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게임은 어째서 새로운 아이템이 등장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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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게임이라고 하면 무엇이 먼저 생각나십니까? '폭력적이고 선정적이다.'라고 말하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저는 창의적이고 새롭다는 느낌이 먼저 떠오릅니다. 작은 먼지에서부터 가구와 집을 붙이고 마침내 지구까지 돌리는 괴혼이라든가 좀 오래된 게임이기는 하지만, 한 때 누구나 하나쯤은 다 가져보았을 다마고치를 생각하면 일본의 게임산업은 기발한 아이디어로 가득찬 세계라고 말하여도 틀린 말은 아닙니다.

국내에서도 리니지를 비롯한 MMORPG 장르가 각광받고 있기는 하지만, 일본의 게임은 국내 게임과는 다른 특별함이 느껴집니다. 과연 일본의 게임은 무엇이 다르기에 이처럼 많은 이들을 설레이게 하는 것일까요? KGC 컨퍼런스에서 신 키요시씨의 강연을 들으며, 그 의문에 대한 답을 찾아보았습니다.

게임 저널리스트로 일본의 경제신문 WEB에 '신키요시의 게임 저널'을 연재하고 있는 키요시씨는 일본의 게임산업이 미국과는 다른 출발선에서 시작되었다고 주장합니다. 미국이 과학발전의 부가산물로 게임을 발견하고 이를 이용하였다면 일본은 과학이 아닌 장난감에서 게임 산업을 시작하였다는 것이죠. 실제 닌텐도는 20세기까지 나폴레옹이 그려진 화투장을 대통령이라는 이름으로 팔던 회사였으며, 세가를 비롯한 근대의 주류 게임사 대부분이 닌텐도와 비슷한 처지에서 처음으로 게임산업에 발을 들여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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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닌텐도를 주류 메이커로 끌어올린 게임중에는 '러브 테스터기'가 있습니다. 요코이 군페이씨가 약 40여년전에 제작한 이 게임은 남녀가 서로 손을 잡으면 발생하는 전류를 통해 사랑의 정도를 측정할 수 있다는 게임으로 남녀간의 손 잡는 것조차 터부시되던 당시 일본 사회에 큰 반향을 가져왔습니다.

기발한 아이디어와는 달리 제품은 간단한 전류 측정기와 패널로 구성된 무척 간단한 구조였는데, 이는 후에 쇠퇴한 기술의 수평적 사고(혹은 낡은 기술의 수평적 사고)라 불리는 닌텐도 기술 철학의 근간이 되었습니다.

쇠퇴한 기술의 수평적 사고가 말하고자 하는 의미는 간단합니다. 하드웨어의 발달로 그래픽을 비롯한 다양한 기술이 발달하고 있지만, 기술적 발달에만 몰두하다보면 정작 사용자에게 재미를 줄 수 있는 요소를 잃어버릴지도 모른다. 누구나 쓸모없다고 생각하는 것에서 아이디어를 짜내어 재미있게 만들다보면, 저렴한 가격에 좋은 제품을 생산해 낼 수 있다. 쇠퇴한 기술의 수평적 사고는 기술적 가치가 아닌 재미의 가치에 더 많은 관심을 투자합니다.

쇠퇴한 기술의 수평적 사고는 닌텐도를 통해 잘 알려진 철학이지만, 그것이 닌텐도 혼자 독점하는 철학인 것은 아닙니다. 96년 반다이에 의해 출시된 다마고치나 올해 일본의 히트상품인 뽁뽁이 모두 당대 기술과는 모두 동떨어진 낡은 기술이었지만, 히트상품이 되는데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었습니다.

