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속이기 쉬운 블로거들

2009. 2. 20. 01:59Issue/IT

금일 태터앤미디어에서는 블로그 윤리강령중 하나로 체함단 참여여부 및 일정을 텍스트로 표시하겠다는 공지를 정식으로 공고하였다. 그동안 논란이 되어온 마케팅 논란에 대한 첫 공식 대응으로 보인다. 이로서 태터앤미디어 참여 블로거들은 앞으로의 리뷰 포스팅에 있어 해당 포스트가 제휴 포스팅인지 아닌지 여부를 좀 더 명확하게 밝힐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좋은 결과와는 달리 협의가 이루어진 과정을 보면, '대중은 우민이다.'라는 진리가 블로고스피어에서도 여전히 통한다는 사실에 아쉬움을 느끼고 있다.

떡밥을 문 블로거들

이번 사건의 촉발은 여름하늘 블로거를 시작으로 일부 블로거들이 태터앤미디어에 대한 비난글을 올리기 시작하면서 촉발되었다. 논란이 된 글에 대한 평가는 제삼자인 민노씨님의 평가를 추천하다. TNM의 파트너인 내가 TNM를 비난한 블로거의 글을 평가한다는 것은 공정하지 못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아무런 근거없이 추론과 적의가 가득하다고 생각되는 이 글은 어찌된 영문인지 블로거들의 큰 환영을 받았다. '삼성', '블로그 상업화'와 같은 큼직큼직한 떡밥이 가득하니, 너도 나도 떡밥을 물기위해 생각없는 붕어가 되었다.

'해외에선 돈도 안받고 리뷰도 잘하던데, 우리도 돈을 받지 말아야 된다.', '돈을 받고 쓴 리뷰이니 좋은 점만 쓰고 나쁜 점은 쓰지 않는다.' 구구절절 좋은 이야기가 가득하다. 그러나 막상 이 주장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라고 물으면 모두들 꿀먹은 벙어리가 된다. '삼성은 무조건 적'이라던가 인신공격을 일삼는 글은 논외로 하더라도, 어느 정도 주장이 담긴 글이면 그 주장을 뒷받침하고 실현할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한데 모두들 '잘, 열심히 하면 된다.'는 평이한 내용으로 글을 마무리 짓고 있다.

대안이 없는 이유는 어찌보면 간단하다. 근래 블로거들의 마케팅 시각은 해외 사례를 토대로 눈이 많이 높아진 상태이지만, 국내 마케팅 시장의 현실은 아직 밑바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해외의 블로그 마케팅 관련 소식을 보면, 입소문마케팅에 대한 NGO 단체도 존재하고, 제품을 반환하고 리뷰를 진행하여도 충분히 먹고살만큼 수익을 창출하는 전업 블로거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입소문이라고 하면, 다단계 피라미드를 먼저 떠올리는 한국의 현실속에서, 해외의 시각으로 한국의 블로그 마케팅을 평가하는 일은 아직 시기상조가 아닐까?

리뷰어를 비난하기 이전에 시스템을 논하라.

국내 블로그 마케팅의 역사는 1,2년 정도의 매우 짦은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아직 이와 관련된 업체간의 표준이나 공식 룰은 제정되지 않은 상태이다. 리뷰를 진행하는 블로거나, 마케팅 담당자 모두 맨 땅에 헤딩하듯 하나하나 경험하고 살펴보며 문제를 해결해 나갈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현재 마케팅 리뷰를 진행하거나 진행 예정인 블로거들의 역할은 더욱더 중요해진다.

아직도 많은 이들이 블로그 마케팅이라하면, 글 몇 번 써주고 수십만원을 받는 편한 아르바이트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마케팅 블로거들은 리뷰외에 블로그 마케팅 전반에 걸친 에러사항이나 개선해야 할 점을 마케팅 담당자에게 직접 전달하는 창구 역활을 비롯하여, 마케팅 효율을 극대화하면서도 독자들에게 신뢰성있는 리뷰를 개발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부 지방 블로거들의 경우, 특정 기사를 취재하기 위해 하루 일정을 소비해가며 서울로 원정오는 일도 드문 일이 아니다.

