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생결단, 지렁이도 밞으면 꿈틀거리지 않아?

2006. 6. 24. 21:53Issue/Movies


오늘 본 영화는 사생결단입니다. 파랑주의보와 사생결단 두 편이 방영되었는데, 새벽에 스위스전을 보고나니 기운이 쑥 빠지더군요.. 파랑주의보엔 기술평가외에 일반심사위원이 평가할 부분이 없기에 그냥 제껴버렸습니다. 애써 월드컵 생각은 안할려고 했는데, 기분이 조금 우울하군요.

경기중 선수들이 한 골 먹으면 기운이 쑥 빠져버린다는데, 응원도 마찬가지인가봐요.. 축구가 내 마음에 이렇게나 자리잡고 있을줄이야.. 4년뒤를 다시 기약해 보아야겠죠.

자, 이제 축구이야기는 그만 끝내고, 영화 이야기를 시작해 볼까요.

오늘 평가할 영화는 '사생결단', 주연인 류승범씨가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라간 작품입니다.

형식은 누아르물이라고 하는데, 무간도 분위기에 익숙해진 저로선 다소 당황스러운 스타일이더군요. 거칠은 분위기로 구성된 다소 파격적인 영상은 기본의 영화에서 보여주지 못한 강력한 '마초'로서의 모습을 보여주네요.

최호감독은 이 영화에서 기존의 남성들에 의해 이루어진, 우정 그리고 공동체 정신을 날려버리고 대신에 삶과 죽음, 먹고 먹히는 비정한 현실을 집어넣고 싶었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영화를 보면, 시종일관 섹스, 폭력 그리고 배신 이 세가지를 브레이크없는 폭주기관차처럼 미친듯이 보여줍니다. 숨돌릴 세도없이 영화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엔딩이죠.

글쎄요.. 너무 순식간에 지나갔기에 생각이 안난다고나 할까요. 건너뛰거나 삭제된 전개도 있고, 또 섹스와 폭력이 워낙에 강렬하다보니 정작 주제가 무엇인지 잘 생각나지가 않네요. 다만 에필로그 부분에서 상도의 똘마니가 마약을 찾아내서 가져가는 장면은 결코 벗어날수 없는 늪이란 말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 류승법은 상도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영화, '사생결단'에서는 두명의 주인공이 등장합니다. 바로 마약판매상 '상도'와 형사 '도 경장'이지요.
양립할 수 없는 두 존재이지만, 때론 더 큰 목표를 위해 손을 잡기도 하고 또 배신을 하기도 합니다. 극중에선 이 배신이라는 키워드아래 신뢰가 얼마나 빨리 무너질 수 있는가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형님아우하는 사이도 순식간에 돌아서버리고, 물보다 진하다는 혈연의 가족도 배신을 하고, 심지어 직장 상사나 자기 똘마니들도 배신에 배신을 거듭합니다. 사생결단속의 세상은 오직 약육강식에 의한 힘의 세상이며, 그들이 손을 잡을때는 오직 더 큰 적을 무너트릴때 뿐이지요.

류승범씨는 야비하고 약삭빠른 그러면서도 다소 자아도취적인 성격을 가진 '상도'를 그려내고 싶었다고 합니다. 지병을 앓고 있는 아버지를 아무 죄책감없이 때리면서 술집에서 여자들과 놀수있는 비열하면서도 도 경장에겐 쪽도 못쓰는 그런 인물을 말이지요.

그러나 개인적으로 상도의 모습은 조금 부족해보입니다. 무엇보다도 너무 약합니다.

사생결단이란 죽을 각오를 하고 결전에 임한다는 뜻인데, 상도가 영화내내 보여주는 모습이란 머리를 조아리며 비굴하게 삶을 살아가는 모습입니다. 조연인 도경장과의 일전에서도 아무런 힘도 발휘하지 못하고, 심지어 '도 경장 '머리에 총까지 겨눈 결정적인 순간에 가서도 그는 여전히 약자이지요.

그런 그의 약함이 영화의 분위기를 흐리게 하는 것같습니다. 적어도 어느정도 레벨은 맞추어져야 하는데 말이죠.

또 그 이전에 아버지의 '물차(마약 운반차)'를 아무이유없이 따라가는 장면도 마음에 안들고요. 아버지에 대한 사랑(?)인지 아니면 그외 다른 무언가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저라면 그 시점에서 자기 똘마니들과 같이 냅다 도망쳤을 겁니다. 누가 잡히든 혹은 죽던지간에 그건 남의 일이지 자신의 일이 아니니까요. 이쪽이 더 상도답다고나 생각되네요.

그외에도 불만인 부분이 몇군데 더 있습니다. 출소이후의 부분을 보면, 오락실을 전전하는등 전형적인 패배자를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이 부분도 마음에 들지 않네요.

인터뷰를 보니, 후반 '도 경장'과의 일전을 위해 다소 쉬어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는데, 후반에서도 여전히 도경장의 압도적인 승리인바, 이 씬은 빛을 바라고 있군요. 차라리 최감독님 말대로 영화가 끝날때까지 쉴 새 없이 몰아쳐가는 그런 분위기가 전개되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흔히 대인은 외유내강이라 부르며 소인배는 겉멋만 든 애송이라고 말하지요. 그런 점에서 류승범씨의 소인배 연기는 확실히 뛰어납니다만 자기만의 색체를 100% 완벽하게 보여주지 못한 점이 아쉽군요.

지렁이도 밞으면 꿈틀거린다는 말이 있듯이 적어도 어느정도 발악하는 모습을 바랬는데...
한번 패배자는 영원한 패배자일까요?

너무 많은 것을 보여주기에 정작 중요한 것은 보지 못한 느낌이 드는 영화, 사생결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