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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Society

이공계 선택을 후회하는 5가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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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3일 WIRED SCIENCE에는 'Top 5 Reasons It Sucks to Be an Engineering Student'(공학부 선택을 후회하는 이유 5가지)라는 제목의 흥미로운 글이 실렸습니다.

어딜가나 이공계 출신이 힘든 건 전세계적인 추세인가 봅니다. 국내에서도 '여자가 없어서'등의 국내 랭킹 Top 5가 있지만, 이 쪽 글이 조금더 진지한 것같아 글을 소개해 드립니다.

원문 링크는 하단 링크를 참조하시고, 아래 글은 각 섹션별 제목에 제 나름대로의 경험을 적어보았습니다.

5위 : 터무니없는 교과서(Awful Textbooks)
5위로는 흑색 잉크만을 사용하여 나열된 두껍고 무의미한 교과서가 선정되었습니다. 전공책을 보신 분들은 다들 공감하시겠지만 그림 하나 없이 빽빽히 나열된 단어들을 보고있자면 그야말로 히스테릭한 반응이 절로 나옵니다. 특히나 영어로 된 원서책은 말할 것도 없고, 어설픈 오역과 의역으로 이루어진 번역본은 한숨만 절로 나오죠.

대부분의 수업이 교수님이 작성하신 프리젠테이션 노트로 진행되기 때문에 책을 왜 사야되는지도 의문인 때가 많은데, 가뜩이나 책값이 비싸진 요즘 정말 공감이 가는 말입니다.

4위 : 학생들을 격려하지 않는 교수(Professors are Rarely Encouraging)
한 시간 내내 자기 말만 하고가는 교수님이 있다면? 제가 만난 교수님들은 대부분 중간중간 농담도 잘하시고 재미있는 분들이셨지만 딱 한 번 이런 교수님을 만난 적이 있었습니다. 1학년 공업수학때 교수님이셨는데, 시작과 동시에 들어오셔서 칠판 가득히 공식을 쭉 써놓고 설명을 하기 시작합니다. 이후 끝날 때까지 무한 반복.. 진짜 농담 한 마디 없이 3시간 내내 정신없이 수학공식을 적고 있으면 마치 제 자신이 계산기가 된 기분이라고 할까요. 가끔은 재치있는 농담 한 마디가 인생을 바꿀수 있습니다.

3위 : 취직 지원 시스템 미비(Dearth of Quality Counseling)
최근 저희 학교에선 1학년때부터 담당교수와의 상담을 진행하는 등 이전에 비해 많이 나아지고 있지만, 아직도 많은 학교들이 취업 문제에 대해 적극적인 대처를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얼마만큼 많이 배우는 가도 중요하지만,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짜임새있게 진로를 계획해 나갈 것인가하는 문제도 분명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 때에는 그러질 못하였죠. 막말로 전공필수이니까 듣고, 선택과목은 중구난방식으로 마음내키는 데로 들었다고나 할까요.

비이공계 출신분들에게도 적용이 되는 말이겠지만, 프로그래밍 언어 하나를 배우고 안배우고에 따라 직업이 바뀌는 일이 자주 있기때문에 좀 민감한 문제인데, 조력자가 없이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해 나가야되는 지금의 시스템은 확실히 이공계 학생들에게 큰 짐이 될 것같습니다.

2위 : 다른 분야에 비해 높은 평가를 받기 어렵다.(Other Disciplines Have Inflated Gradesa)
일전에 교수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습니다. '내가 명색히 컴퓨터공학부 정교수인데, 다른 교수들 모임에 가면 컴퓨터 좀 고쳐달라는 말에 아주 힘들어 죽겠다고.' 다소 농담기가 섞인 말이긴 하지만, 실제 이공계 학생 상당수가 이같은 대우를 받고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저만 해도 집에가면 전공과는 전혀! 무관한! 컴퓨터 견적 뽑기나 부품수리를 하고 있으니, 다른 사람들은 어떻겠습니까. 이 자리를 빌어 말하지만 전산학과하고 컴퓨터 수리하고는 전혀 관계가 없답니다. ㅠㅠ

원문에서는 열심히 공부하는 이공계 학생들에 비해 '좀비 영화감상문' 따위를 적어내는 학생들이 올 A를 받는 경향이 있다고 말하고 있는데, 100% 공감이 가는 글은 아니지만 확실히 이공계가 저평가되어 있다는 말은 맞는 것같습니다. 기술직하면 천박하게 보는 풍토가 아직 남아있으니 말입니다.

