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 사고, 댓글로 보는 씁쓸함.

2014. 10. 18. 00:42하루 일기/2014 Diary

판교에서 사고가 났다는 속보를 보았다. 광장에서 유명가수가 공연을 하는데, 시민들이 환풍기 위에서 구경을 하다 변을 당했다고 한다. 사망자만 수십여명. 끔찍한 사고다.

그런데 사고에 달린 댓글들은 더더욱 끔찍하다. '거길 왜 올라가서', '시민의식이 없는 사람들 때문',  '환풍기에 올라간 사람들이 잘못한거다' 대부분의 댓글들이 피해자들을 비난하고 있다.

분명 사고를 당한 사람들에게 책임이 없다고는 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이는 도덕적인 실수에 따른 책임일 뿐이다.  환풍기에 올라갔다고하여 체포되는 사람은 보지 못하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건축물 설계법에 대해 들어본 적도 없고, 그 밑에 무엇이 있는지도 모른다. 인도에 설치된 지하철 배기구와 문제의 배기구가 어떻게 다른지도 구분할 수 없다. 그저 경험에 의해, '남의 건물'이라는 것과, '밟으면 떨어지지는 않지만 불쾌한 공기가 나오는 곳' 정도가 인식의 전부이다. 단지 그것이 그들이 죽어야만 하는 이유라고 동의할 수 있을까?

반면에 분명하게 책임져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건물주와 행사 주최측이다. 건물주는 환풍기에 펜스 등의 안전시설을 설치해야 하는 법적인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무시하였다. 행사 주최측은 대형 행사를 준비하면서, 충분한 안전대책을 갖추지 못하였다. 현장에 있는 사람들 말로는 MC가 '그 위에 철없이 앉아 계신 분'이라고만 말했지 별도의 제지는 하지 않았다고 한다. 안전요원도 보이지 않았고, 사고가 났음에도 공연은 중단되지 않았다. 총체적 부실이다.

답답하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가난한 사람보다 부자를 더 걱정하게 되었다. 탐욕스러운 건물주와 무능한 주최측은 외면한채, 길가의 행사 하나에 고개를 돌리는 가장 가난한 이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잘못된 일이다. 그리고 부끄러운 일이다.  

사고 현장을 바라본다. 무릎 가까이 있는 작은 언덕. 그리고 그 위의 환풍구. 만약 내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무슨 행사를 하나 하는 궁금증에 한 번쯤 올라가지 않았을까?  그리고 저녁에 돌아와 오늘 가수를 보았다고 친구들에게, 가족들에게 자랑했겠지. 그래서 그들이 저지른 한 순간의 작은 실수를 비난할 수 없다. 나 또한 그들과 같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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