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미노 감독, 건담을 이야기하다.
2010. 7. 27. 14:49ㆍAnimation/Ani-News
'건담은 픽션입니다.'
평범한 내가 이렇게 말했다고 주목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말이 건담의 아버지, '토미노 요시유키' 감독의 발언이었다면? 지난 17일 부천판타스틱영화제에서 만난 토미노 감독과의 좌담회는 나에게 작은 궁금증을 더해준채 그렇게 막을 내렸다.
좌담회에 앞서 싸인회에서 만난 토미노 감독의 첫 인상은 자상한 옆집 할아버지와 같은 느낌을 받았다. 서글서글한 눈매에 입가에 끊이지않는 미소. 하지만 좌담회에서 만난 토미노 감독의 모습은 첫 인상과는 다른 거친 야수와 같은 모습이었다. 토미노 감독은 건담의 제작동기에 대해 단 한 마디로 정의하였다.
'건담을 만든 이유는 자신에게 그러한 일이 주어졌기 때문이며, 저 자신은 작가가 아닌 일개 스탶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감독의 발언은 어린시절 건담을 보며 자라온 독자들에게 다소 불쾌감을 주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돈을 위해 이야기를 결코 끝내지 않으려는 제조사와 토미노 감독과의 마찰을 떠올려보면, 그의 발언은 오히려 고독하게 들린다. 건담은 나에게 무한한 우주와 꿈을 주었지만, 건담 역시 사회적 시스템에서 자유로울수 없음을 뒤늦게나마 깨닫게 되었다.
[싸인회에서의 토미노 감독]
건담에 대한 토미노 감독의 단호한 발언은 이후로도 계속되었다. 진행자는 여타 건담 시리즈를 비교하며, 토미노 감독에게 다른 답변을 요구하려 하였지만, '나는 내가 만든 건담외에 다른 건담 작품은 본 적이 없다.'는 토미노 감독의 한 마디에 넉다운되고 말았다. 회장에 있는 모든 이는 통쾌함을 느꼈고, 감독이 말하고자했던 단 한마디를 이해할 수 있었다.
'건담은 픽션이며, 돈을 벌기위해 만든 작품에 불과하다. 그 어떠한 미사어구를 붙여도
이것만이 진실이다.'
이것만이 진실이다.'
만약 내가 어린아이였다면, 그 자리에서 울어버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미 어른이 되어버린 나에게 그의 발언은 너무나 감동적이었다. 어른들은 자신을 감추는데 능숙하다. 그리고 세계평화와 같은 거창한 목표까지는 아니더라도, 작은 일 하나에도 자신을 포장하려한다. 그러나 토미노 감독은 이러한 금기를 깨버렸다. 돈을 벌기위해 한 일이 칭송받을 필요가 있을까? 그의 통쾌한 발언은 박수를 받기에 충분하였다.
[좌담회를 시작하며...]
좌담회 중간에는 몇가지 에피소드들도 있었다. 진행자의 지루한 질문에 발끈한 나머지, 방청객중 한 분이 손을 벌떡 들고 일어선 것. 여기는 학회발표회가 아니니 지루한 질문은 이제 그만해달라는 그의 발언에 진행자분은 네티즌의 의견을 모아서 낸 질문이라고 변명하였지만, 회장에 있던 건담매니아 분들이라면 어느 쪽이 옳은지 알 수 있었을 것이다. 솔직히 너무 지루했다고요, 진행자님.
새벽까지 진행된 좌담회는 단순히 건담에 대한 이야기를 떠나, 토미노 감독의 삶을 엿볼수 있었던 소중한 자리였다. 철부지 어린이에서 소년이 되고, 다시 청년이 되어 일자리에 나가 하루하루를 살아가다보면, 우리의 삶이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을까. 토미노 감독의 진솔한 발언과 비록 일이지만 나에게 꿈을 준 건담을 기억하며, 언젠가 다시 감독과 함께 진솔한 이야기를 나눌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토미노 감독 좌담회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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