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애니의 장, 애니총력전을 다녀와서..
2006. 11. 9. 07:12ㆍ하루 일기/2006 Diary
어제는 애니충격전이라는 영화제에 다녀왔습니다. 안시, 오타와, 히로시마페스티벌등 다양한 국제페스티벌에서 수상을 받은 검증된 단편애니들이 이번 영화제를 통해 소개되었는데, 간만에 정말 수준높은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습니다.
"그동안의 애니메이션영화제가 가지고 있는 모순과 변화의 필요성을 애니메이션센터 실무자로 몸담고 있는 동안 누구보다 절감했다."
이번 영화제는 이전에 서울 애니메이션 센터에서 근무하였던 김성주씨가 기획한 영화제입니다. 서울 애니메이션 센터에 근무하면서 애니메이션에 빠져든 김성주씨는 적은 예산으로도 영화제를 개최할 수 있는 방법을 기획하여 이번에 첫 영화제를 열었습니다. 이번 11월달에만 국내외 23개국에서 온 총111편의 작품이 상영될 예정이고, 월례행사인 관계로 12월, 1월.. 매달 영화제를 통해 다양한 해외작품들을 공개한다고 하니 그동안 해외 작품들에 목말라했던 국내 애니메이션팬들에게는 아주 좋은 기회가 될 듯합니다.
영화제는 을지로2가에 있는 중앙시네마에서 11월 3일부터 12일까지 열릴 예정인데, 어제 짬이 나길래 무작정 을지로로 향했습니다.
초행길이라 길을 좀 헤메긴 하였지만, 지하철 2호선 을지로3가역에서 내린다음, 1번출구 방향으로 쭉 가시다보면 지하상가가 나옵니다. 왼쪽부분에 중앙시네마쪽으로 나가는 출구와 안내판이 있으니, 표지판을 보시면서 쭉 따라가시면 도보로 약 10분정도 걸리실겁니다. 극장규모가 그리 크지않은 관계로 지하도에서 나와도 바로 보이지 않으니 유의하시고요, 나온 방향에서 그대로 쭉 가시면 약 20m전방에 간판을 보실수 있을겁니다.
저같은 경우, 인터넷 예매를 알아보니까 수수료 500원을 더 받길래 현장에서 표를 구입하였습니다.(500원이면 음료수 하나값이죠;;) 평일 6시라는 시간대에서 그런지 표가 아직 많이 남아있더군요. 입구에 고교생, 대학생 할인이라는 표지판이 붙어있어 학생할인을 받으려고 했는데, 대학생은 안된다는 난감한 답변이... 그럼 매표소 입구에 그런 안내문은 좀 붙여놓지 마시지;; 어찌되었든 4천원에 입장권을 획득! 티켓값은 상당히 저렴한 편입니다.
상영은 2층 5관으로 6시 상영이길래 조금 극장을 둘러보았습니다. 규모가 그리 큰 편이 아니어서 그런지 별다른 시설은 보이지 않네요. 음료수나 팝콘등을 판매하는 매장이 1,2층에 위치하고 있지만 가격은 비싼편. 음료수 가격이 800원이던데, 바로 밖으로 나가 버스정류장 있는 곳에서 구입하면 같은 음료수를 700원에 구입이 가능합니다. 주변에 스타벅스와 파리바게트가 있긴하지만 식사할 곳은 마땅치 않군요. 가시는 분은 미리 식사를 하고 가시는 편이 좋을듯합니다.
한편 2층에선 각종 기념품 판매외에 연회원 가입을 받고 있었습니다. 자원봉사자분들이 나오셔서 하고있는데, 첫 영화제라서 그런지 아직은 좀 어설픈 면이 보입니다;; 다만 기존 영화제에 비해 딱딱하지 않도록 애쓰고 있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상영관인 제5관은 160석 규모의 소형 상영실로서 시설은 B급정도 수준입니다. 영상시설은 보통이지만 음향부분에선 5.1 돌비 서라운드 시스템을 아직 채용하지 않았더군요. 첫 작품인 '제스퍼 모렐로의 이상한 모험'의 경우 5.1 돌비채널을 지원하는 작품이었는데, 2채널 스테레오를 통해서 감상하게 되니 조금 작품의 몰입도가 떨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좌석이 커플석인 관계로 사람이 많은 날엔 좀 난감할 듯하네요. 커플석의 경우 음료수 받침대가 누구것인지 정말 난감하죠;; 이래서 전 솔로를 좋아합니다. ^^; 그리고 중앙 비상등의 조도가 너무 밝은 관계로 통로쪽 좌석은 피하시는 것이 좋겠어요. 가장 좋은 자리라면 22,23번 자리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앞쪽으로부터 2,3열 통로를 피한 중간석이 관람하기에 최적의 포인트이지요.
