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 선택을 후회하는 5가지 이유

2008. 3. 28. 19:32Issue/Socie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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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3일 WIRED SCIENCE에는 'Top 5 Reasons It Sucks to Be an Engineering Student'(공학부 선택을 후회하는 이유 5가지)라는 제목의 흥미로운 글이 실렸습니다.

어딜가나 이공계 출신이 힘든 건 전세계적인 추세인가 봅니다. 국내에서도 '여자가 없어서'등의 국내 랭킹 Top 5가 있지만, 이 쪽 글이 조금더 진지한 것같아 글을 소개해 드립니다.

원문 링크는 하단 링크를 참조하시고, 아래 글은 각 섹션별 제목에 제 나름대로의 경험을 적어보았습니다.

5위 : 터무니없는 교과서(Awful Textbooks)
5위로는 흑색 잉크만을 사용하여 나열된 두껍고 무의미한 교과서가 선정되었습니다. 전공책을 보신 분들은 다들 공감하시겠지만 그림 하나 없이 빽빽히 나열된 단어들을 보고있자면 그야말로 히스테릭한 반응이 절로 나옵니다. 특히나 영어로 된 원서책은 말할 것도 없고, 어설픈 오역과 의역으로 이루어진 번역본은 한숨만 절로 나오죠.

대부분의 수업이 교수님이 작성하신 프리젠테이션 노트로 진행되기 때문에 책을 왜 사야되는지도 의문인 때가 많은데, 가뜩이나 책값이 비싸진 요즘 정말 공감이 가는 말입니다.

4위 : 학생들을 격려하지 않는 교수(Professors are Rarely Encouraging)
한 시간 내내 자기 말만 하고가는 교수님이 있다면? 제가 만난 교수님들은 대부분 중간중간 농담도 잘하시고 재미있는 분들이셨지만 딱 한 번 이런 교수님을 만난 적이 있었습니다. 1학년 공업수학때 교수님이셨는데, 시작과 동시에 들어오셔서 칠판 가득히 공식을 쭉 써놓고 설명을 하기 시작합니다. 이후 끝날 때까지 무한 반복.. 진짜 농담 한 마디 없이 3시간 내내 정신없이 수학공식을 적고 있으면 마치 제 자신이 계산기가 된 기분이라고 할까요. 가끔은 재치있는 농담 한 마디가 인생을 바꿀수 있습니다.

3위 : 취직 지원 시스템 미비(Dearth of Quality Counseling)
최근 저희 학교에선 1학년때부터 담당교수와의 상담을 진행하는 등 이전에 비해 많이 나아지고 있지만, 아직도 많은 학교들이 취업 문제에 대해 적극적인 대처를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얼마만큼 많이 배우는 가도 중요하지만,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짜임새있게 진로를 계획해 나갈 것인가하는 문제도 분명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 때에는 그러질 못하였죠. 막말로 전공필수이니까 듣고, 선택과목은 중구난방식으로 마음내키는 데로 들었다고나 할까요.

비이공계 출신분들에게도 적용이 되는 말이겠지만, 프로그래밍 언어 하나를 배우고 안배우고에 따라 직업이 바뀌는 일이 자주 있기때문에 좀 민감한 문제인데, 조력자가 없이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해 나가야되는 지금의 시스템은 확실히 이공계 학생들에게 큰 짐이 될 것같습니다.

2위 : 다른 분야에 비해 높은 평가를 받기 어렵다.(Other Disciplines Have Inflated Gradesa)
일전에 교수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습니다. '내가 명색히 컴퓨터공학부 정교수인데, 다른 교수들 모임에 가면 컴퓨터 좀 고쳐달라는 말에 아주 힘들어 죽겠다고.' 다소 농담기가 섞인 말이긴 하지만, 실제 이공계 학생 상당수가 이같은 대우를 받고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저만 해도 집에가면 전공과는 전혀! 무관한! 컴퓨터 견적 뽑기나 부품수리를 하고 있으니, 다른 사람들은 어떻겠습니까. 이 자리를 빌어 말하지만 전산학과하고 컴퓨터 수리하고는 전혀 관계가 없답니다. ㅠㅠ

원문에서는 열심히 공부하는 이공계 학생들에 비해 '좀비 영화감상문' 따위를 적어내는 학생들이 올 A를 받는 경향이 있다고 말하고 있는데, 100% 공감이 가는 글은 아니지만 확실히 이공계가 저평가되어 있다는 말은 맞는 것같습니다. 기술직하면 천박하게 보는 풍토가 아직 남아있으니 말입니다.

1위 : 전혀 바꾸지 않는 과제(Every Assignment Feels the Same)
창조성이 결여된 과제는 이공계 학생들을 힘들게 하는 또다른 요소중에 하나입니다. 그나마 일부 학교에서는 실습과제나 동아리 활동으로 모자란 부분을 충당하지만 그렇지 못한 학교도 상당수이지요. 거의 레시피처럼 전해지는 매년 똑같은 과제들, 문제 해결방법이 아닌 단순 노가다성 과제들은 그야말로 끔찍하기까지 합니다. 어린시절 '1+1', '2*3'같은 단순문제를 다시 되풀이하는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실제로 만들어보고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그런 과제들이 좀더 계발되었으면 합니다.

- 원문출처 : blog.wired.com/wiredscience/2008/03/top-5-reasons-i.html
- 사진출처 : laffy4k/fli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