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의원 판결이 정치적인 이유.

최근 북한 문제로 빠르게 잊혀지고 있는 사건 하나가 있습니다. 바로 한명숙 의원의 뇌물수수 판결입니다. 2003년부터 무죄 판결이 나올 때마다 모질게 또다른 사건을 만들어 기소한 끝에 이명박근혜 정부는 한명숙 의원에게 정치적 죽음을 선고하였습니다. 매우 치졸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한명숙 의원은 억울함을 호소하면서도 법을 존중하겠다고 말하였지만, 평범한 제가 보기에 이번 대법원의 판결은 하등 존중할 가치가 없는 희대의 '병크' 판결로 보입니다. 이 판결이 왜 모순인지 간단히 정리해 보았습니다. 대법원 판결 전까지 밝혀진 사실은 딱 4가지입니다.


1. 한만호 대표이사는 검찰진술에서 뇌물을 주었다고 진술했다.

2. 한만호 대표이사는 법정에서 뇌물을 주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3. 한명숙씨의 동생은 한명숙씨의 비서로부터 수표로 1억원을 받았다.

4. 한명숙씨는 한만호씨에게 기업이 부도난 후 2억원을 돈을 주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사실은 1번과 2번입니다. 사건의 핵심이자 서로 상반되는 주장이기 때문이죠. 한만호씨는 초기 뇌물을 주었다고 검찰에게 진술하였다가, 이후 1심 재판 도중 "억울하게 빼앗긴 회사를 되찾을 욕심과 수사 초기에 검찰 제보자가 찾아와 협조하지 않으면 또 다른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암시적으로 겁박하고 돌아갔기 때문에 허위진술을 하게 된 것”이라고 증언하였습니다.

정확한 판결을 내리기 위해선 둘 중 어느 말이 거짓말인지를 판단하면 됩니다. 그리고 이를 확인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다시 한만호씨를 증인으로 채택하여 말에 모순이 없는지 확인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2심과 대법원에서는 한만호씨를 증인으로 부르지 않았습니다. 한명숙 의원이 매우 강하게 요청하였음에도 말입니다. 희안한 일입니다.

증인을 부르지 않고 1심에서 얻은 자료만 가지고 판단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이 경우에는 뇌물을 주지 않았다는 주장이 더 신빙성이 있습니다. 동일한 자료를 가지고 이미 1심에서 심리가 이루어져 무죄판결이 났고, 검찰진술과 달리 법정 증언은 거짓말을 하면 위증죄로 처벌받기 때문이죠. 위증죄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천만원 이하 벌금의 중형죄입니다.


그럼에도 왜 대법원은 사건의 결정적 증인도 없이, 위증죄로 처벌받을 수 있는 법정 증언보다 검찰 진술서가 맞다고 판결하였을까요? 상식적으로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 판결입니다.

여기에 한가지 더 주목할 사건이 있습니다. 바로 검찰이 한만호씨를 위증죄로 기소한 것입니다.(판결이 아니라 죄가 있다고 주장하는 기소입니다.)  

검찰이 한만호씨가 위증했다고 주장했기 때문에 위증이 맞고, 대법원은 한명숙 의원이 유죄라고 판결합니다. 그리고 한명숙 의원이 유죄이기 때문에 한만호씨의 위증죄가 입증되는 희대의 병크 판결이 완성된 것이죠.

참고로 대법원 판결까지 검찰이 내놓은 유일한 증거는 한만호씨의 진술서가 유일합니다. 그 외의 증거는 추론에 따른 간접증거들 뿐입니다. 예를 들어, 3항의 1억원은 수표로 받아서 추적이 가능하였는데, 그럼에도 검찰은 이를 개인적 채무가 아닌 뇌물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한명숙씨 동생이 5천만원을 두 번 비서에게 준 증거도 있는데 말이죠. 요즘 5만원권 비타오백 상자에 꽉꽉 채워서 보내면 깔끔하게 해결되는데, 추적이 가능한 수표를 뇌물로 주다니요? 믿으시나요?

또 한만호씨는 2007년 3월 뇌물을 주었다고 검찰 진술서에 밝혔지만, 한만호씨의 휴대폰에 한명숙씨의 이름이 등록된 것은 2007년 8월입니다. 즉 이때 처음 만나서 명함을 주고받았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법원은 휴대전화 복구가 기술적으로 완전한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합니다.

이번 사건은 법이 정치권력에 동조되었을 때 얼마나 추악해질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 사건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이 사건은 새누리당이 정권을 잃었을 때 다시 한 번 다루어 질 것입니다. 그리고 무죄가 판결 내리는 날,  오욕의 역사가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저는 또다른 기록을 남길 것입니다. 영구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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