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의 고양이에게 배우다.

저는 고양이를 좋아합니다. 집안 사정상 함께할 수는 없지만, 보고만있어도 푸근해지는 고양이를 저는 좋아합니다. 하지만, 고양이는 저를 썩 좋아하지 않나봅니다. 몸집이 큰 남자어른이어서 그럴까요? 먹을 것을 주어도, 등에 테이프가 붙어 도와주고 싶어도, 줄행랑을 치는 고양이에 그저 한숨만 쉴 뿐입니다. 그런데 꼭 세상 모든 고양이가 다 그런 것은 아닌가 봅니다. 적어도 몇일전 만난 이 노랑 고양이는 말이죠.

연구실에서 집으로 가던 몇 일 전 밤이었습니다. 집에 아무것도 없어 슈퍼에 들릴 생각으로 길을 걷고 있는데, 어디선가 야옹~ 야옹~ 거리는 소리가 들리더군요. 반사적으로 돌아보니 노란색 줄무늬 고양이 한 마리가 저에게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제 다리 사이를 오가며 애교를 부리더군요. 집고양이도 아닌 길냥이가 이렇게 친근하게 구는 것은 오늘 처음보았습니다. 제가 고양이에게 봉인걸 알아차린 걸까요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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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주인공인 노랑고양이. 길냥이지만 나에게 친근히 다가왔다. 사진은 폰카.]


그래서 전 달려갔죠. 슈퍼로. 그리고 참치캔 하나를 사서, 주차된 차 밑에 넣어주었습니다. 예전에 길냥이에게 먹이를 주기 위해선 사람 눈이 안띄는 구석진 곳에 넣어주어야한다고 들었기 때문입니다. 역시나 배가 고픈지 허겁지겁 먹기 시작하더군요. 그런데, 그때!

어디선가 야옹~ 거리는 소리가 또다시 들리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리고 제 발밑을 무언가 쏜살같이 지나거더군요. 그것은 아직 작은 어린 고양이였습니다. 자세히 보지는 못했지만, 노랑 고양이와는 모습이 사뭇 달라 부모 자식관계는 아닌 듯 보였습니다. 전 생각했죠. '아마 노랑 고양이는 하악 거리며 이 작은 고양이를 쫓아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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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냥이를 위해 망을 보는 고양이. 차 밑에 아기 고양이가 먹이를 먹고있다.]

하지만 노랑 고양이는 그러질 않았습니다. 무척 배가 고팠을 것이 분명한데도, 한두입밖에 먹지않은 참치캔을 어린 고양이에게 내어주더군요. 나같으면 차마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을터인데, 아기고양이를 위해 망을 보다, 길 건너편으로 조용히 건너가 털을 손질하는 노랑 고양이. 너무나도 자애로운 모습에 저도모르게 조금 부끄러워 집니다. 누군가 그랬던가요. 만물은 우리 모두의 스승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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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무척 고플텐데, 태연히 털을 고르는 노랑 고양이]

다시 근처 편의점으로 뛰어가 고양이 전용 통조림을 하나 사들고 나왔습니다. 덕분에 생각보다 훨씬 더 식비가 나가게 되었지만,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않네요. 마음씨 따뜻한 고양이, 내일도 다시 만날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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