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기업 블로그를 시작하다.

2009. 3. 16. 13:34Issue/IT

LG전자, 기업 블로그를 시작하다.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며칠 전 LG전자에서 기업 블로그를 개설하였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그동안 특정 제품의 홍보를 위해, XCANVAS TV BlogCyon INCITE Blog 등이 개설된 적은 있지만, 전략적인 차원에서 LG전자가 기업 블로그를 기획한 것은 이번이 처음일 듯합니다.

'블로그 하나 개설한 것에 왜 이리 호들갑이냐?'라고 반문하실 분도 분명히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동안 기업들의 블로그에 대한 인식이 '광고용 매체'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현실을 볼 때, 단순 광고용 이벤트 사이트가 아닌 소통을 매개로 한 이번 LG전자의 블로그 개설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마케팅 전략과 자원이 풍부한 대기업에서 기업 블로그에 관심을 뒀다는 사실은, 앞으로 더 많은 기업의 참여가 예상되어 무척이나 고무적입니다.

블로그 첫 화면은 LG 특유의 붉은색으로 깔끔하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우측 상단의 LG전자 로고가 아니라면, 마치 수년간 관록 있는 블로거가 운영한 사이트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구성이나 콘텐츠 면에서 모두 상당한 수준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포스트는 "'디자인'을 주제로 한 고객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이라는 주제에 걸맞게, 광고나 제품 디자인에 대한 구상이나 진행과정상의 여러 에피소드를 주로 올리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광고 촬영 현장의 뒷이야기를 담은 '친절한 민아씨의 시크한 매력'같은 포스트는 정보성이나 업계 내부의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잘 구성되어 있어, 딱히 '광고용'으로 제작되었기보다는 이웃 블로거의 글을 읽는 느낌입니다. 또한, 팀블로그답게 포스트마다 저자를 소개한 점이나, CCL 라이선스와 한RSS 구독버튼을 하단에 배치한 점도 블로그 운영을 위해 무척이나 신경을 쓴 느낌이 들고 있습니다.

기업 블로그가 성공하기 위한 조건은?

기업 블로그에 조언을 할 만큼 다양한 지식을 갖춘 것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기업 블로그가 성공하려면 '기업의 가치를 반영하되, 기업의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블로그 운영을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만 합니다. 하나는 자주 글을 올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쓰는 일입니다. 즉 좋아하는 분야의 글을 자주 올릴 때, 블로그가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습니다. 기업의 입장에서, 자주 글을 올리는 것은 별 무리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쓰는 일은 기업의 입장에서 무척이나 세심한 주의가 필요한 부분입니다. 좋아하는 것을 쓴다는 것은 자칫 구독자에게 광고로 비추어질 우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쯤 되면 '그럼 기업은 글을 쓰지 말라는 것이냐.'라고 불평을 터트리실 분도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기업의 가치를 드러내려고 꼭 기업의 명칭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LG다운 생각, LG인이 하는 일이라고 굳이 언급하기보다는 기업 철학인 '고객 가치 창조와 인간존중'이 실제 기업 내에서 어떻게 공존되고 또 제품 디자인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하나의 스토리를 만들어 이야기할 수 있다면, 더욱더 많은 블로거의 호응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기업 블로그, 향후 미래에 거는 기대.

지난 몇 년간 기업 블로그에 대해 많은 논의가 오갔지만, 정작 국내 블로고스피어에서 기업 블로그라 불릴만한 사이트는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많은 기업이 최근 급성장한 블로그에 주목하면서도, 자칫 기업의 이미지가 훼손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 선뜻 손을 내밀지 못하는 것이 현 상황입니다.

그러나 단순한 이미지 홍보에 그치지 않고, 이러한 안티 블로거와도 서로 대화를 주고받으며 이해관계를 쌓아나가는 것이 기업 블로그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설사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해도 좋습니다. 블로그는 열린 광장이고,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다른 구독자들의 이해를 얻게 된다면, 궁극적으로 기업의 이미지 재고에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기업 블로그는 사용자와 기업이 단순한 제품 문의 차원이 아닌 실질적인 생각을 교류할 수 있는 토론의 장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과 개인 블로거 모두에게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앞으로 기업 블로그를 통해 더 많은 사람이 기업 문화를 존중하고 이해하는 시대가 올 수 있기를 새삼 다시 한 번 기대해 봅니다.