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 오브 스틸, 조드 장군은 가치있는 영웅이었다.

2013. 6. 16. 23:47Animation/Movie

주말에 스타트랙을 보러 메가박스를 찾았다가, 마침 할인행사를 하기에 평소 보고 싶었던 맨 오브 스틸도 같이 애매하였다. 결과는 만족. 커플과 가족 관람객이 많은 걸 보니 홍보도 잘 된 모양이다. 다만 사람이 많다보니, 관람 중에 문자왔다고 문자 확인하는 매너 꽝인 사람들도 상대적으로 많다. 애매하실 분들은 부디 시간대를 잘 선택해서 가시길.

1. 조드 장군. 존중받을 가치가 있는 영웅.

슈퍼맨 이야기이지만, 극 중에서 제일 끌리는 조드 장군 이야기를 안할 수가 없다. 인류를 말살시킬려는 악당이지만, 내심 응원했을 정도. 그의 정의는 분명 달랐지만, 존중받을 가치가 있다.

그는 시대의 영웅이었다. 크립톤인은 유전자 레벨에서부터 군인, 정치인 그 외에 각각의 직업이 결정되어 지며 주어진 일밖에 수행할 수 없다. 그래서 슈퍼맨의 아버지이자, 과학자였던 조나단은 무력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한 명의 아이를 외계로 탈출시키겠다는 지극히 학자적인 결정밖에 내리지 못하였다. 하지만 조드는 달랐다. 그는 군인의 신분을 극복하고 스스로 정치가의 무대에 올랐다. 주어진 운명에 대한 거부.

또한 그는 관용과 열정을 가진 사람이었다. 의회에서 그에게 반역자의 이름과 평생 죽지도 못한 채 봉인되어 떠도는 형을 내렸을 때에는 분노하기도 하였지만, 멸망된 행성 앞에서 그는 그들의 죽음에 눈물을 흘렸고, 33년이란 인생의 대부분을 일족의 부활이란 목적을 위해 우주에 바쳤다. 황혼의 끝무렵, 마침내 잡힌 한 가닥의 신호. 이것이 분명 마지막 기회이리라.

절박하기에 그는 잔혹해 지기도 하였다. 그에게 주어진 책임은 한 조직의 최고 책임자. 눈 앞에 보이는 십수명의 부하들. 그리고 의회와 전 세대들이 포기한 수많은 크립톤의 아이들. 생명을 책임져야 할 대표자였기에 그는 잔혹한 명령에도 당당할 수 있었다. 

2. 마지막 동족 살해자, 슈퍼맨

슈퍼맨은 그런 조드를 죽였다. 그의 미숙함이, 그의 무지함이 조드를 죽음으로 몰았다. 슈퍼맨의 아버지 조나단은 슈퍼맨에게 크립톤인과 지구인간의 가교 역할을 맡겼으나 정작 중요한 것을 가르치지 않았다. 바로 크립톤의 역사. 실패한 역사이기에 잊혀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모든 역사는 항상 굴곡을 지니고 있으며, 실패한 역사이기에 더욱 가치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는 이를 간과하였고, 슈퍼맨은 조드의 가치를 알아볼 수 없었다.

그래서 역사를 잊은 슈퍼맨은 마침내 크립톤 역사의 마지막 증언자, 조드 장군을 살해할 수 있었다. 그들의 문화, 역사와 함께. 더이상 우주에서 크립톤이란 이름이 거론되는 일은 없으리라. 아울러 몸은 크립톤인이지만, 역사를 잊은 슈퍼맨은 '텍사스를 좋아한다'는 그의 말처럼 미국인이 될 것이다. 미국 땅에 떨어져 미국의 역사만을 배운 그에게, 이는 결정된 운명이겠지. 미국인에겐 해피엔딩일까?

아쉬움이 남는다. 조드 장군은 군인으로서의 신분은 극복하였지만, 정치 교육을 받을 기회는 주어지지 못하였다. 만약 그에게 그런 기회가 주어졌더라면, 33년동안 지구에 적용해 온 슈퍼맨과 함께 새로운 역사를 쓸 수 있지는 않았을까. 그래서 그의 죽음이 더욱 안타까운지도 모르겠다.

P.S. 마지막으로 80년이 넘게 미국을 지킨 슈퍼맨조차도 미국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체포당하는 모습을 보니, 미국이 여전히 9.11 테러를 극복하지 못하였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지구의 영웅조차도 미국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배척하는 미국. 그들의 관용과 화합정신은 이제 사라진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