1위 : 전혀 바꾸지 않는 과제(Every Assignment Feels the Same)
창조성이 결여된 과제는 이공계 학생들을 힘들게 하는 또다른 요소중에 하나입니다. 그나마 일부 학교에서는 실습과제나 동아리 활동으로 모자란 부분을 충당하지만 그렇지 못한 학교도 상당수이지요. 거의 레시피처럼 전해지는 매년 똑같은 과제들, 문제 해결방법이 아닌 단순 노가다성 과제들은 그야말로 끔찍하기까지 합니다. 어린시절 '1+1', '2*3'같은 단순문제를 다시 되풀이하는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실제로 만들어보고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그런 과제들이 좀더 계발되었으면 합니다.

- 원문출처 : blog.wired.com/wiredscience/2008/03/top-5-reasons-i.html
- 사진출처 : laffy4k/f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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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logIcon 아크엔젤 2008.03.28 20:10

    입학한 지 1개월인데 벌써 과를 옮길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_-;

    • 소금이 2008.03.30 01:01

      헉, 벌써 과를 옮기시면.... 편입이 아니라면 신중하게 선택하심이...

  • BlogIcon 렌게 2008.03.28 21:26

    공감가는 이야기네요.
    전공책부터. (국내에서도 구하기 힘든 도서를 레퍼런스로 선택하시면..참..ㅠ) 교수님 이야기. 과제 이야기까지 100% 공감갑니다.
    학교 다닐때 디스플레이쪽 전공인 교수님이 있으셨는데
    그분만 유일하게 사람의 창조능력과 응용력을 테스트 하셨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분을 참 좋아햇었죠.^^;
    그래도, 나름 재미있고 느끼는건 이 환경에 적응 된걸까요.(-_-;)

    • 소금이 2008.03.30 01:02

      아마도 환경(?)의 영향이겠죠 ^^;; 저도 익숙해져 갑니다. ㅠㅠ

  • BlogIcon 고군화 2008.03.28 23:32

    미국에서는 수학도 어려운건 안 가르치고, 굉장히 쉽게 쉽게 갑니다. 미국에서 수업이나 숙제가 수학, 수식만 한가득이다라는 불평이 나오다니 웃기는 짬뽕이군요.

    • BlogIcon SeLeaf 2008.03.29 00:31

      고등학교와 대학 교과과정이 같나요..=_=;

      적어도 제 분야에 있어서는 많은 과목들이 미국의 대학들과 같은 교과서를 사용합니다. 학교 수업은 교과서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아요. 심화된 학습을 위해 도서관에 레퍼런스 책들을 갖다놔 주기는 하지만...

      고교과정까지의 미국 수학이 쉽다고 해서 미국의 이공계열이 우리보다 못하다고 생각하는건 말도 안되는 착각입니다.

  • BlogIcon snowall 2008.03.29 00:40

    전산학과가 컴퓨터 수리와 무관하다는 걸 체험한 사람입니다.
    회사 전산실 분들보다 PC수리에 자신있다는 소문이 난 이후...
    ...

    네.

    아무튼, 공감가는군요.
    제가 배운 분야에서도(물리, 수학) 미국 대학에서 쓰는 교과서를 사용합니다. 대학원도 마찬가지고...
    미국 대학에서 숙제가 쉽다는 소리는 처음 듣는군요. 레포트에서 두세줄만 인용 없이 베껴가도 F준다는 소리는 들어봤지만...