영화는 총 4편의 작품이 약 50여분동안 상영되었습니다. 상영작은 제스퍼 모렐로의 이상한 모험, 마지막 표호, 풀렝, 벤트 이상 4편의 작품이었습니다. 제스퍼 모렐로의 이상한 모험은 앞서 리뷰를 통해 기고하였듯이 재미를 추구하면서도 여운을 남기는 상당히 인상깊은 작품이었습니다.
마지막 표효는 크로아티아에서 매년 개최되는 2006 자그레브 국제 애니메이션 영화제에서 학생경쟁부분 특별상을 받은 작품입니다. 집안의 강아지의 한여름밤의 꿈처럼 야생의 늑대가 되어 들판을 가르지른다는 내용인데, 내용보다도 마치 수채화를 보는듯한 농담효과에 의해 영상의 구현과 배경음이 한편의 클래식 음반을 듣는 듯하네요. 전문용어로는 페인트온글래스 기법이라고 하더군요.
(왼쪽부터 마지막 표호, 풀렝, 벤트)
세번째 작품 풀렝의 경우, 영국의 Ali TAYLOR감독이 제작한 첫번째 작품으로 남아프리카의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입니다. 극심한 가뭄속에 아버지를 모시며 살아가는 풀렝의 이야기인데, 대충 내용상의 공감은 가지만 아직까지도 정확히 무엇을 말하려는건지 잘 이해가 안가는군요;; 다만 아프리카 특유의 색감표현은 주목할만 합니다. Ali TAYLOR감독은 이 작품으로 안시 신인감독상을 수상받았군요.
그리고 마지막 작품인 벤트. 이 작품은 상당히 재미있게 본 작품입니다. 네덜란드 출신의 감독, Erik VAN SCHAAIK(이하 에릭)씨는 이 작품을 통해 단순한 일도 복잡하게 살아가는 어른의 모습과 천진난만한 아이의 모습을 그리고 싶다고 말하였는데요, 정말 그 말에 딱 맞는 작품이 나왔습니다.
마치 태풍이 부는듯, 안간힘을 써가며 앞으로 나아가는 한명의 어른. 그리고 그런 어른은 아랑곳하지 않고 산책을 나온양, 가벼운 발걸음으로 길을 가는 어린아이. 이 두명의 묘한 대비는 우리들의 삶의 모습을 대변해주는 듯합니다. 왜, 흔히 어른이 되면 복잡한 생각이 많아진다는 말이 있잖아요. 단순한 일도 그 일의 의도는 무엇일까, 무언가 다른게 있는 것이 아닐까라고 복잡하게 생각해본 경험이 다들 있을실 겁니다. 왠지모르게 화면속에서 익숙한 또다른 저의 모습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조금 미묘하다고나 할까요..
올해 처음 열린 이번 영화제는 그동안 비주류 대상이었던 단편 애니메이션을 한단계 끌어올린 뜻깊은 영화제였습니다. 사실 그간 국내에선 sicaf등 다양한 애니메이션 관련 페스티벌이 기획되었고, 외국에서도 안시나 히로시마등 명성있는 페스티벌이 매년 개최되고 있지만 이러한 작품들을 감상하고 공유할만한 기회는 거의 전무한 상태였습니다. 다른 영화제에 딸려 부수적으로 소개된 작품들이 전부였지요.
그러나 애니충격전을 통해, 그동안 알려지지 못한 해외 유수의 작품들이 국내에 소개되고 또 앞으로 매달 손쉽게 관람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으니 앞으로 자주 애용하게 될 듯합니다. 내년초까지 전국 10여개소에 계약을 맺어 영화를 관람할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니 지방팬분들 여러분도 조금만 기다리시면 될 듯하고요.
그리고 이번 12월에는 2002년 전주국제영화제 상영작 '스키 점핑 페어스'로 유명한 마시마 리치로 감독의 작품전이 기획되었다고 합니다. 예고편을 통해 잠깐 보았는데, 상당히 충격적인 영상이 많이 나옵니다. 쭈쭈바도 스키점프에 이용할 수 있다고나 할까요;; 마시마 감독은 이 작품을 통해 이후 장편영화를 만들기도 하였고, ps게임과 캐릭터 산업에도 진출할 수 있었습니다. 국내 단편작품들도 이렇게 다양한 매체에 노출되고 또 성공하기위해 이번 영화제는 여러모로 귀중한 첫걸음이 될 듯합니다.
아직 다녀오시지 못한 분이 있다면 올주말을 이용하여 꼭 한번 다녀오시길 추천하고 싶네요. 정말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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