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보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던 이유.

2009. 9. 23. 19:52Animation/Mov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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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에는 친구들과 함께 국가대표를 보고 왔습니다. 일전에 영화 쿠폰을 몇 장 받아놓은 것이 있는데, 그날따라 영화가 끌리더군요. 바람도 쐴 겸 자전거를 타고 극장에 다녀왔습니다. 심야상영을 보고 극장을 나서니 새벽 1시. 영화에 대해 먼저 평하자면, 솔직히 끔찍하였습니다. 가끔 울컥할 정도로 감동적인 장면도 있었지만, 인종차별적인 발언과 과도한 폭력씬은 눈살이 절로 찌푸려지더군요. 비인기 종목 선수들에 대한 영화인들의 차별, 과연 그냥 두어야 할까요.   

비인기 종목 선수를 폭력적인 하층민으로 그리는 일은 사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천하장사 마돈나(2006)에서는 전직 권투선수였던 아버지가 씨름 대회에 출전하고자 하는 아들을 샌드백처럼 난도질했고, 국민영화로 추양받던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2007)'에서도 군기를 잡는다는 목적으로 폭력씬이 연출되었습니다. 지난 몇 년간 영화속에서 그려진 '비인기 종목 선수 = 폭력배'라는 전형적인 구도는 현실세계에서 열심히 노력하는 선수들을 색안경을 쓰고 보도록 강요하고 있습니다.

국가대표에서도 이러한 공식은 별다른 비판 없이 그대로 이어집니다. 영화 속 모델이 되었던 주인공들이 성실한 삶을 살아가고 있음에도, 감독은 중학교 영어도 모르는 일자무식에 나이트 삐끼, 그리고 주먹밖에 쓸 줄 모르는 입양아로 그들을 격하시킵니다. 그들에게 주어진 하층민의 삶과 폭력이 고난의 일부이며, 고난이 있었기에 그들이 성공할 수 있었다고 감독분은 주장할 지 모르겠습니다. 허나 폭력과 일탈, 그리고 우연으로 이루어진 그들의 세계가 단지 메달 하나 땄다고 바뀌어 질 수 있는지, 서로간의 차이가 너무나도 큰 것 같습니다.

어린시절 한 번쯤 꿈꾸어보고 싶은 주인공들이 있었습니다. 축구시합을 할 때면 독수리 슛을 날렸고, 박찬호 선수의 시합이 있던 날이면, 폼만은 박찬호로 캐치볼을 주고받았던 그 때 그 시절. 이제 직접 그라운드를 뛰는 일은 줄어들었지만, 그때의 경험이 저를 축구, 야구 서포터로 만들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국가대표는 어떨까요. 과연 아이들이 영화를 보고나서, '나 스키점프 선수가 될꺼야.'라고 말할수 있을까요.

무식하고, 사기만 당하고, 화가나면 주먹부터 휘두르고... 아이들이 스키점프 선수라는 말에 겁부터 내지 않을지 걱정입니다. 어른들도 마찬가지 입니다. 작품을 보며, 선수들이 어려운 생활을 하고 있으니 후원을 하겠다고 지갑을 여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지...국가대표는 영화 자체로는 성공했을지 모르지만, 스키 점프라는 큰 틀안에서는 실패하였습니다. 그래서 전 이 영화가 싫습니다.

가끔은 '스윙걸즈', '워터보이즈'와 같은 영화들이 국내에서 제작되지 못하는 현실이 씁쓸하기만 합니다. 비인기 종목 선수들이라하여 그들의 삶이 비인기인 것은 아닙니다. 친구들과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특별히 치열한 목표가 없어도 친구의 권유 한 마디에 선수생활을 시작하는 그들의 진짜 모습을, 영화는 언제까지 외면할 수 있을까요. 다음에는 진짜 스포츠인의 조작되지 않은 감동적인 이야기를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 본 리뷰에 사용한 모든 이미지는 KM Culture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