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기억되지 않을 승리자.
2006. 3. 20. 13:20ㆍIssue/Sports
어제 한일전을 끝으로 그들의 리그는 막을 내렸다. WBC 제1회대회, 4강진출. 썩 나쁘지 않은, 아니 대단한 성과이지만 어제 경기는 너무나 화가났다. 일본전이라서가 아니다. 같은 팀을 상대로 3번이나 싸우면 최약체가 아닌이상 질 수도 있는 일이다. 하물며 우리보다 몇십년 앞서 야구를 들여온 일본이라면 더욱더 말이다.
내가 화가 난 이유는 승부에서 너무 큰 점수차가 벌여졌기 때문이다. 그동안 1,2점차로 승부가 갈리던 이전 게임에 비해 6:0이라는 큰 점수차의 패배. 그래서 나는 선수들이 병역혜택을 받았기 때문에 너무 편하게 경기를 하다 진 것이라 생각했다. 한마디로 긴장이 빠졌다고나 할까..
그러나 하루가 지난 오늘, 곰곰히 생각해보니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적어도 그들은 국가대항전이 아니면 경기장 한 번 안찾는 나보다 훨씬더 야구를 사랑하고 그에 몸을 바치는 열정적인 사람이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스포츠하면 농구, 축구, 야구를 말할만큼 야구란 이름은 친숙하게 대중화되어있다. 그러나 막상 야구를 할려면 너무나 힘든 상황에 휘말리게 된다.
클럽문화가 활성화된 것도 아니고, 경기를 할려고해도 마땅한 장소나 팀을 구성할 친구들도 없다. 20년전 매일매일 밖에서 놀던 시절에도 그랬는데, 요즘같이 온라인 게임이 판치는 지금은 더욱더 그러하다.
그렇다고 학교에서 하는 것도 아니고.. 초중고를 거쳐왔지만 야구에 대해 정식으로 배운적은 없다. 아, 발야구도 야구라면 야구일려나.. 대학시절 교양과목으로 한학기 배웠지만 대부분 기본기에서 끝. 정말 한국에서 야구하기란 힘들다.
그리고 이러한 여건은 수치로 나타난다. 옆나라 일본의 수천개의 클럽, 그리고 그에따른 수만의 클럽인들은 제외하더라도 프로리그가 출범된지 20년이 지난 현재에도 제대로된 돔구장하나 없는 한국의 야구현실은 그들이 얼마나 열악한 환경에서 싸워왔는지를 잘 대변해준다. 그들은 어떤 의미에선 '헝그리' 파이터들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선전했다. 마지막 패배가 있기 전까지 6연승이라는 신승을 올리며 빛나는 경기를 펼쳐왔다. 그러나 아무리 관우나 장비같은 장수라도 백만대군앞에 혼자 선다면 무기력할수 밖에 없다. 만약 그들의 곁에 든든한 후원군이 있다면 오늘같은 결과가 나왔을까.
구대성 선수를 비롯해 많은 선수들이 부상으로 엔트리를 빠져나가도 이를 대체할만한 인력이 없는 상황. 그리고 이것이 바로 패인으로 이어졌다.
승부의 패배를 자책하고 있는 것은 선수들이지만, 정작 부끄러워 할 이들은 우리들이다. 한때만 반짝하고 금새 잊어버리는.. 비단 야구뿐만 아니다. 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서 금은을 싹슬히 했던 쇼트트랙 선수들도 어느새 잊혀졌고, 올림픽때면 우리에게 승리의 감동을 주는 대한민국의 양궁전사들도 잊고있던지 오래이다.
그래서 냄비근성이라고 하던가..
많은 것을 바라지는 않는다. 그들을 위해 부담이 될 정도의 짐은 지지 싫지만, 적어도 더나은 경기를 위해 좀더 즐길수 있는 스포츠를 위해 아주 조금쯤은 힘이 되어주면 안될까.
이번 WBC를 통해, 구단을 초월한 '파란 도깨비'라는 응원단이 만들어졌고, 앞으로 좀더 많은 일들이 벌어질것이다. 그리고 약간의 관심으로 우리는 그 대열에 합류할수 있다. 다음엔 이렇게 허무하게 끝을 내지않도록 기대하며, 앞으로 좀더 관심을 가지고 그들을 응원해보도록 하자.
P.S1) 제2회 WBC 대회가 2009년으로 예정되어 있다. 원래 1회대회가 05년에 열릴예정이었으나 이번에 1년연기된 채 시작되었고, 이후대회부터는 월드컵을 피해 4년단위로 열린다고 한다. 다음 대회를 기대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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