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장사 마돈나, 아무리 트랜드도 좋다지만..

2006. 8. 15. 01:52하루 일기/2006 Diary

오늘은 천하장사 마돈나 시사회에 다녀왔습니다. 네이버에 이벤트 응모를 했었는데, 운좋게 당첨이 되었네요. 시사회 장소는 필름포럼. 종로3가에 있는 구 허리우드 극장에서 했습니다.

인사동 지역은 초행길이라 장소를 찾는데 무척 고생했네요. 역에서 5분거리였는데, 근 1시간을 돌아다녔다는... 난 길치인가;; 골목이 워낙에 많은데에다가 극장이 4층에 있더군요. 헐.. 4층이라고해서 별 문제가 될 건없지만, 당연히 1층에 간판이든 뭐든 보일거라고 생각해서 앞만 보며 걸어가는 저같은 바보에겐 너무나도 치명적인 사실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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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관 사진

어찌되었든 한시간을 걸어, 겨우 도착했습니다. 휴... 벌써부터 땀으로 범벅이 되었네요.

필름포럼은 두개의 상영관을 가진 영화관인데, 중앙 로비에 여러개의 유리탁자를 들여놓은 것이 특색이군요. 전체적으로 아담한 분위기입니다. 그.러.나. 물가가 너무 비싸네요. 400ml 콜라 한잔이 1500원이라니. 그것도 리필이 안되는데.. 게다가 다른곳에서 사온 음료수는 가지고 들어올수 없다네요. 너무 매정해..=ㅂ=)r 이곳에 가시는 분은 요령껏 숨겨가지고 가세요. 너무 더워 사먹긴 했지만, 빈지갑을 생각하니 속이 쓰리더군요;;

상영관안은 에어컨을 틀어놓아서 그런지 시원한 편. 좌석수도 적어서 양 사이드가 아닌이상, 전체적으로 관람하기엔 양호한 편입니다. 그러나 좌석은 좀 작은 편이네요. 뭐, 심하게 작은 편은 아니지만, 음료수 받침대도 앞좌석에 걸어놓은만큼, 손을 올릴만한 곳이 없네요. 사람이 바글바글 거리는 인기작이라면 조금 난감할듯 합니다.

자, 이제 상영관 리뷰는 마치고 본격적으로 영화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요. 시놉시스 수준의 네타가 포함되어 있으니, 혹 꺼려하시는 분은 여기서 돌려주시길~ 자, 그럼 시작합니다.

레코드 음반을 통해 팝송이 흘러나오는 어느 오래된 분위기의 가정집... 그 가정집의 방안에서 화장을 하고 앉아 생글거리는 소년(?) 천하장사 마돈나는 이렇게 특이한 분위기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그후 10년뒤.. 당시 앳된 모습의 소년은 몸무게 83kg 발사이즈 280이라는 장대한 기골의 사나이로 자랐지만, 여전히 여자가 되겠다는 꿈을 버리지 못하고, 오늘도 성전환 수술비 마련을 위해 몸바쳐 일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술마시면 사고치는 아버지의 합의금으로 언제나 돈은 마이너스를 기록중인 상태.

그런 그에게 신의 계시라고밖에 할 수 없는 사건이 일어났으니, 바로 씨름부에서 우승하면 장학금으로 상금 5백만원이 지급된다는 것. 그돈이면 수술을 받을수 있기에 소년은 씨름부가 되기로 결심합니다.


이 영화가 뜰 수 있는 이유

천하장사 마돈나의 가장 큰 장점이라면 바로 개그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초반엔 오동구의 단짝친구가, 그리고 중후반부엔 씨름부의 어리버리 3인조가 개그역활을 톡톡히 해 주고있지요. 조연의 개그역이 이토록 충실한 작품은 정말 간만이네요. 미리 알면 재미가 없기 때문에 알려드릴순 없지만, 확실히 최근 본 개그영화중에선 정말 손꼽을만한 개그라고 생각합니다. 씨름부의 조연중엔 웃찾사에서 개그하시던 분도 계시니 이쯤되면 개그 보증수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두번째로 주목할 부분은 씨름과 여성이 되고 싶은 트렌스젠더. 왜 여성이 되고 싶은지에 대한 이야기가 없어 다소 밋밋하긴 하지만 여성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동구의 에피소드는 확실히 재미있었습니다. 특히 초반 일본어 선생님을 사랑하며 망상모드에 들어가는 장면이 압권. 후반부엔 아버지에게 화장한 모습을 들키는 장면은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다만 에피소드가 너무 적은 것이 아쉽네요. 좀 더 많은 이야기를 다루어도 좋았을텐데..

