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만에 보게 된 '무한의 리바이어스'

'무한의 리바이어스'를 뒤늦게 보았다. 고등학교 시절 알음알음 사다 보던 애니메이션 잡지에서 자주 소개되던 작품인데, 20여년이 흐른 지금에서야 보았으니 지각도 보통 지각이 아니다. 지금의 작품들과 비교해보면, 세월의 흐름탓인지 디지털 CG가 아닌 셀화에 채색한 그림들이 조금은 어색해 보이지만, 스토리만큼은 여전히 최고인 듯하다.

작품은 심해와도 같은 미지의 공간, 우주에서 어른들 없이 홀로 떨어진 아이들을 생존물, 혹은 성장물로 볼수 있다. 동시대 유명했던 '파리대왕'의 스페이스오페라 버전이라고나 할까. 독재, 야만, 민주주의, 허상... 다양한 인간군상들과 청소년용이긴 하지만 날것에 가까운 사회에 대한 묘사는 지금 시대에는 오히려 만들어내지 못할 작품에 가깝다.

줄거리는 누설하면 재미가 없을터이니 생략. 다만 인상깊었던 주인공 몇 명만 소개하여 본다.

아이바 유우키

아이바 코우지의 동생으로, 직장에서 성공하는 신입사원이 있다면 아마 이런 스타일일 듯. 인간관계는 쑥맥이지만 누구보다도 인정받고 싶어하고, 그 열정을 지킬만한 능력도 있다. 남들이 '이건 불가능한 일이야'라고 말하는 일들도 한 번에 해치우는 능력자. 조연이라 자주 등장하지 못해 아쉬었지만, 이 장면 만큼은 작품 내내 기억이 난다.

 


슈타인 헤이거

마찬가지로 극중 조연에 불과하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닮고 싶어하는 인물이라 기록해 본다. 일단 업무능력은 발군! 군사정부, 독재정부, 민주정부 등 다양한 정부에서 2인자로 활동하며 함을 사실상 진두지휘한다. 그러면서도 자신은 내보이지 않는 스타일. 냉철, 냉혹, 철두철미. 그 어떠한 미사어구도 모두 어울리는 유일한 인물이며, 작품 중 유일하게 연애노선 하나도 펼쳐지지 않은 그이지만, 동시에 자신이 속한 그룹은 어떤 식으로든 잘 챙겨주는 그의 모습은 '훌륭한 직장상사란 바로 이런 사람이다!'라고 말하는 듯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이야기의 메인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아이바 코우지라는 인물도 있는데, 업힐보다 짜증나는 인간상이라 더이상 말하기가 싫다. 무능력, 유유부단. 인간의 본모습은 위기상황에서 드러난다고, 이런 사람만은 절대 닮고 싶지 않다. 해피엔딩이라 그렇지, 세드엔딩이었다면 두고두고 까였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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