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는 전혀 위대하지 않다.

2009. 10. 26. 23:24Issue/Society

오늘 뉴스를 보니, 박정희 이야기가 유난히 많이 들린다. 박정희 서거 30주년. 벌써 시간이 이리 흘렀나보다. 어린시절 나는 박정희가 대단한 사람인줄 알았다. 부모님도 박정희 대통령하면 그야말로 찬양에 찬양을 하였고, 학교에서도 경부고속도로를 비롯하여 그의 업적을 칭송하니, 나도 한 때 박정희가 정말 위대한 대통령인줄 알았다. 하지만 살아보니, 그게 아니더라.

박정희하면 어떤 모습이 생각날까. 아마 박정희를 찬양하는 사람들은 그가 암살 당할 때 입었던 낡은 와이셔츠에, 손때 묻은 허리띠를 떠올릴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의 검소함에 그가 위대한 대통령이라고 한껏 치켜올릴 것이다. 그러나 좀 더 시야를 넒혀보자. 그는 무엇을 하고 있었나. 그가 죽을 당시, 그의 손에는 서민은 평생 한 잔 마시기도 힘들다는 시바스 리갈이 들려있었고, 20대의 꽃다운 여대생은 하룻밤 상대로 그와 어울려 술판을 벌이고 있었다. 그가 정말 위대한 대통령일까.

박정희에 대해 조사하면서 스스로 깨닫게 된 사실은 그의 업적 대부분이 과정되고, 왜곡되었다는 사실이다. 처음 박정희가 쿠테타로 정권을 잡을 때, 그는 이전 정부가 너무 무능하여 경제발전을 위해 부득이하게 정권을 잡았다고 주장하였으나, 역사적인 사료를 비교해보면 이전 정부가 박정희 정부보다 훨씬 더 발전하고 진보된 정부였음이 확연하게 드러나고 있다.

예를들어 물가상승률은 박정희 정권이 얼마나 무능하였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이다. 박정희 시대 물가상승률은 평균 16.5%. 1964년에는 무려 29%나 상승하였고, 그가 사망하는 해까지 물가상승률은 매년 10%이상 상승하였다. 전임 정부는 물가상승률을 한자리 수로 잡았는데, 너무 차이나지 않는가. 당시 고추값이 너무 비싸, 멕시코에서 고추를 수입해 올 정도였다고 하니 그 상황이 어느정도인지 대충 짐작이 가리라.

강준만씨의 현대사 산책을 보면, 박정희 시대의 어려움이 더욱더 극명하게 드러난다. 그의 저서에 따르면, 박정희가 마지막으로 통치하던 1979년에는 GNP가 마이너스로 돌아섰고, 경상수지는 사상최악인 41억 5천만 달러의 적자를 기록하였으며, 석유 재고는 7일분에 소비자 물가상승률도 18.3%를 기록하는 그야말로 국가 부도사태에 직면해 있다고 기록하고 있다.

박정희 시대때 유일하게 숨통이 트인 시기는 60년대 한일 협정으로 위안부와 강제노동자에 대한 권리를 포기하는 대신 들여온 5억 달러와 70년대 베트남 전쟁으로 벌어드닌 10억 달러가 전부인데, 우리와 비슷한 처지의 국가가 이런 외부의 도움없이 더 높은 경제성장률을 보인 것을 비교해보면, 박정희의 업적이 얼마나 조작되었는지 쉽게 알 수 있다.

"박정희 때문에 한국경제가 발전한 것이 아니라 박정희에도 불구하고 한국경제가 발전한 것이다"

경제학자 최용식씨의 말이다. 확실히 박정희 시대는 조작되었다. 중공업이 후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공업을 일으킨 근대화의 상징으로 불리는 박정희, 전두환 시절에도 차가 다니지 않던 경부 고속도로 하나를 놓고 근대화의 상징으로 불리는 박정희. 우리는 아직도 그의 거짓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좀 깨어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