화려한 그래픽과 웅장한 사운드로 무장한 최신 게임이 범람하는 가운데, 흑백 액정과 고작 두 개의 버튼만을 가진 다마고치나 버튼을 누르면 소리가 나는 것외에 아무런 기능도 없었던 뽁뽁이가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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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요시씨는 이 제품의 성공 요인을 단순함가치창출에서 찾아냅니다. 단순함이란 일본의 게임회사들이 보편적으로 추구하는 가치중에 하나입니다. 키보드위에서 수많은 단축키를 쉴새없이 눌러야만 하는 기존의 게임과는 달리 일본의 게임은 4버튼의 방향키와 단 두 개의 버튼으로 모든 동작이 가능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최근 버튼 수가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닌텐도ds의 터치스크린과 같이 그에 상응하는 간결한 요소로 일본의 게임은 더욱더 단순하면서도 재미를 추구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습니다.

게임이 복잡해지면 복잡해질수록 여성유저들을 비롯하여, 게임에 별다른 관심이 없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발길을 돌립니다. 다양한 볼거리와 레저스포츠가 발달한 오늘날, 굳이 복잡한 단축키를 외어가며 스트레스를 받기보다는 언제나 즐겁게 놀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나가는 것이 현대의 일본인 그리고 한국인입니다. 게임은 결국 단순한 조작을 추구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단순한 조작에서 재미를 찾기란 무척이나 어려운 일입니다. 특히 사용자가 어떤 제품을 추구하고 또 어떤 붐이 일어날지 예측하기 힘든 게임시장에서 단순한 조작이라는 아이템만을 가지고 시장을 두드리기에는 그 벽이 너무나 높습니다. 하여 일본의 게임사들은 앞서 언급한 단순함을 비롯한 여러 키워드 위에 경험 가치라고 하는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경험가치를 말로 표현하기에는 무척이나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나 경험가치가 표현되는 예는 언제든지 들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디즈니랜드가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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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디즈니랜드는 매년 일본 전체의 놀이동산 수익중 약 50%를 차지하는 거대한 엔터테인먼트 산업입니다. 일본의 디즈니랜드가 뛰어난 시설이긴 하지만, 그렇다고하여 타 놀이동산들이 시설이 부실하거나 낙후된 것은 절대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사람들은 디즈니랜드를 찾을까요?

키요시씨는 여기에 이렇게 대답합니다. 만약 가족이 놀이동산에 가게 된다면 아버지는 아이가 언젠가 디즈니랜드에 놀러갔다는 사실을 기억하기를 바란다고. 그리고 디즈니랜드는 이러한 이용자의 욕구에 충실히 반응하여, 사람들이 디즈니랜드에 온 경험을 가치있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기에 돈을 번다고 말하였습니다. 즉 현실이야 어찌되었든 사람들이 캐릭터들과 함께 사진을 찍으며 디즈니랜드에서 재미있게 놀다갔다는 상상을 만들어주었기에 그 누구보다도 더 큰 수익을 얻을수 있다는 것입니다.

게임 개발사들은 일찍이 이러한 가치경험을 쇠퇴적 기술의 수평적 사고와 접목시켜 단순하면서도 가치있는 게임을 만들어내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얼마전 동경 게임쇼에 출품한 'Aqua Forest'도 그러한 게임중 하나입니다. 단순하게 터치패드위에 선을 긋는 것이 전부인 게임이지만, 마치 과학실험을 보여주듯 다양한 효과와 재미를 보장해주는 이 게임은 현재 일본내에서도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단순함과 경험가치의 공존, 이제 일본의 게임 철학은 일본을 넘어 세계로 전파되고 있습니다.



강연을 들으며 지난해 대작으로 주목받던 온라인 게임들이 화려한 그래픽을 선보였음에도 불구하고 몰락해야만 했던 이유에 대해 다시 한 번 공감하게 되었습니다. 아무리 화려한 그래픽을 갖춘 게임이라도 재미가 없다면 테트리스에게도 밀리는 것이 바로 현실입니다. '환상적인 효과'와 같은 카피문구로 겉모습에 치중하기 보다는 이제 국내 게임 개발사들도 진정한 재미를 찾는 열정을 갖추어야 되지 않을까요. 언젠가 한국적 철학이 담긴 게임이 개발되기를 기대하며, 강연 참관기 첫 번째 리뷰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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