이들의 노력이 분명 자기 자신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그 혜택은 블로고스피어 전체에 영향을 끼친다. 초창기 엄숙한 비밀 서약서가 필수였던 블로그 마케팅이 이제는 배너로 마케팅 참여여부를 쉽게 확인할 수 있게 되었거나, 트랙백이나 RSS를 설명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 않아도, 담당자들과 손쉽게 의사소통이 가능한 이유는 지난 기간 수많은 실패를 담보로 선배 블로거들이 쌓아올린 노력의 산물이다. 블로그 마케팅을 논하고 싶다면, 비난에 앞서 적어도 이들의 공적 정도는 인정하고 논의를 진행하자.

관점을 바꾸어 리뷰를 다시 보자.

아울러 돈을 받고 쓴 리뷰이기 때문에 장점만 쓴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을 진행해 본다. 일부 블로거들은 리뷰 중 단점을 지적하는 내용이 적다는 이유를 대가성 리뷰, 나쁜 리뷰의 근거로 삼고 있다. 나는 이들에게 제품의 리뷰가 제품의 단점만 지적해야 되는지 정중하게 되묻고 싶다.

지금은 70년대가 아니다. 70년대라면 통화가 안되는 전화기나 화면이 안나오는 텔레비젼을 보고 단점을 지적할 수 있겠지만, 근래의 제품은 엄격한 품질인증 과정을 거쳐 생산되고 있다. 즉 일반인이 왠만큼 험하게 굴려도 평균 이상의 성능을 보여주고 있으며, 제품 구매의 기준은 스펙상의 차이가 아닌 디자인과 삶의 스타일에 따라 구매하는 경향이 트랜드로 자리잡은지 오래되었다.

기능이 많은 휴대폰을 보고 어떤 이들은 좋은 휴대폰이라 하겠지만, 심플함을 추구하는 이는 단점으로 지적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것은 장점인가, 단점인가? 폰카를 많이 사용하는 이들은 폰카의 성능이 좋다면 다른 것은 무시해도 된다. 음악을 좋아하는 이라면, 뮤직 플레이어와 음질이 어떤 가에만 관심을 가질뿐 다른 것에는 상대적으로 무관심할 것이다. 체험 리뷰도 마찬가지이다. 리뷰를 진행하며 자신의 삶의 스타일에 이 기계가 어떤 영향을 주었고, 얼마만큼 활용할 수 있었는지가 중요하지 처음부터 이 제품의 장점, 단점을 나누어서 이건 장점이니까 이 것만 쓰겠다고 고집하는 리뷰어는 없을 것이다.

만약 당신에게 휴대폰이 주어진다면 그 제품에서 몇 개의 장점과 단점을 찾아낼 수 있는가. 또 장점보다 단점이 많은 제품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는가. 관점을 바꾸면 세상이 달라질 수 있다.

마치며..
신뢰는 하루 아침에 이루어질 수 없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블로거들은 블로그 자체의 신뢰성에 대해선 맹목적이면서도 블로그와 기업 사이에 이루어지는 신뢰성에 대해선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블로그 마케팅을 논하는 바로 이 자리에서도 말이다. 자신의 제품을 리뷰한 블로거에게 덜떨어진 블로거라 인신공격을 퍼붓고, 블로그에 올린 리뷰가 광고라고 힐난하는 블로거들을 보며, 기업들이 블로그 마케팅에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리라 기대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논의는 비난이 아닌 비판을 전제로 진행되어야 한다.

블로그 마케팅은 이제 막 걸음마를 떼었을 뿐이다. 앞으로도 더 많은 논의와 협의가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그 때마다 생각없는 날림성 글과 상대방에 대한 인신공격으로 추한 싸움을 벌일 것인가. 이제는 한 번쯤 자신의 글에 책임을 질 수 있는지 진지하게 생각해 보길 바란다.

P.S] 제목에 의문을 제기하시는 분이 있어 댓글에 좀 더 긴 내용을 담았습니다.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