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일, 투표에 대한 단상...

2010. 6. 3. 02:21하루 일기/2009 Diary

오늘, 아니 정확하게 어제는 선거일이었습니다. 그동안 선거일이 특별하다고는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어제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아 오늘 선거하는 날이지.' 이 생각부터 들었군요. 정말로 투표를 하고 싶었던 적은 지난 10년간 오늘이 처음입니다.

오후에는 학교에 가기 전에 투표소에 들렸습니다. 지난번 선거때 부재자 투표를 신청하다 실패한 적이 있어, 올해에는 아예 거주지를 옮겼는데, 덕분에 편하게 투표할 수가 있었네요. 투표소 위치를 조금 헷갈리기도 하였지만, 무사히 투표 완료. 지금 잔업을 하며 투표 결과를 지켜보고 있는 중입니다.

현재 결과는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의 강세가 돋보입니다. 경기도 지사는 현재 유시민 후보가 밀리고 있는데, 심상정 후보와의 단일화가 좀 더 일찍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제가 사는 원주에서는 교육의원 한 명을 제외하고, 다 제가 뽑은 후보자가 승리하고 있군요. 덕분에 만족하며 결과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투표는 제가 정치인을 상대로 행할수 있는 유일하고 가장 강력한 권리입니다. 그러나 불행히도 저는 그동안 투표에 대해 무관심했습니다. 내가 지지한 후보가 100% 당선된다는 확신도 없었고, 설사 그가(혹은 그녀가) 당선된다 할지라도 공약대로 성실하게 일할 것이다라고는 믿기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정치인은 모두 똑같을 거라는 생각, 익명성에 기대 나 하나쯤이야라는 변명.... 지금은 반성하고 있습니다.

문득 세상은 불공평하다는 생각도 해 봅니다. 사실 노력이 댓가로 정당하게 지급되는 시기는 고등학교때 까지만이지요. 똑같은 노력을 기울여도 사회는 모두에게 똑같은 결과를 보여주지 않습니다. 특히 투표에서는 말이죠. 그래서 투표를 할 때, 내가 던진 투표용지가 무용지물이 되는 것은 아닌가 두려운 감도 있었습니다. 아마 이 글을 읽는 분 중에도 그와 같은 생각에 투표를 포기한 분이 계시겠지요.

그러나 결과를 잃어버리더라도 발버둥 치는 법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발버둥을 멈춘 백조가 물에 빠져 죽듯이, 권리를 포기한 사람은 미래를 꿈꿀수 없는 법이죠. 그래서 전 다음에도, 또 다음에도 열심히 발버둥을 쳐 볼까 합니다. 그것이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니까요. 잊지않고 포기하지 않기. 이 마음이 영원히 지속되길 다짐해 봅니다.

P.S ] 끝으로 선거와 관련하여 재미난 이야기가 있기에 올려봅니다, 출처미상인데, 실제로 있었던 일인지 궁금하네요.
이야기 1.
트위터에서 들려오는 이야기. 오늘 친구가 ''나 오늘 투표안하고 놀러간다'고 말했다. 이에 '왜 투표안하는데?'라고 물었더니, "엄마아빠할머니할아버지 모두 파란 스머프를 지지함. 내가 이분들 끌고 노는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 이라고 답변이 옴. 1타 4피, 이거 까임방지권을 주어야 할까.

이야기 2
투표소 밖에 붙어있는 포스터 보면서 할머니 세 분이 대화 중이셨지. (아직 투표 전이신 듯)
 
할머니1 : 무조건 1번 찍어야 함, 1번.
할머니2 : 노노 우리 손자가 그러는데 2번 찍어야 전쟁이 안 난다고 했음.
할머니1 : 무슨 소리심? 2번은 죄다 빨갱이들임.
할머니3 : 2번이 빨갱이면 2번 찍어야겠넹? 빨갱이를 뽑아놓으면 빨갱이들끼리 전쟁하진 않을 거 아님?
할머니2 : 응응 그러함.

3번 할머니 사랑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