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잊혀진 자의 외침을 들어라.

2006. 6. 25. 17:27Issue/Movies


- 대의를 위한 소수의 희생, 그리고 소수의 저항 -


흔히 사람들은 대의를 위해선 소수의 희생은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그런데 그 자신이 소수의 입장이라면? 과연 그때도 그런말을 할 수 있을까?

80년대 중국과의 수교이후, 남한의 주요 관심사는 바로 중국과의 협력이었다. 그런데 이런 중국과의 수교에 문제가 등장하였으니, 바로 탈북자 가족이다. 단지 시기가 좋지 않았기에, 그들은 그렇게 버려진다.

가족들이 모두 죽어버린 암울한 상황속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두 남매. 그러나 그들 역시 불의의 사고로 헤어지고 말고, 최명환은 '씬'이라는 이름으로 복수를 다짐한다.

태풍의 시나리오는 매우 간단하다. 복수를 다짐한 씬이 한반도를 뒤덮을수 있는 핵폐기물을 구해 이를 터트릴려고 하고, 이를 막기위해 강세종 대위가 총싸움을 벌여가며 이를 막는다는 것. 블록버스터 영화답게, 액션 위주의 전개가 펼쳐진다.

그러나 상당히 많은 액션이 사용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미진한 감을 지울수 없다.

우선 주연에 비해 조연들의 연기가 너무 미숙한 점이 가장 큰 문제. 어설픈 영어와 국어책 읽기식의 대사처리는 극중 긴장감을 떨어트리는 주요한 요소이다. 조연중, 중반 세종과 같이 조직에 접선하는 국정원 대원 한명을 빼고 다 갈아치우고 싶은 느낌..

또한 극장판임에도 불구하고 전개에 지장을 줄 정도로 삭제된 부분[각주:1]이 있는가 하면 선불도 안주고 여자와 만나는 접선장면이나 후반부 대통령에게 보고할때 담배피우는 씬등 불필요하고 어색한 장면도 곳곳에 눈에 띄인다.

그러나 장동건, 이정재 두 배우의 열연으로 이러한 부분을 상당부분 커버하고 있다. 한마디로 두 배우가 아니면 망할뻔한 영화.


- 씬과 세종에 대한 느낌 -
앞서 말했듯이 태풍은 세종과 씬, 두 사람의 대결에 초점이 맞추어진 영화이다.

'군인은 항상 당당해야 한다. 설사 국가가 당당하지 못할때라도..' 군인으로서 자부심을 가지며 살아가는 세종. 그는 정말 '바른생활의 군인'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국가의 안전을 위해 거리낌없이 시내에서 총격전을 벌이는가 하면, 저 멀리 해외로의 파견도, 태풍속의 적선으로의 침투도, 그는 바른생활 사나이기에 거리낌없이 행한다.

중반 최명수의 총상에 다소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국가안보라는 이름으로 그 모든 것을 행하는 세종의 모습을 보면 우직함 그외엔 아무런 말이 필요없어 보인다.

반면 씬은 재미있는 인물이다. 극중 씬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이 있는데, 거기선 '단순하고 독한놈'이라고 말한다. 맞다. 씬은 단순하다. 당시 탈북자에 대한 결정 능력이 없는 파견대사 조차도 그 장소에 있었던 자이기에 살해할만큼 그는 단순하다. 동시에 독한 놈이다. 어린시절 다짐한 복수를 위해 인생전부를 걸만큼 그는 독하다.

그러나 이런 전형적인 악당의 설정에도 불구하고 그는 사람을 끌리게 한다. 후반, 누나인 최명수를 보기위해 모든 것을 포기하고 달려온 모습이나, 폭탄을 터트릴수 있음에도 끝끝내 터트리지 않은 점. 이런 예상외의 순수함은 그가 단순한 악당이 아니라, 그의 내면에 감추어진 슬픔을 잘 볼수 있는 장면이다.

마지막 부분을 보면 세종과의 승부후 스스로 할복하는 장면도 나오는데, 이 장면도 압권! 적에게 목을 바치느니, 스스로 목숨을 끝내겠다는 그 도도함은 그 누구도 따라하지 못할 카리스마가 넘치는 장면이다.

태풍은 이 두명의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로 유지된다고 보여진다. 여기에 좀더 시나리오나 컷 장면이 보강되었다면 더 좋은 영화가 되었을터인데.. 아쉬움이 남는 영화이다.

  1. 후반 씬이 누나를 사살하고 방안에서 세종과 대결하는데, 갑자기 갑판으로 무대가 바뀌고 게다가 씬과의 대결이아닌 왠 엑스트라와 대결을 한다. 그리고 어느새 씬은 폭탄을 투하하고 있고.. 다소 황당한 전개였음.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