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또다시 갈라파고스로 가나.

2013. 10. 21. 13:28Issue/IT

박근혜 정부의 삽질이 연일 계속되는 가운데, 그 여파가 IT분야에도 미치고 있다. 이번에는 앱 스토어다. 21일자 머니투데이 기사에 따르면, 앞으로 사업자등록을 하지 않은 개발자는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에 어플을 올릴 수 없게 된다고 한다. 이 정책은 오직 대한민국에서만 적용된다.

정책은 지난 5월 기획재정부가 추진한 과세정책 중 하나로, 어플 판매대금의 10%에 부과가치세를 매겨 일괄적으로 징수하는 법안이다. 이 법안은 새누리당 남경필 의원등이 적극적으로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개발자들 사이에서는 이중과세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논란이 되는 부분은 부과가치세가 미국과 한국에 이중으로 부과된다는 부분이다. 애플 앱스토어를 기준으로, 국내 개발자는 애플과 7대 3 비율로 수익을 분배하고 있으며, 7에서 다시 부가세를 원천공제한 후 판매대금을 받게 된다.

예를 들어 10달러짜리의 앱을 국내 앱스토어를 통해 판매할 경우, 미국 정부에 부가세 10%를 납부하고 6.3 달러를 받게 된다. 정책이 시행되면, 6.3달러에서 다시 부가세 10%를 한국 정부에 납부하고 개발자가 받는 수익은 5.7 달러에 불과하다. 판매대금의 절반을 세금으로 납부하는 것이다.

 

[대한민국 한정, 정보를 요청하는 애플 앱스토어]

아울러 사업자 등록 자체도 큰 문제이다. 사업자등록, 다시 말해 개인 회사를 창업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직장을 다니는 이가 4대보험 등의 직장 혜택을 뿌리치고 개인사업자로 등록할 수 있을까? 고작 어플 하나때문에? 천만의 말씀이다.

또 사업자 등록을 무료 어플 개발자에게도 적용시킨다고 하는데, 한 마디로 대단한 삽질이라 말하고 싶다.

블로고스피어에서도 예전에 이와 비슷한 일을 겪었다. 광고 수입에 대한 문제였는데, 당시 국세청은 1인 사업자로 근로자를 고용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제공하는 용역이기 때문에 부과가치세 대상에서 면제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후에 수천만원대 수익을 올리는 프로 블로거의 등장으로 법이 손질되기는 하였지만, 여전히 대다수의 블로거들은 이러한 기준에 의거하여 면세의 혜택을 받고 있다.

앱스토어에도 이러한 정책이 필요하다. 모든 이들이 창업과 수익을 목적으로 어플을 제작하는 것은 아니다. 공공의 목적으로 무료 어플을 제작하는 이도 있고, 블로그에 글을 쓰듯 여가활동으로 어플을 제작하는 이도 있다. 이들에게 일괄적으로 가장 강도높은 법을 적용하는 일은 대단히 어리석은 일이다. 

세금을 걷고 싶다면 먼저 개발자들이 1인 창업을 해도 먹고 살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세금은 그 다음의 일이다. 개발자와 소비자는 손해보고, 정부만 이득보는 정책은 결코 시행되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