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2. 19. 00:33ㆍ하루 일기/2012 Diary
투표 날을 앞두고 주변에서 뽑을 사람이 없다는 말을 참 많이 듣는다. 아직은 쉽게 의견을 밝히기 어려운 사이라 어물쩍 넘어가곤 하지만, 마음 한 편엔 늘 답답함이 남는다. 뽑을 사람이 없다는 말, 투정이다.
부끄럽지만 한 때 나도 그런 투정을 부리던 철부지였다. 그러나 십 년이란 시간은 나를 돌아보게 한 시간이었다. 부모님의 품 안에 아직 벗어나지 못한 20대들은 모를 것이다. 인생의 끝자락에서 내일을 생각하지 않는 노인들은 잊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경험했고 잊지 않았다. 2008년 촛불을 나는 아직 기억한다.
소화기의 분진에 숨이 막히고, 벼락같은 물대포에 쓰러졌던 2008년 5월 31일을 나는 아직도 기억한다. 버스 위에서 살수차의 물대포에 맞아 쓰러지던 그 사람도 기억하고, 결국 이름도 모른 채 헤어졌지만 촛불을 함께 나누어주던 그 남자도 기억한다. 물대포에 맞아 오들오들 떨던 몸을 지탱해준 작은 촛불의 온기도 기억한다. 지난 5년. 글 쓸 엄두가 나지 않아 블로그조차 반 폐쇄 상태로 방치하고 침묵했지만, 그래도 잊지 않았다. 그리고 앞으로 6시간 뒤에 투표를 할 것이다. 그 것이 바로, 지난 대선 투표를 하지 않았던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속죄이기 때문이다.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내일 대통령이 될 바로 그 사람은 ‘내가 뽑은 사람이다.’라는 사실을. 뽑을 사람이 없다고 투정부리지 마라. 내 인생을 결정할 시기에 모른다고 떼만 쓰고 있을 것인가. 어떻게든 나아가야 한다. 이 날을 기록한다. 그리고 내일에 희망이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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