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글의 법칙은 예능일 뿐이다.

2013. 2. 11. 20:23Issue/Society

주말에 즐겨보는 예능이 있다. 금요일은 정글의 법칙, 토요일은 무도, 일요일은 런닝맨. 최근 정글의 법칙(이하 정법)이 시청자들의 조작 논란에 대해 공식적인 성명을 보도하고 근거없는 비난은 삼가해달라는 요청을 하였다. 정법의 주장에 나는 찬성한다.

글을 이어가기 전에 한 가지 정의해야 할 것이 있다. 정법은 다큐멘터리나 사실보도만을 다루는 뉴스가 아니라는 것이다. 외국 언론에서는 정법을 'real show(reality shows)'라고 지칭했는데, real show는 별도의 대본에 의존하지 않고 상황을 풀어나가는 TV 프로그램이라  정의할 수 있다. 정법은 real show의 공식에 충실한 예능 프로그램이다.

네티즌들의 비난에 대한 원류를 따라가보면 '리얼(real)이라고 주장했는데 리얼이 아니다'라는 말로 종결된다. 이들이 말하는 리얼의 의미는 불분명하다. 개인적인 주관적 감정에 따르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외부인을 전혀 만난 적이 없는 부족을 만나야 리얼이고, 또 어떤 이는 별로 힘들지 않은 일을 힘들다고 말했으니 리얼이 아니라고 말한다. 저마다 리얼에 대한 정의가 다르고, 감정에 따르기에 방송국의 그 어떠한 주장도 이들에겐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잘보고 있는 프로그램에 분탕질을 해 놓았으니 애청자의 한 명으로서 이들의 행보가 썩 반갑지는 않다. 그러나 환영하진 않지만 이들이 악당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 소위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는 법이다.

답은 TV가 시청각 매체라는 점에 있다. TV는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것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현장의 냄새, 촉각, 맛 모든 것이 제한된다. 그렇기 때문에 방송에서는 편집을 사용한다. 효과음, 자막, 특정 부분을 의도적으로 늘이거나 제외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편집은 시청자들이 빠른 시간안에 프로그램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출연진이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를 명확하게 한다.

출연진이 전달하는 의미는 때에 따라 개인의 판단보다 우선되기도 한다. 이번 정법의 논란은 바로 여기에 있다. 출연진은 제한된 환경하에서 가능한 야생상태의 모습을 재현하고자 하였고, 시청자는 편집된 영상에 과도하게 몰입하여 이것이 연출이 포함된 예능이 아닌, 김병만 혼자서 이루어내는 다큐멘터리라고 착각한 것이다.

그럼 논란을 잠재울 수 있을까? 쉽지 않아 보인다. 지금 비난하는 네티즌의 요구를 수용한다면 부족민이 청바지에 피자를 먹고, 설악산을 등산 대신 케이블카로 올라가는 식의 연출이 보여질텐데 이건 프로그램의 의도와 맞지않는다. 또 지금 논란 속에서도 정법을 시청하는 반대편 시청자들을 분노하게 할 것이다. 결국 정법은 기존의 방식을 고수할 것이고, 시청자들은 다른 예능을 찾아가거나 현실에 수긍할 것이다. 그리고 논란은 잊혀질 것이다.

TV는 TV일 뿐이다. 정법은 벌써 두 명의 연출자가 부상으로 중도 탈락하는 가혹한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실제 환경이 그보다 더 가혹한지 아니면 덜한지는 시청자의 입장에서 알 수 없다. 또 알 필요도 없다. 내가 정글의 법칙을 보는 이유는 단지 그 시간을 즐기기 위해서 이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채널을 바꾸면 그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