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집에서 나오는데, 눈앞에 달이 보였다. 새하얗게 빛나는 크고 큰 보름달. 산등성이 넘어 수줍게 저물어가는 그 달은, 겨울의 차가운 입김과 더불어 묘한 기분을 자아내게 했다. 보름달엔 마력이 있다고 하는데 정말일까? 폰카로 찍은 어설픈 사진은 그 날의 기분을 반도 채 담아내지 못했다. 집에 다시 가서 카메라를 가지고 올 걸. 조금은 손해보는 기분이다.
새벽부터 몰이치는 바람에 문득 일어나 창밖을 바라다보니 고요한 주황빛 물결이 제 앞에 펼쳐져 있었습니다. 마치 절대자와 같은 풍모를 자랑하는 새벽녘의 하늘아래로 건물 사이사이를 요리조리 움직이는 뭉개구름들.. 그리고 언듯 보이는 푸른 하늘과 희산하는 먹구름들.. 그 기묘한 하늘과 구름과 태양의 모습은 여지껏 보아왔던 그 어떤 하늘의 모습보다도 더 거룩해보이는 장관이었습니다. 정말로 행운이었다고나 할까요. 오늘 새벽녘에 있었던 그 기적을 간직하며 또다시 내일의 기적을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