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 합동 분향소에 다녀와서..

2014. 4. 30. 13:35하루 일기/2014 Diary

뉴스에 지역별 합동분향소를 운영한다는 소식을 듣고, 제가 사는 지역을 검색해 보았습니다. 원주에서는 원주감영(중앙시장)과 상지대에서 합동 분향소를 운영한다고 합니다. 연세대 매지캠퍼스에서는 세월호 관련 추모 부스만 운영하고 있고요.

 

일이 끝나자마자, 버스를 타고 원주감영에 갔습니다. 가는동안 별별 생각이 다 나더군요.

그리고 도착. 막상 가보니, 기대와는 다르게 상당히 조촐하게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뉴스에선 감영에 설치한다고 해서, 그래도 감영 내부에 좀 크게 설치할 줄 알았는데, 입구에 작은 위패가 놓여진 분향소 하나와 바람막이도 없이 방명록을 적는 작은 천막 하나만이 놓여져 있었습니다. 화려한 것이 허례허식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가는 사람 꽃 한송이라도 더 얹어주고 싶은 것이 부모 마음일터인데, 마지막까지도 작은 그 모습을 보니 좀 울컥하네요. 이 분향소는 그나마 자원봉사자들과 시민단체들의 후원으로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방명록엔 '미안하다'란 말과 '좋은 곳에 가기를'이란 말이 참 많았습니다.

 

미안합니다. 미안하고 또 미안합니다. 떠나간 이에게, 그리고 남겨진 이들에게 모두 미안합니다.

 

이 글을 쓰는 저는 그저 남일 뿐입니다. 지금 이 순간 아무리 슬퍼해도, 몇 달이 지나면 잊어버리겠죠. 하지만 남겨진 가족들은 그 생이 다하는 순간까지 이 순간을 기억할 겁니다.

 

밥을 먹다가, 멍하니 창문을 바라보다가, 집에 돌아오는 골목길에서..

나도 모르게 불쑥 찾아오는 그 아련한 느낌은 평생을 두고 잊지 못할 겁니다.

세월이 약이라고요? 시간이 흐르면 희미해질수는 있으나, 더욱더 간절해 지는 것이 떠나간 사람에 대한 그리움입니다.

 

그래서 미안합니다. 평생을 두고 같이 위로해주지 못하고..

지금 이 순간 이 것밖에 해주지 못한 내 자신이 미안합니다.

 

분향소에 매달린 작은 노란 리본들이..

촛불을 들고 서 있는 수많은 방문객들이..

그들의 아픔을 대신해 줄 수 없어 미안합니다.


성금도 냈습니다. 꽃 값이라도 하라고 돈 만원 드리고 왔습니다.

지갑에 딱 만2천원밖에 없어서, 그것밖에 못드리고 왔네요.

이것도 참 미안합니다.


슬픔은 나눌수록 가벼워진다는 말을 믿고 싶습니다.

혹 분향소에 못가신 분들은 안산이 아니어도 좋으니 한 번쯤 방문해주세요.

결코 잊을수 없는 인생의 소중한 경험이 되리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