    • 소금이 2008.03.30 01:03

      그것때문에 정말 고민이예요. 집에만 가면 왜이리 부르는 곳이 많은지.. ㅠ-ㅠ

  • BlogIcon 키엘 2008.03.29 01:02

    전산과를 졸업한 사람으로서 1번은 글을 쓴 사람이 잘못 생각하고 있다고 봅니다.
    대학에서 가르치는 내용이 바뀌지 않는 것은, 그 내용이 기본 중의 기본, 오랜 세월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핵심이기 때문입니다.
    자료구조를 매년 가르치는게 지겨우니 가르치지 말아야 할까요? 파일시스템 개론이 지겨우니 바꿔볼까요? 천만의 말씀. 이건 전산이란 학문이 아예 바뀌지 않는 이상 바뀌지 않는 내용입니다. 그러니 매년 똑같은 내용을 가르칠 수밖에요.

    그리고 현업 나가면.. 이런 기초가 튼튼한 사람이 결국 오래 갑니다.

    제 전공이 전산이었기 때문에 전산을 예로 들었습니다만, 다른 이공계 전공들도 동일하다고 생각합니다.

    • 소금이 2008.03.30 01:08

      얼마전에 저희 학과 교수님께서 책을 내셨더라고요. 잠깐 살펴보았는데 불필요한 내용을 없애고 깔끔하게 제작되어 정말 공부하기가 편하더라고요. 사실 개념이야 이미 5,60년대 기준이 확립된 걸 아직도 쓰는 형편이니 제 뒤로도 변함없이 이어지겠지만, 같은 내용을 배우더라도 어떻게 배우냐야 따라 차이가 큰 것같아요. 핵심을 잡아내고 효과적으로 컬리큘럼을 짜는 일 역시 교수의 능력이겠죠.

  • 라이브 2008.03.29 08:03

    이공계 출신(멀티미디어공학과)이지만, 공무원시험은 일반행정직 준비하려고 합니다.

    • 소금이 2008.03.30 01:09

      제 친구와 똑같으시군요. 제 친구도 지금 지방공무원으로 근무하고 있다는.. ㅇㅇ;

  • BlogIcon barbara 2008.03.29 09:52

    좋은 글이네요. 제 블로그에 퍼가도 될런지요.. 감사합니다.

    • 소금이 2008.03.30 01:09

      출처만 밝혀주시면 언제든지 가능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하단 CCL를 참고하세요 ^^

  • BlogIcon 혜란 2008.03.29 12:55

    굳이 이공계에만 적용되는 이야기는 아닌것 같은걸요.
    '대학'으로 카테고리를 좀 더 넓여도 괜찮은 이야기인것 같아요 -_-;
    일부잘나가는 학과빼고는 다 저런 딜레마에 시달리겠죠.
    '이공계'만 특별나게 힘든건 아닌데....

    • 소금이 2008.03.30 01:10

      다른 대학은 경험해보지 않아 잘 모르겠는데, 다들 비슷한가 보군요. ^^;

    • BlogIcon snowall 2008.03.30 02:47

      잘나가는 학과도 취직 문제 말고는 똑같은 고민을 할 겁니다. -_-;

  • BlogIcon 안불렀슈 2008.04.03 08:27

    음.. 수식만 가득한 책에 섹시함을 느꼈던.. 저는 내추럴 본 공대생이었나보네요 ` ^^;;

    공대 (전기전자) 과목에 너무 만족해서.. 위의 5가지 모두 공대가 좋은 5가지 이유로 들리는데... 사람마다 다른가봐요~~~

  • BlogIcon 밀감돌이 2008.05.03 22:03

    이공계가 아니라도 다른 학과도 다 그런 듯 ;;
    우리학과도 그런 것 같은데요?

    • 소금이 2008.05.06 01:26

      그렇군요. 하긴 다들 자기 학과가 그럴거라고 생각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