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집에서 나오는데, 눈앞에 달이 보였다. 새하얗게 빛나는 크고 큰 보름달. 산등성이 넘어 수줍게 저물어가는 그 달은, 겨울의 차가운 입김과 더불어 묘한 기분을 자아내게 했다. 보름달엔 마력이 있다고 하는데 정말일까? 폰카로 찍은 어설픈 사진은 그 날의 기분을 반도 채 담아내지 못했다. 집에 다시 가서 카메라를 가지고 올 걸. 조금은 손해보는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