또 지금은 쇠퇴기이지만 씨름이라는 아이템을 선택한 것도 좋았고요. 뒷치기같은 실제 경기상에선 볼수 없는 화려한 액션은 이 영화의 묘미입니다.


이 영화가 망한다면?
그러나 천하장사 마돈나에도 눈에 띄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쓸데없는 현실성. 개그 일변도로 갔으면 워터보이즈나 스윙걸즈 못지않게 성공할 수 있는 영화였는데, 극에 긴장감을 준다고 과도하게 쓸데없는 현실성을 집어넣었군요. 개그영화에선 관객에게 현실성보다는 환상을 주는 것이 더 좋은데..

일단 가장 마음에 안드는 부분은 가족설정 부분입니다. 아버지는 권투선수였다 재기에 실패한 포크레인 운전사인데, 그나마 지금은 해고상태이고, 어머니는 가출한 상태, 게다가 동생은 약간 반항기가 서리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과격한 설정과는 달리, 이 가족의 갈등해소를 위해 영화는 아무런 역활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저 보이는 것이라곤 술먹고 폭력이나 휘두르는 아버지나, 롯데월드에서 힘들게 일하는 어머니의 모습? 무언가 끊임없이 보여주고 있긴 하지만,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것을 보여주는 지 모르겠군요. 이런 설정으로 인해, 애초에 영화카피였던 '여자가 되고 싶은 천하장사'라는 문구는 쑥 들어가고 맙니다.

차라리 평범한 가정집을 배경으로 영화를 그렸다면 오동구 한사람에게 초점이 맞추어져서 더 재미난 스토리가 나올것같은데.. 이래저래 판만 크게 벌려놓은 것같네요.

둘째로 폭력부분. 이 영화는 제한적이긴 하지만 개그영화라고 하기 힘들 정도로 과격한 폭력씬이 나옵니다. 후반에 두 부분에 걸쳐 아버지가 동구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장면인데, 정말 눈쌀이 찌푸려지더군요. 이제까지 개그씬으로 인해 웃었던 부분을 모두 날려버리는 최악의 장면입니다. 이 영화의 타켓연령이 몇살인지는 모르지만, 초반부의 씬들을 보면 전연령대로 보아도 무방한데, 아동폭력과 친구들의 성추행, 이 두가지 금기로 인해 영화등급이 단번에 올라가 버리는군요.

시사회 당시 중반까지 웃기는 장면이 있으면 소리내어 웃는 관객분들이 많이 있던데, 후반부에 들어선 아무도 웃지 않았습니다. 흠.. 두 마리의 토끼를 잡다 모두 놓친 것같습니다.

영화에 대한 평을 내리자면 전반 1시간만 보고 나가면 기분좋게 하루를 보낼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후반부에 아무런 갈등해소도 이루어지지 않고, 억지로 집어넣은 설정은 1시간동안 기분좋게 영화를 본 관객들을 실망시키네요. 또 애인분들과 보시러 가는 분들은 후반에 폭력씬이 좀 과도한바 주의를 요합니다. 이것만 지키신다면 충분히 재미있는 감상을 할 수 있을듯합니다.

쓰다보니 좀 악평이 되어버렸네요. 이 영화는 품행제로, 아라한 장풍 대작전등을 감독한 이해영, 이해준님의 작품입니다. 어느정도 개그영화를 만든 분이기에 조금 기대를 했었는데, 조금 실망이 크네요. 요즘 조폭영화가 떠서 그런가, 왜 그렇게 영화에 꼭 폭력을 쓰는 장면을 집어넣어야 되는지.

총쏘고 온갖 악당들이 판을 치는 액션영화라면 모를까, 굳이 그런 액션을 집어넣지 않아도 감동과 재미을 줄 수 있는 작품이 얼마든지 만들어질 수 있음을 감독분들은 모르는 것일까요. 너무 관객들의 트랜드에 맞추다보니, 오히려 관객들과 멀어져 버렸네요.

평점은 10점만점에 6.5정도.. 마지막이 정말로 아쉬었던 영화인 것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