오게 보내는데, 철이를 찾기 위해 메텔을 철이 엄마와 똑같은 겉모습을 갖게 한다(여기에는 메텔이 이전에 남자였었기 때문에 이후 기계제국의 여왕으로 만들기 위해 여성으로 만들었다는 설도 있다).
그리하여 메텔의 슬픈 여행이 시작되는 것이다.(닥터-반은 처형당하기 전 메텔에게 하나의 펜던트를 주는데 그것은 기계제국 전체를 멸망시킬 수 있는 엄청난 에너지이고, 그것은 이후 철이에게 유용히 쓰이게 된다).
메텔은 이후 끊임없이 지구에서 소년들을 기계제국으로 데려오지만, 번번이 다른 소년을 데려오고, 그 소년들은 기계제국에서 인간성이 황폐화된 기계전사가 되어 버린다.
그리고 그 죄책감에 메텔은 까만 문상복을 입게 되는데 그렇게 메텔이 죄책감을 느끼게 되는 소년들 중 가장 첫 희생양이 바로 "가짜 하록"이다. 가짜 하록은 파우스트를 아빠로 믿다가 얼마 후 메텔이 또 다른 철이를 데려오는 것을 보고, 심한 배신감을 느끼게된다.
그리하여 은하철도 999가 안드로메다의 기계제국까지 오기 위해선 꼭 거쳐야 하는 대 분기점인 헤비멜다에 자신의 요새인 시간의 성을 구축하고, 메텔이 데려오는 소년들을 시간의 흐름 속에 가두어 두려고 한다. 그리고 그 마지막 주자이자 운명적으로 만나는 용사가 바로 철이였던 것이다.
하지만 메텔은 철이에 대해 그가 파우스트의 아들임에 대한 확신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때때로 철이가 메텔의 품에 안겨 '마치 엄마의 품과 같다'고 버릇처럼 말했기 때문이었다.
그리하여 메텔은 가짜 하록과 목숨을 건 결전을 준비하기도 한다. 어찌했건 결국 철이는 기계제국에서 결코 기계인간이 되지 않았다.
또한 철이는 운명적으로 자신의 아버지인 흑기사와 운명을 건 사투를 벌이게 되는데 이것은 재미있게도 스타워즈에서 다스베이더와 루크와의 싸움과도 너무 흡사하다. (참고로 다스베이더와 루크가 결투하는 장면은 스타워즈 에피소드 4-제다이의 귀환 편에서 나오는데 그 작품은 83년 작품이다. 그렇다면 스타워즈가 은하철도의 영향을 받은 것일까? 하지만 스타워즈는 77년에 그 1편이 완성되었고, 이미 그때 스타워즈의 모든 시나리오는 완성된 상태라고도 한다. 과연 어떤 작품이 어떤 작품에 영향을 준 것일까?)
결국 철이는 그 엄청난 기계제국과의 싸움을 마치고 결국 다시 인간의 길을 찾아 999호를 타게 된다.
그렇게 철이는 그의 소년 시절을 마감한 것이다.
명왕성에 자신의 시체(복제인간이 되기 전)를 보며 흐느끼던 온통 슬픔으로 가득한 메텔의 777호와 가로지르며 나아가는 철이의 모습은 지금까지도 우리의 머릿속에 생생히 남아 있다.
글을 마치며..
총편수 113화. 다수의 극장판과 외전스토리를 가진 은하철도 999는 이렇게 막이 내렸다. 어린시절 그저 철이와 메텔이 좋아 은하철도를 보았다면 이번에는 좀더 진지한 눈으로 그들의 여정을 따라가면 어떠할까..
그럼 안녕...은하철도, 안녕 메텔...내 청춘의 허상이여... 사요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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